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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자(針尺)

자(針尺)

-김수영(1921~1968)
  
시아침 8/8

시아침 8/8

가벼운 무게가 하늘을
생각하게 하는
자의 우아(優雅)는 무엇인가
 
무엇이든지
재어볼 수 있는 마음은
아무것도 재지 못할 마음
 
삶에 지친 자여
자를 보라
너의 무게를 알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다 잴 수 있을 것 같은 '자'는 우아해 보인다. 그러나 땅 위에 그런 완벽한 척도는 없기에 자를 보면 높고 엄정한 하늘을 떠올리게 된다. 시인이 염려하는 건 이 사물에 대한 맹신일 것이다. 재어 봐도 재어지지 않는 것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다 재지 못할 뿐 아니라 잘못 재기도 한다. 자는 부정확의 정확한 증거이다. 재어지지 않는 부분을 쉼 없이 잘라 버리면서도 우리는 세상과 인간을 다 아는 것처럼 군다. 자가 제 몸을 재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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