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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협치 내각 하겠다면 중연정으로 가라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통합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끌고 싶은 최종 형태의 내각일 수 있겠다. 지난해 4월 18일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수원역 유세에서 “정조의 대탕평 정치를 본받아 부패 기득권을 제외한 이들과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과 탄핵에 이은 조기 대선 와중에 출범했기에 국회에서 여당의 수적 열세와 여소야대 정국은 주어진 정치적 조건이었다. 대통령의 통합정부론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꿰뚫어 본 것으로 야당과의 ‘공동정부’ 구성과는 거리를 둔 것이다. 즉 국민적 적폐 대상으로 설정한 과거의 보수 야당 세력과는 선을 그면서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일부 야당 몫을 내각에 할애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재인 정부 1기에서는 이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없었다. 이제부터 대통령 공약을 실천하면서 2기 국정운영을 위해 통합정부론을 구체화할 때다. 일각에서 제기된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의 환경부 장관 발탁 논란은 진위와 상관없이 여·야 간의 협치 논쟁을 예고한다.
 
역대 한국 정치에 있어서 여소야대 정국이 자주 발생했고, 최근 청와대 대변인도 ‘협치 내각’을 언급했다. 여소야대 상황을 대처하는 세 가지 유형의 대통령을 상정할 수 있으나 모두 좋지 않거나 실패한 경우뿐이다. 첫째는 여소야대 상황을 인위적으로 무너뜨리는 유형이 있었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이 그 경우다. 둘째, 인위적 정계 개편과는 정반대로 여소야대 정국을 국민에 의해서 만들어진 정치지형으로 받아들이면서 협치와 연정을 하려는 유형의 대통령이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야당인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의했으나,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반대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셋째, 여소야대의 국회에 대해 연정을 제의하거나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지 않으면서 정면충돌하는 대통령이 있었는데, 결국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시론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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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은 국정의 최종책임자로서 국회와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협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원론적으로 맞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당은 협치 또는 연정에 있어 소극적인 외면과 거부의 전략을 버려야 한다. 지금 야당의 상황은 수적 존재감 외에는 질적으로 무기력하고 몰가치적이어서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를 훼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정부·여당에 일방적이고 국가주의적인 진보 진영논리를 수정하라고 요구할 수 있으려면 한국 보수의 뿌리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그저 땔감에 쓰이는 나무토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보수 야당들이 국정 파트너로서 야당의 위상을 되찾은 뒤 정부·여당과 대결 또는 대치하면서도 동시에 협치와 연정을 토론하길 바란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평화당·정의당은 연정의 조건으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이후에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협치나 연정을 하려는 것은 합의를 통해 더 큰 힘으로 큰 개혁을 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영국은 국회의원의 임기 변경·국민소환제 도입 등 어려운 개혁에 관해서는 여·야 간 연정을 통해 해결했다. 협력정치나 연합정치의 진수는 원활한 국정운영뿐만 아니라 경제·안보·평화·정치개혁 등 국가적 대과제를 해결해 내는 파워에 있다.
 
대통령이 구상하는 통합정부는 야당의 협조와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통합정부의 분명한 목표와 과정 및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대연정은 제1당이 정치적 색깔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군소정당과 하는 소연정과 다르다. 정책과 노선이 크게 차이가 나더라도 국가적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 제1당과 제2당이 연합정치를 하는 것이 대연정이다.
 
대통령의 통합정부론이 대연정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단순한 협치내각을 의미하는 소연정이 아닌, 국가적 난제 해결과 국민통합을 위하고 평화 노선과 포용성장 정도의 경제정책을 연합하는 중간 형태의 ‘중연정(中聯政)’을 하길 제안한다. 협치내각이 야당의 몫으로 장관 몇 자리를 내주는 것으로 귀결되면 통합정부의 가치와 힘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통합정부론은 ‘정치권’ 외에 ‘국민통합’의 영역에까지 미치므로 국민 참여형의 거버넌스가 반드시 추가돼야 한다. 특히 정당 간의 합의가 사회적 합의와 직결되지 않는 한국 정당정치의 사회적 통제력과 규율이 약한 특성상 시민사회와 국민 참여 거버넌스는 불가피하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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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