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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김동연의 삼성 방문, 므누신의 애플 방문

최지영 산업팀 기자

최지영 산업팀 기자

“애플 본사에서 팀 쿡과 만나 반가웠어요. 미국에 3500억 달러(약 375조원) 투자를 결정해줘서 고마워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3월 16일 조용히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를 방문한 뒤 남긴 짧은 트윗 한 줄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단둘이 찍은 사진도 올렸다. 언론은 뒤늦게 트윗을 보고서야 므누신의 애플 방문 사실을 알았다. 애플의 3500억 달러 통 큰 투자 결정도 므누신 장관과의 미팅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올 1월부터 도입된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한 호응으로 이미 두 달 전 발표한 내용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6일 만남 뒤에 문득 다른 나라 경우가 궁금해졌다. 단순 비교가 유치하지만, 이번 행사처럼 요란한 경우를 찾기 어렵다. 미국 경제를 총괄하는 므누신 장관도 수시로 기업을 찾고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 방문 현장에 경제 수장으로서 수행도 한다. 한국처럼 대단한 관심을 받지 않고, 형식도 갖추지 않을 뿐이다. 대표적인 한 장면이 므누신의 애플 본사 방문이다.
 
므누신 장관의 방문과는 무관하게 결정된 3500억 달러 미국 투자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아온 애플의 실질적인 변화다. 이 중 애플이 미국에 들여오기로 한 현금 2400억 달러는 애플이 해외에 쌓아둔 현금 대부분인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가 옆구리를 심하게 찌른 것은 맞지만, 그보다 해외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오면 한시적으로 15.5%의 낮은 세금을 매기는 조치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은 세금을 내고도 2000억 달러가량의 현금이 남게 된다”며 이를 인수·합병 등 경쟁력 강화에 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6일 발표하지 못한 대규모 투자·채용 계획을 이른 시일 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 중 삼성이 실제로 경영상 필요에 의해 구상한 건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경제 살리기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김 부총리가 삼성의 투자·채용 계획을 받아들지 않고, 굳이 알맹이 없는 삼성 방문을 강행한 것도 경제 살리기가 시급하다는 시그널을 대내외에 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기업 심리는 지금 최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25개 회원국 중 한국 기업들만 앞으로의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란한 만남 대신 실질적인 규제 완화책이 먼저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요란한 만남을 먼저 했다. 이제 기업들은 진짜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최지영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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