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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트럼프 경제의 위험, 한국 경제의 위기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빌 클린턴의 선거구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는 원래 ‘내부용’이었다. 클린턴의 참모 제임스 카빌이 아칸소주 선대본부 벽 칠판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세 가지 포인트’로 직원들이 보라고 적어 둔 것 3개 중 하나였다. 나머지는 ‘변화 대 현상유지’ ‘헬스케어를 잊지 말라’였다. 그러다 유세에서 한번 써봤는데 말 그대로 ‘대박’이 터졌다. 클린턴 취임 후 미 경제는 호황을 구가했다. 임기 마지막 해인 99년 “지금 이 순간이 내 평생 가장 좋은 경제 상황”이라 답한 국민이 71%나 됐다. 르윈스키 스캔들을 경제가 물리쳤다.
 
트럼프 대통령도 궁지에 몰릴 때마다 외치는 게 “보라, 나의 경제 실적을!”이다.
 
실제 실업률은 최근 20년가량 중 가장 낮은 수준(4.0%)이다. 주가(다우지수)는 취임 후 27.4% 뛰었다. 취임 때(지난해 1분기) 1.8%였던 경제성장률(GDP)은 올 2분기 4.1%로 올랐다. 그러니 “아무리 사고를 쳐도 든든한 배경(경제)이 있으니 큰소리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클린턴과 트럼프 사이엔 분명하고 의미 있는 차이점이 있다. 바로 ‘해외의 눈’이다. 그 척도는 해외로부터의 직접투자. 얼마나 미국을 매력적인 곳으로 보느냐의 잣대다.
 
트럼프는 취임 후 재정지출 확대, 세제 개혁, 법인세 인하를 단행했다. 높은 경제성장에다 터보 엔진을 추가로 달아준 셈이다. 당연히 외국으로부터 투자가 밀려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대미 직접투자액은 2016년 4860억 달러(약 546조원)에서 지난해 2920억 달러(328조원)로 40%나 고꾸라졌다. 올 1분기는 575억 달러로 오바마 시절 2016년 1분기(1507억 달러)의 불과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다시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8년간 대미 직접투자액의 연평균 상승률은 무려 50%. 기록적 수치다. 아무리 국내적으로 스캔들이 터지고 탄핵 위기로 몰려도 ‘미국’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애덤 포즌 피터슨 국제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정부 들어 전 세계가 미국을 우회한 글로벌경제의 새 틀을 짜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지구촌 전체가 미국을 비켜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아시아, 중남미 모두가 미국에의 투자를 줄이거나 거둬들이는, 이제껏 찾아보기 힘들었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동맹과 우방국에 대한 공격과 협박,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기업을 벌주거나 포상하려는 자세, 엄포→후퇴를 반복하는 트럼프의 변덕이 빚어낸 결과다. 국내적으론 번드레해 보여도 국외적으로는 곪고 있는, 말 그대로 ‘내화외빈(內華外貧)’형 트럼프 체제다.
 
문제는 이런 불균형마저 부럽게 보이는 우리의 ‘내빈외빈(內貧外貧)’형 경제 상황이다.
 
물가는 뛰고 개인소비는 줄고 설비투자는 IMF 이후 최악이다. 청년 일자리는 암울 그 자체다. 늘어난 게 있다면 최저임금, 명동·압구정동 할 것 없이 골목마다 나붙은 ‘임대’ 표시판, 그리고 청와대의 비서관 숫자 정도다. IMF·OECD 등 외부로부터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들려오는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세계 경제는 호황인데 우리만 이러니 문제다.
 
2002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깽판’ 쳐도 괜찮다”고 했다. 설마 문재인 대통령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계승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오해마저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경제가 ‘깽판’ 나지 않게 살려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존 정책까지 과감히 손봐야 한다. 고장 난 것에는 뭐든 원인이 있는 법이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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