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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바른 교육개혁을 소망하며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오늘의 선진 한국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소의 하나는 명백히 교육이다. 식민과 분단을 경험한 나라로서는 유일하게 당대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진국가군에 들어간 주축 요인도 교육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학교와 교사, 학생과 해외유학의 급증을 포함해 세계는 이를 한국의 교육혁명, 교육기적, 교육열이라는 말로 상찬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병, 입시지옥, 교실붕괴, 교육망국이라는 말들이 오늘의 한국 교육을 상징하고 있다. 교사로서 깊은 책임감이 없을 수 없다.
 
최근 실시된 2022년 대학입시 방안에 대한 공론숙의와 조사는 한국 교육에 대한 한 뚜렷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대학입시 방안을 공론조사로 결정하는 방식을 개인적으로 찬성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금번 조사는 진보-보수의 진영논리를 넘어 두 가지 교육 원칙과 가치에 대한 시민적 균형의식을 분명히 드러내 주고 있다. 즉 교육 평가와 시험의 공정성·객관성·투명성, 그리고 교육 방향과 내용의 창의성·자율성·자치성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 이 두 흐름을 지혜롭게 종합한 토대 위에 교육개혁의 원칙과 방향이 결정되길 소망하며, 교육 철학과 패러다임의 혁신을 위한 몇 가지 견해를 덧붙여 본다.
 
첫째는 헌법과 제도를 포함해 교육에 대한 근본 관념과 철학의 획기적 전환이다. 교육은, 특별히 공교육은 능력과 적성에 따라 받는 개별적 권리가 아니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편적 권리로 전환되어야 한다. 보편적 학습권을 말한다. 근대 이후 인간의 기본권 중에 교육을 제외한 그 어느 것도 능력과 적성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것은 없다.
 
둘째는 교육자치를 전제로 한 독립적 국가교육기구의 설치다. 이번 조사가 보여주듯 학교와 교사(대학과 고교) 및 국가와 교육당국을 포함해 지금은 교육 주체 누구도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교육은 환경·출산·평화(안보)의 문제와 함께 단기적 정권의제이기보다는 전체 사회의 공공의제다. 공론조사의 한 경고는 교육을 이해당사자나 진영논리, 정권논리에 의해 좌우하지 말라는 점이다. 따라서 독립교육기구를 통해 진영논리와 정권임기를 넘는 교육의 철학·방향·정책을 세우는 노력이 절실하다. 지난 대선의 주요 후보들 역시 교육부 폐지와 독립교육기구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박명림칼럼

박명림칼럼

셋째는 교육 기회의 보편성과 균등성 확보다. 부모의 거주지, 부동산 규모, 지위, 소득 격차에 따른 공·사교육 차별과 상급학교 진학 기회의 현저한 차이는 교육의 일반성과 공공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의 끔찍한 교육기회의 차별은 능력사회에서 신분사회로의 역진이랄 수 있다. 부모의 재산능력이 없으면 사교육과 고등교육과 더 나은 상급학교 진학이 불가능하다. 똑같은 시민으로서 공교육 기회를 구조적으로 차별받는다는 것은 학습권과 민주공화국 원리에 모두 위배된다.
 
넷째는 국가예산의 배분 문제다. 우리의 교육예산은 정부부담과 개인부담 비율에서 선진국 중에 후자가 가장 큰 최악의 사례에 속한다. 이는 전체 교육과 대학교육 모두 동일하다. 고쳐야 한다. 수십조원을 날려 버린 공적 자금 투입은 물론 4대강 사업을 포함해 반복적인 천문학적 예산 낭비를 통제할 수만 있다면 교육예산 대폭 증대는 어렵지 않다. 의회는 당장 다른 나라와 한국의 예산 낭비 및 교육 예산 구조를 비교해 보라. 분명 해법이 존재한다.
 
다섯째, 교육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은 교육개혁에 앞서, 또는 함께 임금·노동·사회개혁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교육 이후 삶’을 예측 가능하게 해 교육개혁을 달성한 것이다. 현실적, 장기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점이다. 특히 학력·직종·성별에 따른 막대한 소득 차별의 축소가 해답이다. 여기에 사회개혁과 교육개혁을 함께 달성하는 지름길이 있다. 학력에 따른 평생소득, 평생세금, 평생노동시간, 평생연금의 ‘공적인’ 차이를 근접시킬 경우 - 성공국가들은 이를 근사화(近似化)라고 부른다 - 교육차별, 경쟁교육, 입시지옥, 취업격차는 해소된다. 물론 ‘개인적’ 자율과 창의로 인한 소득의 창출 영역은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은 가공할 출산소멸·아동소멸·인구소멸·지방소멸로 인해 교실소멸과 학교소멸과 대학소멸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정녕 두려운 현실이다. 만약 지금조차 전면적인 교육혁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는 인간과 사회 지속의 필수기능마저 상실할 것이다. 한 사람처럼 한 아이는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한 아이의 성장이 한 세계의 성장이며 한 사회의 성장인 이유다. 한 아이의 지속이 세계의 지속인 이유다.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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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