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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차 교도관 "여섯 번 들락날락에 결국 살인범 되더라"

2018 교도소 실태보고서 ④
“그 친구가 출소할 때 더 큰 범죄를 저지를 것 같았습니다. 알면서도 우리는 그 살인을 막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대구교도소에서 만난 김정진(56·가명) 교도관은 고개를 떨군 채 멈칫거리며 말했다. 그는 1995년 교도관이 된 24년 차 베테랑이다. “가장 큰 좌절과 무력감을 느낀 적이 언제였는지”를 묻자 2009년 상주에서 발생했던 살인사건을 떠올렸다.  
 
김 교도관은 “이 생활을 수십 년째 하다 보니 다시 만나 익숙해지는 범죄자들이 꽤 된다”며 “그때 그 사건의 범인인 최석우(가명)씨도 ‘법자(法子)’였다”고 말했다. 법자란 누적 전과자를 지칭하는 교도관들 사이의 은어로, ‘법무부의 자식’을 줄여 부른 말이다. 법무부가 관리하는 교정시설에서 장기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법무부와 재소자의 관계가 마치 부모·자식 같아졌다는 뜻을 담고 있다.
 
김 교도관은 최씨를 1997년 3월 상주교도소에서 만났다. 최씨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때린 죄(존속 상해)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 수감이었다. 최씨의 범죄일람표엔 ‘상습 존속 폭행’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 교도관은 “(최씨가) 입소 전부터 유명했다. 앞선 수감생활 중에 기행을 많이 했고 다른 재소자들과 다투는 일이 많아 집중관리를 받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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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결 신입 수용자는 보통 3일 안에 방이 배정된다. 하지만 최씨는 예외였다.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툭하면 이것저것을 집어삼켰다. 자물쇠통, 수도꼭지, 칫솔 등을 먹고 응급실을 여러 차례 갔다. 최씨가 수감된 방에선 낮이고 밤이고 비상벨이 울렸다. 김 교도관은 “특히 식탐이 심해 음식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이 많았다”며 “재소자들이 영치금으로 산 간식을 나눠 주지 않으면 난동을 부리거나 앙심을 품고 교도관한테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도관은 그런 최씨를 어떻게든 적응시키려고 애썼다. 개인적으로 고충 상담도 해 주고 그의 상습 민원과 신고에도 세심히 귀를 기울였다. 최씨의 입소 때 기록된 상담·조사 내용도 꼼꼼히 살펴봤다. 그는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가족의 관심을 받지 못해 어린 시절부터 소심했고 학창 시절 ‘왕따’를 당했다. 가족들은 최씨의 성격을 고치겠다고 여러 차례 복지원 같은 곳에 보냈다. 김 교도관은 “가족과 사회가 방치했던 사람이 범죄자가 되어 교도소에 들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도관은 최씨를 한 달여 동안 지켜본 뒤 상부에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신·심리치료전문 기관인 진주교도소에 수감하는 게 이로울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정신과 전문의는 최씨에게 성격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다. 최씨는 존속 상해죄로 징역 2년6개월형이 확정된 뒤 이 진단서를 토대로 진주교도소에 이감됐다. 특별취재팀이 확인한 그에 대한 판결문에도 성격장애와 정신병적 행동이 적혀 있었다.
 
최씨는 이후에도 가족과 친인척을 폭행한 죄로 세 차례 더 수감됐다. 그때마다 김 교도관은 상주교도소와 대구교도소에서 최씨를 다시 만났다. 담장 안에서 최씨를 변화시킬 방법은 많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인성교육이나 심리치료제도도 없었다. 교도작업과 직업훈련은 사고 위험성이 높아 시키지 못했다. 그렇다고 매번 진주교도소에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최씨는 결국 자신을 피하던 가족들을 찾아내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징역 25년형, 장기 격리가 필요하다는 판결이 선고됐다. 정신병력은 인정되지 않아 치료감호 처분은 없었다.  
 
최씨는 첫 범행 후 살인을 하기까지 총 여섯 번 수감됐다. 9년 중 8년6개월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그가 죄를 지을 때마다 경찰관과 검사는 죄를 물었고, 판사는 그에 맞는 형기를 선고했다. 하지만 그는 더 잔혹한 범죄자가 됐다. 김 교도관은 “최씨가 결국 이렇게 될 범죄자였다고 비난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며 “성장 과정이나 가정환경 때문에 비뚤어진 사람이 많은데 교도소 안에서만의 노력으로 이들을 변화시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최씨의 살인을 우리 사회가 그 긴 시간 동안 키운 것은 아닌지 죄책감과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교정 전문가들은 최씨의 비극을 “치료가 아닌 처벌 위주의 사법제도, 격리 만능주의가 낳은 폐해”라고 진단했다. 윤옥경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끔찍한 사건을 접하게 되면 범죄의 원인을 찾기보다 범죄자를 미리 잡지 못한 경찰의 잘못을 찾아내 비난하거나 교정·교화에 실패한 교도소에 책임을 돌리는 관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범죄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범행의 발생 시점과 범행 이후의 처벌에만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 외스토르케르 교도소의 재소자 휴게실. 개방된 공간엔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창과 테이블, 소파가 있다.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재소자들이 교도관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다. [윤호진 기자]

스웨덴 외스토르케르 교도소의 재소자 휴게실. 개방된 공간엔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창과 테이블, 소파가 있다.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재소자들이 교도관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다. [윤호진 기자]

만약 최씨가 스웨덴에서 태어났다면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 모른다. 스웨덴에선 범죄자가 수사기관에 붙잡힌 단계에서부터 교정행정이 한발 앞서 작동한다.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 교정보호국 소속 보호관찰관이 범죄자를 심층 면담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면 검사는 이를 구형에, 판사는 선고에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불우한 가정환경 등이 포착되면 징역형 대신 보호치료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교도소에 입소한 뒤에도 범죄자에 대한 ‘탐구’는 계속된다. 고객 사례 담당자(client case manager)로 불리는 교도관이 1대1로 면담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만 2~3주가 걸린다.  
 
교정·교화 프로그램은 출소 후 구직까지 고려해 맞춤형으로 설계한다. 특별취재팀이 지난 4월 말에 방문한 스웨덴 외스토르케르 교도소의 조세핀 올슨 매니저는 “범행 동기와 이유를 찾지 못하면 교도소 안에서의 교정·교화는 방향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교도소에선 입소 20분 만에 면담이 끝나고 방이 배정된다. 집단인성교육은 4년 전에야 생겼다. 범죄자를 심층 면담한 뒤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분류센터는 올해 처음으로 정식 조직으로 인정받아 활동한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는 “과밀·혼거 수용, 미결·기결수 복합 수용이 일상화된 한국에선 교도소·구치소를 형집행법에 맞게 소규모(500명 이하) 시설로 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교정·교화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하고 스웨덴처럼 수사·재판·수감·사회복귀 절차를 유기적인 사법체계로 연결하는 단계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윤호진·윤정민·하준호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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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