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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떨게한 ‘저승사자’ SK하이닉스도 찍었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한국 반도체 주식의 확실한 ‘저승사자’로 자리매김했다.
 
6일 SK하이닉스는 하루 새 4.68% 급락하며 7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9만원을 넘나들던 SK하이닉스 주가를 8만원 아래로 끌어내린 건 모건스탠리의 종목 분석 보고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모건스탠리는 5일(현지시각) “내년을 기점으로 D램 호황이 꺼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에 대해 ‘비중 축소(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목표 주가를 7만1000원, 직전 영업일(3일) 종가인 8만3300원과 비교하면 1만2000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가 매물 폭탄을 쏟아내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7일에는 전날보다 1.64% 오르면서 8만700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여전히 충격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1월에도 삼성전자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시장 평균’으로 조정하고, 목표 주가를 290만원(액면분할 전 기준)에서 280만원으로 낮췄다. 역시 내년 이후 닥칠 반도체 공급 증가 등을 목표 주가 하향의 배경으로 밝혔다. 이 보고서가 나온 직후인 지난해 11월 27일 하루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5.08% 추락했다.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를 언급한 종목 분석 보고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지만 두 회사 주가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모건스탠리는 각각 한 건씩의 보고서만으로 국내 시가총액 1, 2위 기업 주가를 뒤흔들었다.
 
우선적인 이유는 매도 의견 제시 자체가 드문 일이라서다. 최근 들어 국내 증권사 중 SK하이닉스에 대해 ‘비중 축소’ 또는 ‘매도’ 의견을 제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적정 주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24개 국내 증권사 중 21곳이 ‘매수’를, 나머지 3곳이 ‘중립’ 또는 ‘보유(hold)’ 의견을 냈다. 이들이 제시한 적정 주가는 8만9000원에서 13만5000원으로 현재 주가를 훌쩍 뛰어넘는다.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장밋빛 전망’이 넘치는 가운데 나온 모건스탠리의 ‘매도’ 보고서는 그만큼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모건스탠리의 권위다. 한국에서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2위의 기업이지만 세계 정보기술(IT)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신흥국 기업 중 하나일 뿐이다. 모건스탠리 같은 글로벌 IB에서는 보고서를 자주 내놓지 않는다. 그만큼 한 건, 한 건이 나올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가 받는 영향이 크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는 모건스탠리 의견대로 전망이 어두운 걸까. 국내 증권사에선 여전히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수기에 제품 가격이나 실적이 주춤한다고 해서 이를 수요 악화로 해석하는 건 과한 오해”라고 말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 3.5배로 전 세계에서 가장 싼 IT 종목이 SK하이닉스”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모건스탠리가 매도 보고서를 낸 뒤 싼값에 한국 반도체 주식을 매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뒷목이 서늘한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전례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7일 4만6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50분의 1 액면분할 이전으로 환산하면 230만원 정도다. 모건스탠리의 부정적 전망치보다도 더 많이 내려온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낙관론과 ‘매수’ 의견만 넘치는 국내 증권사 보고서는 사실상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을 상황”이라며 “외국계 투자자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해외 IB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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