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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공론조사'라 쓰고, 국민은 '결정장애'라 읽다

공론조사가 문재인 정부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당초 첨예한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대안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공론조사가 계속 정부와 엇박자를 내면서 여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상황이다.
지난 3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정시 확대와 수능 절대평가 전환 사이에서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결국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에서는 ‘일단 2022학년도 대입에선 정시를 확대하고 수능 절대평가는 차후 검토과제로 남겨두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이는 결과적으로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내세웠던 정부안과 배치된다. 앞서 지난해 10월엔 신고리 5ㆍ6호기 원전 건설 중단도 공론조사를 거쳐 정부 공약이 뒤집혔다.
야심차게 추진한 공론조사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오자 정치권에선 정부·여당의 자승자박이란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6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비행을 하다보니 여론의 힘을 빌어 쟁점 사안을 확실하게 추진하려다가 오히려 되치기를 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도입때부터 공론조사는 ‘숙의 민주주의’라는 의미가 있지만, 정부가 사회적 갈등 해결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긴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신고리 원전 공사 중단이 대표적이다. 이미 지난 대선때 공사 중단을 공약했던 정부는 갑자기 예정에 없었던 공론조사를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당시에도 신고리 원전 공사 중단시 이미 집행된 공사비와 보상비까지 2조 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지역 경제에 찬물을 끼얹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려도 논란 해결이 쉽지 않은 대입 제도를 공론조사에 맡긴 것도 마찬가지 의도였다는 게 야당측 주장이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공론화위원회로 쉽게 국민의 의견을 합의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사회적 갈등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요 현안에 정부가 책임지기 싫어 만든 것이 바로 공론화위원회”라고 비판했다.
대상선정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원전이나 대입제도처럼 전문가들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정책적 사안을 단기간에 일반 시민 수백여명의 논의에 맡긴다는 점에서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 활동과 관련해 “전문가들도 뾰족한 해답을 얻지 못하는 난제 중의 난제를 비전문가 일반인에게 맡긴다는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앙 정부와 각 지자체에선 기획재정부 규제개혁,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여부, KTX 오송역 명칭 변경 등 10여개의 사안이 공론조사를 앞두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오송역 명칭 변경 같은 문제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결정할 수 있겠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규제개혁이나 도시철도 건설 여부는 공론조사에 맡길 수 있는 사인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론조사에 따른 기회비용도 논란거리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진행은 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당장 7일 발표될 대입개편 권고안이 예측 불허로 빠져들면서 어떤 방안이 나오든 교육계의 혼란 및 갈등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신고리 원전 5ㆍ6호 공사 때는 공론조사 기간인 3개월동안 공사가 중단되면서 약 1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공론조사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활용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공론조사는 정책 결정의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하는데, 지금은 공론조사 결과가 정책을 결정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며 “공론조사는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과 반응을 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 정도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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