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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56만 명 vs 607명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 국회토론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앞에 옥시싹싹이 놓여 있다. [뉴스1]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 국회토론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앞에 옥시싹싹이 놓여 있다. [뉴스1]

56만 명 vs. 607명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범위를 놓고 환경부와 민간 전문가들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민간 측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전체 피해자가 최대 56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지금까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정한 피해자는 607명뿐이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 국회토론회’에서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고 지원을 약속한 지 1년째가 되면서 마련된 자리였다.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 사과 이후 폐 질환 판정이 크게 늘고 인정 질환도 조금 늘어나는 등 외형적으로는 변화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정부 추산 전체 피해자 약 56만 명 중에서 신고자는 1.1%인 6040명에 불과하고, 이 중에서도 607명만 피해자로 판정됐다”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빙산의 일각”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및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2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공정위 조사결과 발표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및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2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공정위 조사결과 발표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지난해 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가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범위 확대를 위한 질환 선정 및 판정 기준 마련’ 보고서를 근거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최대 56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독성보건학회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 3993명을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용비율, 건강피해 경험 여부, 병원 진료 여부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전체 인구(2010년 기준 4910만명)로 환산해 피해자 규모를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인구는 350만~40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49만~56만 명 정도가 건강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계산됐다. 이 중 4만 명 정도가 중증 피해자로 추산된다.
  
하지만, 실제 지금까지 환경부에 피해자로 신청한 사람은 추정 피해자의 1.1~1.2% 수준인 6040명이다. 최근 1년 동안 접수된 피해 신고도 235건에 그쳤다.
정부는 심사를 거쳐 이 중 607명을 피해자로 공식 인정했다. 기업의 기금(특별 구제 계정)으로 지원을 받는 299명을 포함해도 총 906명에 불과하다.
 
특별구제계정은 소송을 통해 관련 기업으로부터 배상받기 어려운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기금이다.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건강 피해가 심각한 사람, 사용 제품을 확인할 수 없지만, 정부로부터 피해 인정을 받은 사람, 제조업체가 파산한 경우 등이다.
현재 관련 기업이 출연한 1250억원 중 92억4000만원이 지급됐다.
 
최 부위원장은 “신고자가 직접 살균제 사용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대형마트의 살균제 판매기록과 피해 신청자의 진료기록을 대조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며 "시범 지역을 선정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최소한 중증 피해자 4만여 명은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56만 명은 실제 피해자 아닌 추정치”
[중앙포토]

[중앙포토]

정부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환경부는 ‘피해자 56만 명·중증 피해자 4만 명’ 등의 수치는 피해 범위 확대를 위한 연구 과정에서 연구자가 설문 조사한 결과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것으로 실제 피해자 규모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가장 큰 변수는 어떤 질환까지를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 범위에 포함할 지다.
 
환경독성보건학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질환 중에서 비염이 32.5%로 가장 많았고, 아토피피부염도 17.9%를 차지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총 66개 질병군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①성인 간질성 폐 질환 ②기관지 확장증 ③폐렴 ④독성간염 등 가습기 살균제와의 관련성이 확인된 4개의 질병에 대해서만 특별구제계정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알레르기 비염과 아토피피부염, 결막염, 중이염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알레르기 비염은 계절적인 증가 요인은 있었지만 가습기 살균제와는 뚜렷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고, 아토피피부염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다른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동반해서 나타나는 경우 특별구제계정 지원 대상으로 포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청자 피해 인정 비율부터 높여야”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 국회토론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안은주 씨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 국회토론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안은주 씨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피해 질환의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기보다는 피해 인정 비율을 높이고 지원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구제 급여를 받고 있지만, 호흡기·흉부외과 질환 외에 합병증·후유증과 관련된 치료는 매번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원 확대를 호소했다.
또 다른 토론자는 "2001년과 2008년 두 딸을 잃었는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90일 이내에 재심 신청하라는 기간을 놓쳤다"며 "같은 기관, 같은 심사위원에게 재심을 받도록 하는 것은 정부와 산하기관의 횡포"라고 말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 질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신고자들이 빨리 피해를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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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