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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규제 개혁’, 한쪽에선 ‘규제 강화’ 법제화

5월 28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중앙포토]

5월 28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의료기기 분야 규제 타파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했다. 앞으로 매달 규제혁신점검회의도 직접 주재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12일 국회를 방문해서 규제 개혁 입법을 촉구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3일 “금융 시장에서 규제당국이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분명히 규제개혁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규제개혁을 외치는 와중에 다른 한 편에선 오히려 규제 장벽을 더 높이 쌓고 있어서다. 12년 전 사라졌던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가 부활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특정 업종의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1979년부터 시행하던 제도였지만, 각종 부작용이 불거지면서 노무현 정부가 2006년 폐지했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12년 만에 부활시켰다. 소상공인 단체가 지정을 요청하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심의·의결을 거쳐 소상공인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제도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적합업종 지정은 이중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011년 10월 최초 지정을 시작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협의·조정하는 제도라면,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강제력을 발동할 수 있다. 이미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대기업 계열 빵집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연간 2% 이내로 매장 확장을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의 이익을 하도급(중소기업)과 나누는 ‘협력이익공유제’도 저승에서 되살아 나온 규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확산 방안을 마련하고 연내 법제화하기로 했다. 이 역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하던 ‘초과이익공유제’의 복사판이다. 초과이익공유제도 기업의 수익 창출 의지를 꺾을 수 있고, 외국기업과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무산됐던 제도다.
 
국회에서의 이견도 이런 엇박자 정책을 부채질한다. 여야 3당은 민생경제 법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규제 개혁 법안을 처리하자는 총론에 동의했다. 하지만 여당이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개혁을 지원하는 5개 법안(금융혁신지원특별법·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융합특별법·지역특구규제특례법·행정규제기본법) 우선 처리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기존 정부가 추진하던 규제(규제프리존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부터 풀어야 한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중앙포토]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중앙포토]

 
정부가 우왕좌왕하니 기업은 어느 장단에 춤출지 고민이다. 규제 혁파를 내세웠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9개월간 카셰어링(car sharing·차량공유) 문제 하나 제대로 못 풀었다. 십수 년 전부터 나오던 원격의료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원격의료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여당·시민단체가 반발하자 닷새 만에 철회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022년까지 8대 핵심 선도 사업에 3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제대로 된 청사진조차 없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나 협력이익공유제도는 영업 자유를 제한하고 재산권 행사와 헌법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규제는 새로운 산업에 특화된 스타트업이 출현하고, 이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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