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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 버스에 갇히면 이것 눌러라"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

기자
손민원 사진 손민원
[더,오래] 손민원의 성·인권 이야기(14)
대통령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권고사항으로는 막을 수 없어요. 반드시 법으로 만들어 주세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믿고 맡길 수 있게 도와주세요. 숨을 쉴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세림이가 아른거려요. 부디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꼭 도와주세요. -2013년 4월 9일 세림이 아빠 올림
 
서울 서대문구청은 관내 보육시설에서 운행 중인 어린이 통학버스에 승하차 안전보호기인 ‘ 아이-STOP ’ 장착을 시연했다. [중앙포토]

서울 서대문구청은 관내 보육시설에서 운행 중인 어린이 통학버스에 승하차 안전보호기인 ‘ 아이-STOP ’ 장착을 시연했다. [중앙포토]

 
세림이는 운전기사가 자신을 포함한 원생 15명을 내려 주고 차를 출발시키는 과정에서 뒷바퀴에 치여 숨을 거뒀다. 인솔자가 아이들이 모두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갔는지 확인하지 않아 일어난 비극이었다. 그리고 세림이 아빠는 대통령께 눈물의 편지를 썼고, 이후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만들어졌다.
 
2015년 1월부터 시행된 세림이법에는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등 만 13세 미만 어린이들이 타는 통학 차량(9인승 이상 버스·승합차)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운전기사 외에 성인 동승자가 승하차 안전을 확인하도록 했다. 또 어린이용 안전띠와 안전 발판을 설치하는 등 규정에 맞게 차량의 구조를 변경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대부분 운전자가 생각 없이 어린이 통학 차량 앞질러 
어린이 통학 차량에 대한 보호조치 의무에 따르면 통학 차량이 정차하면 같은 차로나 옆 차로 운전자는 일시 정지해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해야 한다. 통학 차량을 앞지르는 것도 금지돼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은 운전자는 구류 또는 20만원의 과태료에 처해진다(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호)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많은 운전자가 이를 무시하고 달린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나도 운전하면서 노란색 통학 차량 옆을 달리는 차들을 유심히 봤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자신의 목적지를 행해 어린이집 버스, 통학 버스를 아무 생각 없이 앞질러 가고 있었고, 경계도 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세림이 아빠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른의 부주의로 인한 어린이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2016년 광주시의 한 어린이집 버스 운전기사는 미처 내리지 못한 어린이가 뒷좌석에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채 세차장에서 세차하고 다시 어린이집 주차장에 주차했다. 
 
그 과정에서 네 살의 어린이는 버스에 일곱 시간이나 방치돼 있었다. 의식불명으로 발견된 아이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의식불명 상태에 있고, 어린이집 관계자 3명은 금고형을 받았다.
 
17일 경기 동두천시에서 A양(4)이 갇혔다가 숨진 어린이집 통원차량. 어른들의 부주의가 원인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7일 경기 동두천시에서 A양(4)이 갇혔다가 숨진 어린이집 통원차량. 어른들의 부주의가 원인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연일 35도가 넘는 찜통더위 속에 똑같은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어린이집 버스에 네 살 아동이 일곱 시간이나 방치돼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인솔 교사는 어린이집에 들어오면 아동의 인원을 파악하고 하차시키는 것이 상식 아닌가? 운전기사는 누군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내리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담임교사는 아이가 이유 없이 등원하지 않았다면 부모님께 확인하게 돼 있지 않은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에서 100점 만점에 97.67점의 높은 점수를 받은 어린이집이었다. 그러나 사고 아이의 인솔 교사는 해당 어린이집에 근무한 지 15일밖에 되지 않았고, 인수인계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 상태였으며, 어린이집 버스 운전기사 또한 1년 동안 근무하면서 아동 안전과 관련된 지침과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의 낮은 아동보호 수준을 드러내는 사건이 있었는데, 한국인 판사·변호사 부부가 미국령 괌(캘리포니아주법)에서 두 아이를 마트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에 방치해 아동학대 혐의로 5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20여 개 주에선 성인이 감독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동을 차량에 둘 경우 ‘아동 방치’ 혐의에 의한 경범죄로 처벌받도록 정하고 있다. 아이가 별다른 위험에 처하지 않더라도 차량에 홀로 두는 행위만으로도 징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혼자 둘 수 있는 아이의 나이를 명확히 제시하지도 않았고, ‘아이는 낳기만 하면 스스로 성장한다’는 믿음이 크다. 아이가 혼자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수 있다면 집, 차량, 공공장소에 잠시 놔두고 부모가 볼일을 볼 때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일상의 일로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교에서 만나는 몇몇 아이는 목에 열쇠 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열쇠 아동’이다. 이들은 부모가 퇴근하기 전에 몇 시간을 자기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 홀로 방치돼 있다. 이는 분명한 방임이고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달라는 청원이 제기됐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달라는 청원이 제기됐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청원이 다시 제기됐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는 운전기사가 내리기 전에 반드시 버스 뒷좌석의 버튼을 눌러야 시동을 끄거나 차 문을 잠글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엊그제 인천시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원장선생님은 “오늘 아이들에게 버스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깼는데 아무도 없다면 당황하지 말고 운전석 핸들 가운데 나팔이 그려진 부분을 힘껏 누르라고 알려주고, 잘 안 되면 핸들에 주저앉으라고 차에 가서 연습까지 시켰어요”라고 말씀하셨다.
 
동두천시 어린이집 사건 이후 정부는 아동이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연말까지 전국 어린이집 통학 차량 2만8300대에 ‘슬리핑 차일드 체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계 한 대를 설치하는 데 최소 24만~46만 원이 든다. 정부가 설치비 전액이 아닌 일부만 지원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누가 이 비용을 부담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법 제도만으론 어린이 보호에 한계, 인식이 바뀌어야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 도입, 생존을 위한 훈련 교육, 태그 장치, 범법자의 강력한 처벌 등만으론 또다시 이런 인재를 막을 수 있을까? 사회적 약자인 아동의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선 강력한 법 제도, 안전한 시스템 구축만으론 한계가 있다. ‘세림이법’처럼 또다시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
 
어린이집 아이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교사는 확보돼 있는가? 교사에 대한 처우와 그들의 휴식시간 확보, 아동을 보는 관점과 의무 이행자의 역할 등 적절한 보수교육이 이뤄졌는가? 교사뿐 아니라 아동과 만나는 관련 종사자에게 아동 안전에 대한 교육이 잘 이뤄졌는가? 보여주기식 평가인증제이지는 않은지? 이런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시발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만 더는 이런 슬픈 일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안전한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세림이 아버지의 바람을 또다시 외면하면 안 된다. 이는 우리가 봉착한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소중한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최상의 기준에 부합한 행동을 해야 하는 의무이행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많은 어른은 이것을 잊고 있다.
 
손민원 성·인권 강사 q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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