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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의 ‘업(業)테크’ 3원칙, ‘우(友)테크’ 3원칙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56·끝)
일 년 남짓 이어진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무엇을 쓸까 잠깐 고민했다. 결론은 ‘재미있는 것보다 의미 있는 것을 쓰자’였다. 내 글을 읽어준 분들에게 뭔가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싶었다. 그렇다고 깊은 지혜, 맑은 이치를 논할 깜냥은 되지 못하니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어깨에 힘 빼고 차분하게 담자고 마음먹었다.
 
퇴직하면 가장 먼저 부딪치는 '재취업'. [중앙포토]

퇴직하면 가장 먼저 부딪치는 '재취업'. [중앙포토]

 
퇴직하면 가장 먼저 부딪치는 것이 재취업이다. 흔히 ‘100세 시대’를 맞아 65세까지는, 바라기는 70세까지는 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들 하니 당연하다. 이때 급하다고 손에 닿는 대로 재취업해서는 안 된다. 퇴직 후 8년간 일곱 군데서 고정급을 받아본 경험에 따르면 그렇다. 내가 이름 붙인 ‘업테크’에 원칙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돈보다는 일을 봐야 한다. 급여는 많을수록 좋긴 하지만 퇴직자에게 예전 같은 급여를 주는 곳은 극히 드물다. ‘내가 예전에…’하는 생각을 버리자. 대신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을 택하면 만족도도 높고 오래 간다.
 
퇴직과 동시에 한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했다. 지금 받는 강의료의 절반 수준이었고, 그것도 8년 동안 변함없었으니 수지를 따지자면 할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젊은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기뻐 열성껏 강의하고, 상담해주고 그랬다. 덕분에 “일생의 스승을 만났다”는 분에 넘치는 평을 듣는 등 한껏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전에 했던 일과 유관한 일을 하는 것은 좋지만 이미 떠난 곳은 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러스트 김회룡]

전에 했던 일과 유관한 일을 하는 것은 좋지만 이미 떠난 곳은 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러스트 김회룡]

 
다음은 예전 직장 근처는 기웃거리지 말자. ‘오죽 할 일이 없으면…’하는 눈초리도 마뜩잖고, 본인이 아무리 꼰대 의식을 피한다 해도 옛 후배들은 불편하기 마련이다. 전에 했던 일과 유관한 일을 하는 것은 좋지만 이미 떠난 곳은 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전 직장의 계열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적이 있다. 구조조정 소문이 돌더니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도 두 달 연속 정해진 날짜를 넘겨 급여 지급을 미뤘다. 급여를 계산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차라리 쿨하게 나가달라면 흔쾌히 떠날 텐데 이렇게 구차한 소리를 하게 하다니’하는 생각에 당시엔 아주 불쾌했다. 한데 지금 생각하면 선배에게 차마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던 후배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생각이 짧아, 옛 인연을 좇은 탓에 겪은 씁쓸한 기억이다.
 
마지막으로 떠날 때를 알아야 한다. 후배가 하는 어느 출판사에서 기획위원으로 일하던 중 편집자를 줄이려기에 “핵심 인력을 아껴야지”하고는 스스로 물러 나왔다. 그 덕에 이제는 경영 상태가 좋아진 그 후배와는 웃으며 지낸다. 돈 몇 푼에 자리에 연연했다면 그도 난처하고 나 역시 좋은 끝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업테크 3원칙’이라면 노후의 동반자인 친구들을 관리하는 ‘우테크 3원칙’도 필요하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보자. [중앙포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보자. [중앙포토]

 
그 첫 번째는 ‘같은’ 사람과 ‘다른’ 사람으로 이뤄진 모임이 셋은 마련해야 한다. ‘같은’ 사람은 출신 학교, 직장이 겹치는 이들이다. 공통 경험이 있으니 시간 보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단, 아래위 3년, 많아도 5년 이내 사람들과 만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예전 상하 관계가 얽혀 불편해지기 쉬우니 말이다. ‘다른’ 사람은 등산, 낚시, 골프 등 취미로 맺은 인연을 가리킨다. 취미는 같되 지나온 이력이 다르니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다. 이때는 나이는 크게 문제 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으니 온라인 동호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일이다.
 
‘우테크’ 두 번째 원칙은 “밥 한번 먹자”는 사람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현직에 있을 때 이(利)로써 맺어진 경우긴 하다. 우리 사회는 갑을의 피라미드로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누구나 현직일 때는 어쨌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였기 십상이다.
 
이제는 보탬이 될 게 없는 처지인 만큼 “밥 한번 먹자”는 이도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기 마련이다. 거기 목매고 연락 오기를 기다린다면 본인만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 “제가 연락할 테니 밥 한번 먹자”고 한 이가 반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인 경우를 겪고 난 후 깨달은 원칙이다.
 
퇴직 후 하릴없이 지내는 전 동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인들을 챙기자. [일러스트 강일구]

퇴직 후 하릴없이 지내는 전 동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인들을 챙기자. [일러스트 강일구]

 
마지막으로 실패한 사람을 챙겨두면 여러모로 좋다. 잘 나가는 이는 나 말고도 가까이하려 하고, 챙기는 이가 많다. 하지만 넘어진 이들은 그렇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퇴직 후 하릴없이 지내는 전 동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인들에게 밥이라 한 번 사주자. 큰돈 드는 것도 아닌데 효과는 상상보다 훨씬 뛰어나다.
 
몇 년 전 부도를 냈던 지인에게 근사한 저녁을 산 일이 있는데 이 친구는 지금도 그때의 ‘감격’을 이야기하곤 한다. 평생 가까이할 이를 얻은 셈이다. 나 역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줄 이가 있다고 믿는다.
 
나아갈 때를 아는 이는 용감한 사람이고, 물러날 때를 아는 이는 현명한 사람이다. 이제 우리는 용기보다 지혜를 발휘할 때다. 별 뾰족한 내용은 아닐지라도 이 3원칙들이 거기에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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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