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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것처럼 기록하고 일한다” 휴게시간 의무화 한 달, 보육교사 80%는 못 쉰다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아이들 낮잠을 재우고 있다. 낮잠 시간에 잠들지 않는 아이는 따로 놀아주거나, 안아서 재워줘야 한다. [중앙포토]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아이들 낮잠을 재우고 있다. 낮잠 시간에 잠들지 않는 아이는 따로 놀아주거나, 안아서 재워줘야 한다. [중앙포토]

“1시간 쉰 것처럼 근무일지에 사인만 하고, 실제로는 일하고 있어요. 이전하고 달라진 건 전혀 없죠.”
 
경기도의 한 가정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김지원(42ㆍ가명)씨는 지난달 1일부터 시행 중인 휴게시간 의무화 제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매일 오전 8시 30분 출근해 6시까지 일한다. 새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보육교사들도 8시간 이상 일하면 근무시간 도중 1시간의 휴게시간을 가져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만 2세반 담임을 맡고 있는 김씨는 7명의 아이들을 챙긴다. 지난 3월부터 정부 지원으로 보조교사가 배치됐지만, 김씨를 비롯한 보육교사들의 업무를 덜어주지 않는다. 서류상 원장이 담임을 맡은 것으로 돼 있는 반을 맡아 돌본다. 김씨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원장은 매일 근무일지에 1시간씩 쉬었다고 기록하게 했다. 그는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서 미리 기록을 남겨두는 것 같다”라며 “휴게시간 의무화도 보조교사도 보육교사 처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전국보육교사연합회가 지난달 8~31일까지 보육교사 794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80%(624명)가 “휴게시간 1시간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못 쉰다고 응답한 교사들은 김씨처럼 근무일지에는 휴게시간을 매일 1시간씩 가진 것으로 기록했지만 실제로는 못 쉬는 사례가 많았다.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의 점심시간 보육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며 식사지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의 점심시간 보육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며 식사지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1일 새 근로기준법 시행에 따라 보육교사 등 사회복지업 종사자들도 4시간 근무마다 30분씩(8시간 근무하면 1시간) 휴게시간이 의무화 됐다. 사업주(어린이집의 경우 원장)가 근로자에게 휴게시간을 제공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일반적인 근로자는 보통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고, 근무 도중에 점심 식사를 한다. 이 경우 점심 시간 1시간을 휴게시간으로 간주해 달라지는게 없다. 하지만 보육교사 같은 돌봄 노동자들은 점심식사 때도 아이들의 식사 지도를하며 같이 먹고, 아이들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기 어려워 휴게시간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자 정부는 법 시행을 보름 앞두고 보조교사 6000명을 추가 채용해 휴게시간 동안 담임 교사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조교사 채용은 지지부진하다. 또 보조교사가 배치되더라도 원장이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아예 휴게시간을 적용하지 않는 어린이집도 있다. 전북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이소연(40ㆍ가명)씨는 “원장에게 휴게시간 의무화에 대해 물었더니 ‘올해는 적용안되고 내년부터 하는거다’라고 이야기해서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어린이집연합회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육교직원 휴게시간 적용 지침. "근로계약상 휴게시간이 명시돼 있는데 본인이 휴게시간동안 열심히 일을 하였다면 상관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자 제보]

수원어린이집연합회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육교직원 휴게시간 적용 지침. "근로계약상 휴게시간이 명시돼 있는데 본인이 휴게시간동안 열심히 일을 하였다면 상관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자 제보]

보육교사연합회의 설문조사에서 휴게시간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나머지 20%(152명)에게 “어떤 식으로 쉬고 있느냐”는 질문했더니 “억지로 쉬기는 하지만 업무량이 늘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른 반 교사와 교대로 쉬면서 휴게시간에 다른 반과 합반한다. 돌봐야 할 아이들이 2배로 늘어 너무 힘들다”, “낮잠시간 다른 반 영아들과 합반하는데 다른반 교사가 들어와 재우니 아이들이 잠을 잘 안 자려 한다” 는 등의 불만이 나왔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조사대상 보육교사의 81%는 “근무도중 1시간 휴게시간 가지기 보다는 하루 8시간 근무 뒤 퇴근하는 근무제를 원한다”고 답했다. 김명자 보육교사연합회 대표는 “보육교사들은 일일 평균 10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지쳐있는 보육교사들에게 휴식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근무 도중 무조건 1시간 쉬라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근무도중 1시간 휴게시간을 주는 대신 보육교사들이 하루 8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이 좋아야 그만큼 보육의 질도 높아진다”라고 강조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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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