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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사슬 흔드는 폭염…유럽 농가 직격탄에 채소 가격 80%↑

독일 농가는 폭염과 가뭄으로 밀 수확량이 30%가량 줄어들어 파산 위기를 겪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 농가는 폭염과 가뭄으로 밀 수확량이 30%가량 줄어들어 파산 위기를 겪고 있다. [EPA=연합뉴스]

 40도를 넘는 고온이 이어지는 유럽에서는 기후 변화가 곡물과 채소, 가축 등 인간의 먹거리 사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뭄으로 곡류와 채소의 수확이 줄면서 관련 제품의 가격이 오르고, 치즈 등 유제품 부족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가축을 먹일 신선한 풀이 부족해 농가가 겨울용 비축분을 당겨 쓰면서 폭염의 여파는 겨울까지 번질 조짐이다.
 
 여름철 이상 고온을 초래한 기후 변화는 유럽에서 겨울철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한파가 몰아치는 악천후를 몰고 왔다. 이로 인해 작물 파종이 늦어졌는데, 뜨거운 여름이 일찍 찾아오는 바람에 작물이 제대로 자랄 기간 자체가 줄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인간의 먹거리가 위협받을 수 있는 셈이다.
가뭄이 심해지자 스위스 군이 산지의 소에게 먹이기 위해 물을 헬기로 실어나르고 있다. [AP=연합뉴스]

가뭄이 심해지자 스위스 군이 산지의 소에게 먹이기 위해 물을 헬기로 실어나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일 베를린 남부의 농민 토마스 게르베르트는 자신의 밭을 바라보며 “마치 사막 같지 않냐"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이미 5~6월에 기온이 30도를 넘어선 독일에선 가뭄으로 밭이나 들판이 온통 갈색으로 변했다. 4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게르베르트의 동료는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게르베르트는 올해 밀 농사에서 평년보다 3분의 1 줄어든 양을 수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름을 얻기 위한 씨앗 수확은 절반 아래로 감소할 전망이다. 그는 “들판이 너무 메마르고 먼지로 가득 차 있어 내년에 종자를 뿌리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폭염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그가 기르는 젖소 2500마리가 먹을 푸른 풀이 부족하다.
 
 폴란드에서도 6만6000개 농장이 가뭄 피해를 봤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등 발트 해 인근 국가는 국가 자연재해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독일 전국농민연합의 조아킴 크루위드 대표는 “농민들이 작황이 너무 안 좋아 농작물을 갈아엎고 있다"며 “유럽연합(EU)에서 곡물 생산 2위인 독일의 농민들이 파산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농민연합 측은 강 등에서 물을 임시로 퍼 쓸 수 있도록 해주고 마른 벌판의 가축에 사료를 운반하는 비용을 긴급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유럽에서 밀 생산량 1위인 프랑스는 혹서가 닥치기 전 집중 호우가 내려 홍수로 인한 피해도 발생했었다. 프랑스에서만 전년 대비 밀 수확량이 310만톤가량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가뭄 피해를 겪는 스페인 농부들이 정부가 물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채소를 기를 수 없어 생필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실업이 발생한다고 호소하며 시민들에게 공짜 채소를 나눠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가뭄 피해를 겪는 스페인 농부들이 정부가 물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채소를 기를 수 없어 생필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실업이 발생한다고 호소하며 시민들에게 공짜 채소를 나눠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기후 요인으로 수확에 차질이 생기면서 밀 가격은 뛰고 있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빵 등 관련 제품 가격도 오르게 된다. 채소 가격 등은 벌써 천정부지로 올랐다.
 영국 잉글랜드 지역은 올여름 50일 넘게 비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이어졌다. 양상추는 수확량이 25%가량 줄면서 평균 도매가가 지난해 대비 22% 상승했다. 더위에 기르던 양상추가 손상을 입자 대형 마트에 납품 계약을 맺은 농가들은 부랴부랴 수입선을 찾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당근 수확량도 30% 감소할 것으로 보여 평균 도매가가 55%가량 뛰었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는 기온이 너무 높으면 제대로 자라지 않아 각각 가격이 37%, 81% 비싸졌다. 양파 도매가격도 전년 대비 55% 올랐다.
영국에서 고온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풀이 모두 갈색으로 변했고 땅이 갈라져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에서 고온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풀이 모두 갈색으로 변했고 땅이 갈라져 있다. [AP=연합뉴스]

 들판에 풀이 자리지 않기 때문에 영국 농장에선 겨울에 사료로 쓰려고 저장해놓았던 건초 등을 꺼내 가축을 먹이고 있다. 사료가 충분하지 않은 농장에선 가축을 도살장으로 보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영국에선 1976년 여름 올해와 비슷하게 건조했었다. 당시 정부는 가뭄 담당 장관직을 신설해 대응에 나섰지만,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었다. 하지만 당시와 올해가 다른 점은 지난겨울이 이례적으로 추웠다는 점이다. 이상 한파가 몰아치면서 지난 3월에도 폭설이 내렸다.
 
 영국 전국농민연합 소속 가이 스미스는 “겨울철에 비가 많이 오고 추위가 닥치면서 작물 파종 시기가 예년보다 늦어졌다"며 “그런데 6~7월부터 가뭄과 고온이 이어지면서 농작물이 제대로 자랄 기간 자체가 짧아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양파를 재배하는 킴 엘컴은 “비가 내리길 기원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땅이 말라선 비가 내려도 흡수되지 못하고 흘러가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로 잔디가 죽어 가축이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우유 생산량도 타격을 입는 중이다. 치즈ㆍ버터ㆍ요구르트 등 생필품의 가격이 잇따라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농민연합 관계자는 “보통 10~11월에 겨울용 저장 사료를 꺼내 먹이는데 이미 여름철에 가축에 겨울 식량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는 사정이 나은 동유럽 국가에서 가축용 건초를 수입하느라 분주하다.
가뭄으로 물이 줄어 바닥을 드러낸 라인강 [로이터=연합뉴스]

가뭄으로 물이 줄어 바닥을 드러낸 라인강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라인 강 등에선 수온이 올라 민물고기가 질식하기 시작했다. 독일 함부르크시 당국은 연못 등에서 죽은 물고기 5톤을 수거했고, 소방관들이 연못이나 호수에 물을 쏟아붓고 있다.
 
 폭염으로 반사 이익을 보는 작물도 있다. 독일 포도 산지는 남쪽에 있는 이탈리아보다 수확이 수주 늦어 와인 제품 출시가 늦었는데, 올여름 더위로 이 기간이 3주 가량 당겨졌다. 뜨거운 햇볕이 작황에 도움이 되는 체리와 라즈베리 등은 더 달고 보기 좋은 열매를 맺을 전망이다. 사과 등 단단한 과일도 크기는 작아지지만 당도가 높아진다.
 
와인 산지의 포도 농장은 더운 여름으로 수확 시기가 계속 빨라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100년 만에 가장 빠른 수확을 기록했다. [AP=연합뉴스]

와인 산지의 포도 농장은 더운 여름으로 수확 시기가 계속 빨라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100년 만에 가장 빠른 수확을 기록했다. [AP=연합뉴스]

 알로이스 그레이크 독일 의회 농업위원장은 “곡류와 낙농 분야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폭염이 반복되면 인간 생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극한 고온에 이어지는 집중 호우, 그리고 겨울 한파가 기후 변화의 양상이라고 지적한다. 기후 변화의 원인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 등 인간의 활동이 꼽히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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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