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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FDA 뚫었는데 … 국내 규제 막힌 1회용 수술기구

수술용 핸드 피스를 만드는 의료기기 생산업체 알로텍 고정택 대표. 이 회사는 100만 달러 수출을 기록 했지만 국내에선 규제에 막혀 핸드 피스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수술용 핸드 피스를 만드는 의료기기 생산업체 알로텍 고정택 대표. 이 회사는 100만 달러 수출을 기록 했지만 국내에선 규제에 막혀 핸드 피스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국에선 규제 문턱 넘기가 기술 개발보다 더 어렵네요.”
 
지난달 31일 만난 고정택(47) 알로텍 대표는 물을 들이켜고 나서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알로텍은 인공관절 등 외과 수술 때 사용하는 무선 핸드 피스(뼈에 구멍을 내거나 자를 때 쓰는 기기)를 개발하는 의료기기 업체다. 고 대표는 “일회용 핸드 피스를 사용하면 재사용으로 인한 2차 감염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어 일회용 주사기처럼 해외에선 시장이 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지난해 1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4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1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그런데도 알로텍의 무선 핸드 피스는 국내에선 단 한 대도 팔리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보험료 산정 문턱을 넘지 못해 병원 사용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7년 중순부터 올해 6월까지 심평원으로부터 세 번째 (보험료) 산정 보류 판정을 받았다”며 “국내에서 일회용 핸드 피스에 대한 보험료를 지급한 전례가 없다는 게 심평원의 논리”라고 말했다.
 
심평원의 보험료 산정은 그가 두 번째로 넘어야 할 규제 문턱이었다. 고 대표는 “개발비와 제작비를 고려하면 최소 30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국내 판매를 앞당기기 위해 15만원으로 가격을 낮췄으나 허가받지 못했다”며 “비보험으로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일회용 의료기기 허가를 받는 과정도 간단치 않았다. 고 대표는 “식약처가 일회용 핸드 피스를 승인한 전례가 없어 관련 고시까지 바꿔 국내 1호 일회용 핸드 피스로 허가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식약처 최종 허가까진 1년6개월 정도 걸렸다. 그는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데는 6개월 정도가 걸렸다”며 “미국은 승인이 불가능한 의료기기만 아니면 뭐든 허가를 해주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지만 국내는 이에 대한 원칙도 없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의료기기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1995년 의료기기 제조업체 대웅메디컬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다 2004년 알로텍을 창업했다. 이후 10년 넘게 일회용 핸드 피스 단일 품목에 주력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 중 2차 감염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보고 일회용 핸드 피스 개발을 시작했다는 그는 “2차 감염으로 30년 넘게 항생제를 먹는 분들도 봤다”고 했다.
 
“기억하시겠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사기를 소독해서 재사용했어요. 그게 일회용으로 대체되면서 감염률이 확 줄었잖아요. 일회용 주사기처럼 감염 우려를 막을 수 있는 일회용 핸드 피스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핸드 피스 세계 시장 규모는 3조원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 의료기기 업체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과 일본·대만 업체가 앞다퉈 일회용 핸드 피스를 출시하고 있다. 알로텍은 지난해 미국 의료기기 업체 아이래미디와 5600만 달러(631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했지만 무산 위기에 놓였다. 고 대표는 “미국 업체가 한국 내 판매 실적 자료를 요청하고 있지만 판매 자체가 막혀 있어 보내줄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절벽에 내몰린 심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외국 바이어나 의사들이 ‘왜 한국에선 판매를 안 하느냐’고 물어요. 우리 제품을 써본 미국 의사는 (한국) 정부에 제출하라고 추천서를 써주기도 했어요. 답답하기만 합니다.”
 
알로텍은 무선 핸드 피스 개발에 그동안 80억원을 투자했다. 고 대표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전자칩 등 7가지 특허가 핸드 피스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KOTRA는 알로텍을 수출혁신기업으로 선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기술력을 인정해 6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해외에서 인정받으면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이제는 좀 막막합니다. 안되면 접어야죠. 하지만 눈물 젖은 빵 먹어 가며 의료기기 개발하는 후배들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답답하네요.”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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