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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의 시선] 마린온 참사와 국방부의 "정치적 거래" 의혹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제헌절이자 초복(初伏)이었던 7월 17일 군부대에서 또 안전 참사가 발생해 자식을 군대에 보낸 많은 부모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경북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해병대 소속 MUH-1 마린온(한국형 상륙 기동헬기)이 추락해 장병 5명이 산화했다.
 
참사 다음 날 군은 자체적으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렸으나 유족들은 졸속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유가족 추천 위원 절반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다시 꾸리기로 했다. 그러나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마린온 참사 와중에 조카 박재우 병장(20)을 잃은 숙부 박영진(변호사) 씨는 “(경찰과 검찰이 원인을 밝혀주는) 민간 사고와 달리 군부대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유가족은 정확한 사정을 알 수도 없다”며 답답해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 군 일각에서는 마린온의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방산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필자는 마린온 참사가 발생한 이후 “언젠가는 이런 사고가 터질 것 같아 걱정했다”는 취지의 제보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군 관계자들과 국방 전문가를 접촉하고 국회 속기록을 다각도로 뒤져봤다. 몇 가지 주목할만한 내용을 발견했다.
 
당초 상륙 기동헬기는 해군과 해병대가 모두 작전에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고 한다. 마린온 도입 사업은 2008년 합참이 군의 소요 제기를 확정하면서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6328억원을 들여 포항의 해병대 1사단 옆에 있는 해군 6항공전단에 마린온 28대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국방부(합참)는 2012년 초쯤 마린온을 해군이 아닌 해병대에 배치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국방부는 왜, 어떤 이유로 정책을 '급변침’했을까.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 한 달 뒤에 취임한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방개혁 차원에서 육·해·공군의 지휘체계를 일원화하는 ‘상부 지휘구조 개편’(통합군 사령부 창설)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런데 육군이 선호하는 이 방안을 해·공군뿐 아니라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자 국방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고민 끝에 국방부는 18대 국회(2008~2012) 후반기 국방위원회 소속 A 의원 설득에 나선다. A 의원은 당시 상부 지휘구조 개편에 상대적으로 덜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A 의원은 ‘해병대가 해군에서 독립하고 해군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독자적인 항공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해병대의 목소리를 지지해왔다고 한다. 이런 역학 관계를 간파한 국방부는 당초 해군에 보내려던 마린온을 해병대에 보내 A 의원의 마음을 얻고, 대신 A 의원이 국방부의 상부 지휘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야당을 잘 설득해주길 기대했다고 한다. 일종의 ‘정치적 거래’ 시도였던 셈이다.
 
결국 국방부(합참)는 마린온을 해군이 아닌 해병대로 보내기로 2012년 방침을 수정했다. 그런데 막판에 A 의원은 “야당 당론이 반대라 어쩔 수 없다”며 발을 빼면서 국방부의 상부 지휘구조 개편 노력은 무산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은 사석에서 농반진반으로 “A 의원에게 속았다”며 씁쓸해했다고 한다. 이후 19대 국회에서 국방위원이 된 김성찬 전 해군참모총장은 “국방부가 (해군이 소요 제기한 마린온을 해병대로 보내는) 엉터리 보고서를 만들었다”며 국방부를 질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해병대 측은 "마린온 도입 사업 단계별로 적법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A 의원도 "해군에 예속된 해병대를 해군에서 독립시키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했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해군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국방개혁과 군 전력 강화 차원에서 설득했다. 하지만 상부 지휘 구조 개편이나 마린온 도입 사업과 관련해 정치적 거래는 없었다"고 반론을 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해병대는 6년만인 지난 1월 마린온 2대를 인도받아 항공대를 출범했으나 불과 6개월 만에 5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대형 참사가 터졌다.
 
그렇다면 국방부는 마린온을 해군에서 해병대로 넘겼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안전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충분히 대비했을까. 당시 국방부 의사결정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작전 효율을 내세워 독자적인 항공대를 보유하길 바랐던 해병대의 숙원을 고려하더라도 해병대가 마린온을 넘겨받은 이후에 헬기 관리와 운용, 안전 정비 능력이 제대로 있을지 당시 국방부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수십년간 노하우를 갖춘 해군에는 조종사가 250여명, 정비사는 780여명이나 된다. 반면 해병대는 해군에서 넘겨받고 새로 충원한 인력을 포함해도 현재 조종사와 정비사가 각각 40여명뿐이다. 
국방 예산 여력이 충분하고 효율적 작전에 꼭 필요하다면 해군이든 해병대든, 상륙 기동헬기든 다른 첨단 무기든 보유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안전사고 대비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마린온 도입 관련 의사결정 과정을 복기해보면 결과적으로 국방부는 정치적 거래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장병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를 소홀히 취급했다는 의구심을 사게 됐다. 해군과 해병대 사정에 두루 밝은 한 전직 장성은 “당초 추진한 대로 조종사와 정비 능력을 충분히 갖춘 해군 6항공전단에 마린온을 배치했으면 어처구니없는 대형 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해병대에 따르면 새로 꾸린 진상조사위원회가 조만간 출범한다. 마린온 참사의 원인이 도입 초기에 발생한 기계 결함 때문인지, 정비 불량인지, 또 다른 원인이 있는지는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 조사 과정에서 국방부의 정책 판단 오류, 정치적 거래 의혹,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둘러싼 ‘자군 이기주의’가 안전 참사에 직간접적으로 어떤 작용을 했는지도 철저히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장세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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