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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어택] 국보급 투수와 국보급 감독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야구에는 “8대7 경기가 가장 재밌다”는 얘기가 있다. 이른바 ‘케네디 스코어’다. (미국 야구에 정통한 이들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이런 얘길 한 적이 없으며, 1980년대 한국에서 만들어진 거라고 주장한다. 반면 펠레는 ‘펠레 스코어’로 불리는 3대2 경기가 축구에서 가장 재밌다고 실제로 말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야구에서 1대0 경기가 가장 재밌다. 전제 조건이 있다. 1점을 낸 쪽이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KIA의 전신)여야 한다. 이유는 이렇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해태 팬이었던 내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선동열이 해태에 입단한 85년부터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로 떠나기 전인 95년까지다. 그 시절 해태는 많은 경기를 이렇게 이겼다. 톱타자 이순철(93년 이후 이종범)이 살아나간 뒤 두 번의 도루를 거쳐 홈까지 밟는다. 그렇게 1대0이 되면 해태 팬들은 “선동열”을 연호한다. 선동열이 마지 못하는 척 기지개를 켠다. 이어 불펜으로 향한다. 그의 등장만으로, 스트레칭만으로, 몇 번의 캐치볼만으로 파장 분위기다. 해태 팬에게 1대0 승리는 더할 나위 없는 짜릿함이었다.
 
사실 중요한 건 1대0이 아니라, 선동열이다. 프로야구 38년 역사에서 이런 존재감의 선수가 있었던가. 시즌 평균자책점(0.78, 93년), 시즌 최다 완봉(8회, 86년), 통산 평균자책점(1.20), 통산 완봉(29회), 통산 승률(0.785) 등은 여전히 넘보기 힘든 기록이다. 선수로만 빛났던 게 아니다. 2004년 말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에 오른 선동열은 2005, 0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했다. 그 이후의 삼성과 2011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KIA에서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어쨌든 선수와 감독으로 각각 두 번 이상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그런 선동열의 야구 인생에서 요즘처럼 험했던 시절이 있었을까 싶다.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 인터넷 기사에는 댓글마다 비난과 조롱, 욕설이 난무한다.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인 그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나서부터다. 실력 대신 외부적 이유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게 여론이다. 선수로(2002 한·일 월드컵 4강), 지도자로(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성공 가도를 달리다가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의리 축구’로 한 번에 무너진 홍명보를 보는 기분이다. 그때도 여론은 지금과 비슷한 이유로 홍명보를 비판했다. 아시안게임 개막까지 12일 남았다. 아직은 바로 잡을 기회가 있다. 국보급 투수가 국보급 감독은 고사하고 ‘욕받이’ 감독이 돼서야 쓰겠나.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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