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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보통 일자리’ 줄이는 최저임금 실험

문희철 산업부 기자

문희철 산업부 기자

지난달 17일 경북 영천의 한 중소기업에서 만난 김모(42)씨는 20대 시절 한 직장에서 일하지 못했다. 놀기 좋아한 까닭에 유혹이 있거나 심사가 뒤틀리면 일이 있으면 직장을 그만두곤 했다. 그렇게 십수 년을 살았더니 동네 기업들은 그가 일 좀 하겠다고 문턱만 밟아도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아버지의 지인이 운영하던 이 중소기업 덕분에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았다. 7년 전 이곳에 취직해 많지 않은 월급이나마 받아 좋아하는 막걸릿잔 채우며 나름 행복하게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월급을 받던 이 공장도 지난달 문을 닫았다. 이번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서 사업주가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씨가 하던 일은 정부가 많이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다. 마음먹으면 크게 어렵지 않게 일할 수 있는, 그래서 진입장벽도 낮은 ‘보통’의 일자리가 사라져서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가장 많이 줄어드는 건 바로 이런 평범한 일자리다.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적게 벌어서 적게 쓰면서 살아가려는 김씨와 같은 사람에겐 대기업 이상으로 소중한 직장이다. 정부도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이런 일자리가 줄어드는 걸 모르진 않는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2019년 최저시급을 8350원으로 확정 고시했다.
 
정부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는 심각하다. 정부가 최저임금 실험을 본격 시작한 올해 거의 모든 고용지표가 악화일로다. 상반기 취업자 증가 폭(14만2000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36만 명)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음식점·주점업에 종사하는 상용 근로자는 29분기 만에 처음 줄었고(-1598명), 아르바이트생 등 직원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자영업자(403만9000명·6월)는 6개월 만에 4.3% 증가했다.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임시·일용직은 4분기 만에 증가(3394명)하면서,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1분기 소득(81만원)은 2003년 이래 가장 많이 줄었다.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이렇게 작은 기업들이 여럿 모여서 지역 경제를 책임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제너럴모터스(GM)·크라이슬러에 납품하던 영세 부품사가 대거 몰락하자 미국 디트로이트는 실업률이 17%를 넘어섰다. 그해 디트로이트에선 인구 10만명당 2430건의 절도와 2064건의 빈집털이, 764건의 강도, 46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보통’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한낮 기우이길 바라지만, 어느 날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닥칠지 말란 법 없다.
 
문희철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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