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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연설 중 상공서 수차례 폭발음 … “드론 운반 폭탄”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장에서 도열해 있던 군인들이 폭발이 일어나자 대피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군인 7명이 부상을 당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장에서 도열해 있던 군인들이 폭발이 일어나자 대피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군인 7명이 부상을 당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AFP=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드론을 이용한 폭탄 공격을 받았다. 개인 취미와 택배 등에서 활용도가 커지며 이제 일상이 된 드론이 요인 암살은 물론 테러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며 전 세계에 ‘드론 주의보’가 내려졌다.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마두로 대통령이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연설을 하던 도중 갑자기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놀란 마두로 대통령 부부와 관료들이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고스란히 TV로 중계됐다.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이 신속히 방탄 장비로 대통령을 감싸고 마두로 부부가 긴급히 피하는 모습도 찍혔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정보부 장관은 “대통령이 연설하던 인근 상공에서 몇 차례의 폭발이 있었다”며 “수사 결과 폭발물을 운반하는 드론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또 “대통령 부부는 다치지 않았지만 군인 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행사장과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산다는 주민 카를로스 훌리오 로하스는 “두 차례의 큰 폭발 소리를 들었으며 집안의 벽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며 “군인들이 길 건너편으로 달려가는 것을 봤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엘우니베르살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약 3시간이 지나 대국민 연설을 하고 “내 앞에서 비행체가 폭발했으며 나를 암살하려는 시도였다”고 직접 밝혔다. 그러면서 “후안 마누엘 산토스(콜롬비아 대통령)가 이 공격의 배후에 있으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이번 공격에 자금을 댄 사람의 일부는 마이애미에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테러 단체와 싸우길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미국과 콜롬비아가 베네수엘라에서 테러를 일으켰다는 비난이다.
 
마두로가 이웃 나라인 콜롬비아의 산토스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친미 우파가 정권을 잡고 있는 이 나라와 반미 선봉장이었던 베네수엘라가 오랫동안 반목해 왔기 때문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콜롬비아 정권이 미국을 등에 업고 중남미 좌파 정권들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그러나 콜롬비아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외교적 갈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배후를 자처한 반정부단체도 나왔다. 이들은 SNS에 “사람들이 굶주리고 병자에게 약이 없고 교육이 망가진 상태에서 정부가 공산주의만 세뇌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공격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사실인지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AP·가디언 등 외신은 “현지 소방관들은 인근 아파트에서 가스통이 폭발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13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은 마두로 대통령은 반미 좌파의 길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엄청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나라가 파탄 직전에 처하자 지난해부터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고향을 등지는 사람도 점점 늘어 브라질 등 이웃 국가에선 ‘베네수엘라 난민’이 골칫거리가 된 형편이다.
 
반정부 시위가 점점 격화해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는데도 마두로 대통령은 독재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경제 파탄의 이유를 “미국의 제재 탓”으로 돌린 채 지난 5월 조기 대선을 치러 재선에 성공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지난해 6월에는 대법원과 내무부를 겨냥한 헬리콥터 공격이 벌어지기도 했다. 배우로 활동했던 경찰관 오스카르 페레스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벌인 일이었다. 일각에선 공포심을 자극해 지지세력을 규합하려는 마두로 대통령의 자작극이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마두로는 당시에도 “미국이 배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2015년 일본에서는 원전 재가동 정책에 반대하는 한 남성이 총리관저에 드론을 날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후쿠시마 지역에서 방사능물질에 오염된 토양을 구해 담은 드론이었기에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 베네수엘라에선 드론이 ‘경고용’을 넘어 아예 ‘공격용’으로 쓰인 셈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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