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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에 불켜지는 강남 독서실 세미나실

지난 3일 오후 10시. 서울 도곡동의 한 프리미엄 독서실 내 세미나실에 학생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학생들이 자리에 앉자 40대 남성이 화이트보드를 끌어다 고2 수학 강의를 시작했다.
 
독서실 매니저인 정모(26)씨는 “인근 학원의 강사와 학생들이 오후 10시께 학원에서 세미나실로 자리를 옮겨 수업을 계속한다”며 “수업은 자정을 넘겨 독서실 문을 닫는 오전 1시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독서실이 학원이나 개인과외 강사들의 ‘불법 교습’ 장소로 운용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사교육 과열을 막기 위해 2008년부터 오후 10시 이후 학원 영업을 금지하고, 이어 지난해 7월부터는 오후 10시 이후 개인과외도 금지시키자 단속을 피하기 위한 장소로 프리미엄 독서실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프리미엄 독서실에는 기존 독서실의 ‘칸막이 책상’ 외에도, 사방이 밀폐된 1인실이나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 등이 있다. 세미나실은 학생 3~5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원형 탁자와 화이트보드가 비치 돼 강의실과 구조가 비슷하다. 한달 사용료도 프리미엄 독서실은 18만~30만원으로, 일반 독서실 사용료(15만원 내외)보다 다소 비싸다.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2013~2018년(7월 기준)까지 5년간 신규 설립한 독서실 현황을 집계한 결과, 2013년 33%에 불과했던 프리미엄 독서실의 비중이 올해 75%로 뛰어올랐다.
 
불법 교습은 주로 프리미엄 독서실의 세미나실에서 이뤄진다. 오후 10시 문을 닫아야 하는 학원과 달리 프리미엄 독서실은 평일 오전 1시, 주말 오전 2시까지 문을 여는데 이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교습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학원과 독서실이 계약을 맺고 오후 10시 전후로 강사와 학원생들이 한꺼번에 독서실로 옮겨오는 경우다. 두 번째는 과외 강사가 특정 세미나실을 계약하는 경우다. 이곳에서는 그룹과외를 할 학생을 모집하는 일도 공공연히 벌어진다. 실제로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수만휘나 오르비 게시판에는 ‘○○ 독서실 △△점에서 수학 과외 참여 인원을 모집한다’는 식의 공고가 여러 개 올라 있다.
 
학생들은 이같은 독서실에서의 추가 교습이 워낙 흔한 일이라 불법인지조차 몰랐다는 입장이다. 고2 최모(서울 도곡동) 양은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독서실에서 자습도 하고 새벽까지 영어·수학 과외도 받고 있다”면서 “다른 세미나실에서는 논술 그룹과외도 진행되는 등 소규모 과외가 워낙 많아 괜찮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오후 10시 이후 학원 영업 및 과외 금지’에 대해 알면서도 추가 교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대치동 교육컨설턴트인 김은실 세븐멘토 대표는 “수학·과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초·중생이나 영재학교 입시를 앞둔 중3 등은 공부 시간이 부족해 추가 교습이 필요하다”면서 “학부모들도 오후 10시 이후에 강사가 인근 독서실에서 계속 수업 해주는 곳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학원과 개인과외 불법 교습에 대한 단속 권한이 있는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독서실 내 수업’에 대해 “현재로서는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독서실은 학습 공간을 대여했을 뿐이라 불법 영업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불법 교습을 입증하려면 오후 10시 이후 수업이 이뤄지는 현장을 적발하고 금전적 대가가 오갔는지도 확인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교육지원청과 실태조사 등을 통해 변종 영업을 확인하고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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