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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시리아 소년 … 난민은 악마가 아니다

영화 ‘주피터스 문’. 초능력 장면은 배우가 직접 30~40m 와이어에 매달린 채 촬영됐다. [사진 엣나인]

영화 ‘주피터스 문’. 초능력 장면은 배우가 직접 30~40m 와이어에 매달린 채 촬영됐다. [사진 엣나인]

국경을 넘던 시리아 난민 소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다음 장면, 죽은 줄 알았던 소년의 몸이 서서히 공중에 떠오른다. 2일 개봉한 영화 ‘주피터스 문’은 유럽 난민 문제에 독특한 상상을 보탠 SF 판타지다. 초능력을 내세웠지만, 장르적 쾌감을 좇은 여느 히어로 영화와는 다르다. 주인공 소년 아리안(솜버 예거 분)에게 갑자기 생긴 하늘을 나는 능력은, 이 땅에 발붙일 곳 없는 그의 가혹한 처지를 새삼 일깨운다. 이 영화로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던 헝가리 감독 코르넬 문드럭초(43)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유럽사회가 고민해온 난민 문제를 판타지로 풀어냈는데.
“이 영화는 뭔가를 가르치려드는 얘기가 아니다. 하늘을 나는 소년에 관한 동화다. 무엇보다 사랑의 힘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런 변화의 상징이 되는 인물이 부패한 헝가리 의사 스턴(메랍 니니트쩨 분)이다.”
 
스턴은 아리안의 초능력을 돈벌이에 이용하려다 점점 진심으로 그를 돕게 된다. 
“의사들은 타인을 돕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이다. 이 본분을 잊으면 그들의 삶은 무의미해진다. 이 변절한 의사는 현시대 유럽의 서글픈 인간상을 대변한다.” 
 
문드럭초 감독

문드럭초 감독

영화는 헝가리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2010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우파 정권은 2015년 국경에 난민 방지 철책을 세우고 경찰병력을 파견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 수용 제도를 펼쳐온 유럽연합(EU)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문드럭초 감독은 아리안 역에 실제 시리아 난민 출신 비전문 배우를 기용하려 했지만, 관료주의적인 장벽 탓에 불가능했다고 한다.  공중부양 능력을 택한 이유론 “이 시리아 난민 소년이 천사의 얼굴을 한 슈퍼히어로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했다.
 
‘주피터스 문(Jupiter’s Moon)’의 뜻은.
“목성(주피터) 주위를 도는 67개 위성 중 새로운 생명체의 발상지가 될 수 있다고 알려진 위성 ‘유로파’를 의미한 것이다.”
 
헝가리 도심 상공에 날아오른 아리안의 존재는 혹자에겐 천사의 재림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혼란을 야기하는 악마로도 간주된다. 정작 그 자신은 헤어진 아버지를 찾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하철역·고가도로 위를 정신없이 부유하는 그의 모습을 롱테이크, 360도 카메라 회전 등으로 포착한 장면들은 유려한 영상미와 함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CG(컴퓨터그래픽)로 매만진 여느 판타지 영화와 달리 배우가 직접 30~40m 높이 와이어에 매달려 연기했다. 문드럭초 감독은 “이 기적 같은 이야기를 땅에 발붙이게 하기 위해 CG를 일체 배제했다”고 밝혔다.
 
사회 문제를 초현실적 이야기에 담아 지극히 현실적인 영상으로 펼쳐내는 건 그의 주특기. 전작 ‘화이트 갓’은 학대당한 길거리 개들의 역습을 그려 2014년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대상과 팜도그상(최고 연기를 보여준 견공에게 주는 상)을 받았다. 그는 “리얼리즘은 믿지 않는다. 진실은 언제나 현실 너머에 있다”고 했다.
 
그의 할리우드 진출작 ‘디퍼’는 새로 발견된 깊은 해구로 향하는 전직 우주 조종사를 그리는 SF 스릴러다. 브래들리 쿠퍼, 갤 가돗이 출연한다. 그는 “인간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를 탐구한 영화”라 설명했다. ‘주피터스 문’의 주제도 다르지 않다. “난민 문제는 매우 복잡합니다. 간단히 해결할 수 없죠. 그러나 잊어선 안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와 스스로의 인간성을 말살하거나, 우리에게 도움을 청한 이들을 악마로 몰아선 안 된다는 것 말입니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 제목처럼,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니까요.”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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