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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에 빠져 교사 명퇴, 보따리 장사도 내겐 행복

기자
더오래 사진 더오래
[더,오래] 인생환승샷(42) 음악선생에서 대학강사로, 강연희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G대 강사로 10여 년 넘게 지내면서도 교내에서 찍은 사진 한 장 없었다. 그래서 맘먹고 나선 2016년 5월, 행복함에 아우성치는 찬란한 봄볕을 즐기고 있다. [사진 강연희]

G대 강사로 10여 년 넘게 지내면서도 교내에서 찍은 사진 한 장 없었다. 그래서 맘먹고 나선 2016년 5월, 행복함에 아우성치는 찬란한 봄볕을 즐기고 있다. [사진 강연희]

 
40대 중반에 인생 환승을 했다. ‘철밥통’이었던 공립학교 음악선생이 국악이론을 가르치는 대학 강사가 됐다. 강사의 삶은 늘 간당간당해서 줄타기하는 어름사니와 견줄 만하다. 하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아무나 못 한다는 인생환승을 해서가 아니다. 환승은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대학 때 피아노를 전공했다. 졸업은 어쩌다 했는데 딱히 오라는 데도 남다른 재주도 없었다. 그래서 똑 부러진 교육관도 없이 교사가 되었다. 양심의 좌충우돌을 십여 년 겪으면서 선생다운 선생으로 변해갔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배운 장구를 통해 한국음악에 눈떴다. 퇴근 후 날마다 풍물전수관과 국악원을 오가며 장구, 판소리, 아쟁 등을 배웠고 자정이 다 되어 집에 갔다. 이 시간이 또 다른 삶을 살게 할 줄 상상하지 못한 채, 십여 년이 그렇게 또 흘렀다.
 
삶의 환승은 슬프게(?) 찾아왔다. 국악에 빠져 지내면서 한적한 시골에 문화공간 같은 찻집을 갖고 싶었다. 그러다 호수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살던 집을 팔고 대출을 받아 흙집을 짓기 시작했다. 집이 완성될 때쯤 몇 가지 일이 잘못되어 마무리할 수 없게 되었다. ‘청천벽력’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었다. 집은 눈물 속에 철거되었고 1억 가까운 빚만 남았다. 빚은 1997년 IMF 때 이자가 치솟으며 눈덩이처럼 커졌다.
 
2002년 교사풍물패 공연에서 설장구 연주하는 모습. 1990년 초 시작한 장구는 이 때쯤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사진 강연희]

2002년 교사풍물패 공연에서 설장구 연주하는 모습. 1990년 초 시작한 장구는 이 때쯤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사진 강연희]

 
그 와중에도 국악이론을 공부하기 위해 석사과정에 들어가 졸업했다. 석사 졸업 후 빚은 카드로 돌려막기에도 한계가 있어 명예퇴직을 생각하게 됐다. 퇴직을 쉽게 결정한 것은 빚 청산과 석사 후에도 남는 아쉬움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박사과정에 들어가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이런 희망이 없었다면 지금도 학교에 남아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시간은 걸렸지만 박사과정에 합격했고 바람대로 열심히 공부했다. 졸업하면서 본격적인 보따리 장사, 즉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다행히 석사를 했던 모교에서 요청을 받아 다시 선생이 됐다.
 
뒤돌아보면 참 무모했다. 까닭은 박사까지 공부할 때 교수가 되겠다거나 대학에서 강의하겠다는 어떤 계획도 없었다. 그냥 장구를 치는 것만큼 국악이론이 재밌었고, 객관적 논증과 자료로 자신의 견해를 펼치는 논문 쓰기가 좋았을 뿐이다. 
 
단순한 성격 탓이다. 무언가 꽂히는 게 있으면 한 방에 훅 간다. 앞뒤 생각 안 한다. 불을 보고 달려드는 하루살이와 비슷하다. 그 성격 덕분인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게 행복하다. ‘행복’의 의미는 내게 퍽이나 단순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로 남 도움 없이 살 수 있으면 된다. 간당간당해도 먹고는 사니 행복할 조건은 충분하지 싶다. 나의 환승,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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