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이혼한 배우자 밉더라도 자녀 양육비는 챙겨줘야 하는 이유

기자
장연진 사진 장연진
[더,오래] 장연진의 싱글맘 인생 레시피(5)
이혼 부부의 양육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중앙포토]

이혼 부부의 양육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중앙포토]

 
“자기는 걸핏하면 해외로 골프 여행 나가면서 돈이 없대요.” “양육비 한 푼 안 주면서 집안 행사 때마다 뻔뻔하게 아이들을 친가로 보내라는 거예요.” 주위에서 이혼 후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싱글맘들의 하소연이다. 그들의 딱한 사연을 듣다 보면 6살, 15살 두 아이를 혼자 성년으로 키우며 건너온 지난 시간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목이 잠기곤 한다.
 
형편이 어려우면 모를까 자신은 호의호식에다가 해외여행까지 다니면서 미성년 자녀들에 대한 최소한의 경제적인 책임조차 지지 않으려는 전 배우자를 보며 그들이 느낄 분노와 배신감, 억울함 등이 속속들이 가슴에 들어와 박힌다.
 
이혼 후 전 배우자의 83%가 부양의무 저버려
문제는 이렇게 부양의무를 저버리는 사람들이 무려 83%(2012, 한 부모가족실태조사, 여가부)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혼 등으로 미성년 자녀를 혼자 키우는 5가구 중 4가구가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결혼의 울타리 안에서는 제 역할을 다했던 사람들이 갈라선 후 도대체 왜 한 부모에게 양육과 부양의 의무를 이중으로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걸까.
 
그들의 심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헤아리기 위해 이해 당사자인 싱글맘의 입장을 떠나 작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한때 부부였던 많은 사람이 이혼 후유증으로 감정의 골이 깊은 나머지, 서로가 서로의 고통을 외면한 채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이혼 후유증으로 서로의 고통을 외면한 채 살고 있다. [사진 Pixabay]

많은 사람이 이혼 후유증으로 서로의 고통을 외면한 채 살고 있다. [사진 Pixabay]

 
처음부터 양육비를 줄 생각이 없었던 일부 파렴치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들도 아팠다. 혼자서 자녀를 키우는 한 부모만큼은 아니더라도 이혼과정에서 치명상을 입은 채로 남들의 시선과 편견에 시달리며 힘들게 살고 있었다.
 
퇴근 후 배우자와 자식도 없는 텅 빈 집으로 혼자 들어설 때의 그 휑뎅그렁함과 외로움. 집에 가서 혼자 먹느니 차라리 밖에서 해결하자고 들어간 식당에서 오순도순 외식하는 다른 가족들을 보고 울컥하며 느꼈을 열패감과 박탈감. 승진이나 인사 등에서 이혼 경력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지레 노심초사하면서 겪었을 피해의식과 자격지심….
 
그래서 이혼 원인을 누가 제공했든 그 시린 상처들이 들쑤셔질 때마다 전 배우자에 대한 원망과 애증이 응어리져,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종종걸음치며 사는 한 부모의 물밑 어려움엔 눈을 감았다. 너도 한 번 고통을 당해 보라는 식의 편협한 복수심에 뒤틀려 전 배우자와 아이들에 대한 감정을 분리하지 못하고 양육비를 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이렇게 제 고통에 눈이 먼 나머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자신이 아이들의 친부모라는 큰 무기 말이다. 부부가 법적으로 헤어져도 둘 사이에 자녀들이 있다면 관계가 아주 끝난 게 아니다.
 
특히 한 해 두 해 자녀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한 부모는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내 아이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그 뼈아픔은 이혼과정에서의 앙금을 녹이고도 남는다.
 
이때 만약 전 배우자가 아이들과의 유대관계를 잘 유지하고 꾸준히 양육비를 보냈다면, 한 부모가 아이들의 행복과 장래를 위해 마음을 열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아무리 좋은 새 아빠(엄마)를 만들어준들 어디 친아빠(엄마)만 하겠는가! 반면 정반대의 경우라면 한 부모와 아이들은 더욱 마음의 빗장을 지를 것이다.
 
부부는 갈라섰어도 자녀와의 관계는 영원 
부부가 법적으로 헤어져도 둘 사이에 자녀들이 있다면 관계가 아주 끝난 게 아니다.[중앙포토ㆍ연합뉴스]

부부가 법적으로 헤어져도 둘 사이에 자녀들이 있다면 관계가 아주 끝난 게 아니다.[중앙포토ㆍ연합뉴스]

 
설사 재결합의 기회를 놓쳤다 하더라도 그들 자신의 중년과 노년의 ‘소확행’을 생각하면 억울할 일이 아니다. 비록 다시 가정을 합치는 일은 실패했을지 몰라도,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부모의 책임과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자식들이 커서 다 알아주지 않는가.
 
자녀가 성인이 되면 한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언제든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뿐더러, 서로 근황을 주고받으며 여행도 가고 술잔을 기울이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술집이나 여행지에서 성년이 된 자녀와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잔하는 즐거움은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무엇보다 노년에 무거운 병에 걸리거나 임종을 앞두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설사 재혼한 배우자가 있다손 치더라도 먼저 죽을 수도 있고 어쨌든 내 자식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혼한 뒤 아이들이 어떻게 살든 돌아보지 않았다면 무슨 염치로 떨어져 산 자식에게 내 보호자와 상주가 돼 달라고 먼저 입을 뗄 수 있겠는가.
 
최근 들어 50대 이후 고독사가 부쩍 늘고 있다는데 남의 일이 아니다. 많은 부모가 자식을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물심양면 뒷바라지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내 몸이 말을 듣지 않거나 내 삶이 끝났을 때 잘 거두어달라는 뜻 아니겠는가.
 
재혼했든 안 했든 이렇게 가족을 잃고 제 자식과 헤어져 사는 그들의 소외감을 먼저 보듬어준다면, 그들의 맺힌 속이 좀 풀릴까. 그래서 자녀의 기본권뿐만 아니라 재결합의 가능성과 자기 자신의 행복한 노후와 죽음을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양육비를 꼬박꼬박 보내줄까. 제발 그렇게 해서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장연진 프리랜서 작가 novljyj@naver.com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