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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46조원 시장, 미·일·중은 족쇄 풀고 육성 한창

SPECIAL REPORT
2013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포클레인이 ‘원격진료’라고 적힌 판자를 부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포클레인이 ‘원격진료’라고 적힌 판자를 부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의료 관련 행사의 주인공은 대형 제약사나 의료기기 제조 업체였다. 하지만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의료정보시스템학회(HIMSS) 행사의 스포트라이트는 구글·아마존·IBM·시스코 등 주요 정보기술(IT) 업체에 꽂혔다. 이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헬스케어 분야를 선택해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면서 생긴 현상이다.
 
미국 상위 10대 테크 기업의 헬스케어 관련 투자는 2012년 2억8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1월 27억 달러로 10배 증가했다. 2020년 세계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1015억 달러가 될 전망이다. 2021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412억 달러(46조3736억원)가 된다.
 
에릭 슈밋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전 회장은 ‘HIMSS 2018’ 기조연설에서 “클라우드를 향해 달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는 인프라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고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너무 느리게 움직인다”며 “클라우드 도입은 훨씬 더 효율적인 돌봄을 향한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슈밋 전 회장은 클라우드가 차세대 헬스케어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미 병원의 모든 서비스는 디지털화돼 있다. 의사의 진료와 각종 검사, 처방 및 투약, 진료비 납부 과정은 전산으로 처리된다. 많은 정보가 있지만 지극히 일부만 치료에 활용된다. 하지만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데이터 저장과 활용 한계가 사실상 사라진다. 의료 서비스가 의사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변하면서 IT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의료 현장으로 바뀔 수 있다.
 
 
피부·정신과 등 24시간 원격의료 서비스도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미국에서는 원격의료에 사용되는 기기나 진료 시스템은 일반 의료법에 준해 승인받는다. 의료산업에 사용되는 모든 소프트웨어는 1996년 제정된 미국 의료정보보호법 적용 대상이고 하드웨어는 식품의약국(FDA)의 501(k) 프로그램을 따른다. 허용 여부보다는 보험을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관심사다.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일한 보험 처리를 해주는 원격의료 동등법을 도입하고 있다.
 
민간 보험사도 더 큰 병을 막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을 권장한다.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클라우드컴퓨팅 기술 등을 이용해 원격의료 등 건강 관리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시도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배경이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종합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은 IT 시스템을 도입해 서비스 품질 개선과 비용 관리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의 유명 병원들은 기존 헬스케어 IT 업체뿐 아니라 구글·애플과 협력해 AI 등 신기술 활용 방안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메이요는 애플과 협력해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 관찰한다. 클라우드에 통합된 환자의 전자건강기록은 병원끼리 호환할 수 있고 환자도 자신의 의료 정보를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
 
미국 원격의료 시장을 이끌어가는 메케슨·GE헬스케어·서너 등은 의료기기에 IoT를 도입해 병원과 가정을 연결하는 기기와 솔루션에 투자하고 있다. 주요 가상진료 서비스 제공사로는 아메리칸웰·닥터온디맨드·텔라닥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대중적인 텔라닥은 피부과·정신과와 금연 치료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질환에 대해 24시간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원격의료 이용자의 80%는 만성질환자다. 이 때문에 심혈관 질환과 당뇨 등 자가 모니터링 의료기기 개발이 활발하다. 최근 FDA가 임상시험을 승인한 애벗의 차세대 삽입형 심장박동측정기도 그중 하나다. 측정기와 스마트폰 앱을 연결해 간편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에서 기록이 바로 전송되고 이상 증세가 나타날 경우 담당 의사에게 알린다. 기존의 삽입형 심장박동측정기도 모니터링 기능이 있지만 별도의 기기를 따로 소지해야 해 불편하다.
 
 
초고령화 일본, 올들어 규제 대부분 없애
 
1997년 IT 기기를 이용한 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인정한 일본은 지난 4월 원격의료 관련 규제를 대부분 없앴다. 일반 진료와 같은 보험 혜택이 주어지고 원격 의약품 처방과 배달도 가능하다. 일본이 원격의료에 적극적인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자신의 혈압·체온·산소포화도 수치 등을 정보단말기에 입력하면 ‘텔레너스’가 전송된 수치를 모니터링해 준다. 영상 통화로 건강 상담을 하고 주치의와 연결도 돕는다. 도서·산간 지역의 산모를 대상으로 하는 ‘헬로 베이비 프로그램’은 임신 2주부터 출산 후 7일까지 태아 심박 수와 산모 진통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원격지 의사가 진단한다. 자치단체는 원격 방문간호와 재활 시스템으로 고령자를 돌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련 업계 대응도 주목할 만하다. 소프트뱅크는 모바일 헬스케어 디바이스인 핏비트 플렉스와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사인 NTT도코모도 첨단 수술·의료 장비를 만드는 옴론과 합작사를 설립했다.
 
지역별 의료 서비스 품질 차이가 큰 중국은 원격의료로 이를 좁히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원격의료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고 2013년엔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했다. 시장이 큰 만큼 샤오미·화웨이·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주요 IT 업체가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들었다. 2022년 중국의 원격의료 이용자는 4억27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아직 중국의 의료 수준이나 기술적 완성도는 낮지만 정부 의지가 확고하고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되는 만큼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오렌저의 닥터워치2.0이 주목을 끌었다. 일반적인 스마트 워치 기능과 함께 심장 박동, 혈중 산소량, 맥박, 코골이 상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현재 임상시험 중으로 향후 실시간으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할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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