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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장관, 한나라당에 영리병원 추진 도움 요청했었다

SPECIAL REPORT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보수·진보 상관없이 국가운영의 책임을 진 입장에서 보면 솔깃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보수·진보 상관없이 국가운영의 책임을 진 입장에서 보면 솔깃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대통령들은 의료의 산업적 측면을 의식했다. 진보 성향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산업적 측면도 살려가야 한다”고 강조한 일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서도 유사한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아직 국민이 실감하는 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논의가 기-승-전-의료민영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란 이념적 (공격) 프레임은 거의 공포스러울 정도다. ‘맹장 수술 하는데 1000만원 든다더라’라는 게 사람들 사이에 확 퍼졌고 일종의 신화(myth)가 됐다.”
 
의료 산업화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명박 정부에서 보건복지 행정을 책임졌던 진수희 전 장관의 토로다. 그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한발 뒤로 물러난 모습에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장관 시절 진보 정권이 맡았을 때 진도를 나가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노무현 대통령 때 했듯이 의료민영화도 진보 진영의 반대 목소리가 큰 만큼 오히려 진보 정부가 더 잘 설득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최근 원격의료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유망산업으로 접근해 보자는 것으로 가능성도 있고 잠재력도 있다. 보수·진보 정권 상관없이 누구라도 국가운영의 책임을 진 입장에서 보면 솔깃한 부분이 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의료산업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듯하다.
“복지부 장관으로 있을 때 직원들에게 ‘역대 장관 중 잘하거나 인상 깊은 이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너나 할 것 없이 유시민 장관을 꼽았다. 그래서 만났는데 의료산업 얘기를 하더라. 의료산업 중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을 시범적으로 하고 싶어했는데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을 통과할 수 없어서 노 전 대통령과 상의한 끝에 야당에 도움을 받으면 어떻겠냐고 했다는 것이다. 고민하다 전재희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만났다고 하더라. 솔직히 사정 얘기를 하고 ‘여당으로선 안 되니 야당의 도움을 받고 싶다. 박근혜 (당시) 대표를 설득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긍정적으로 응하지 않겠는가 싶었는데 전 정책위의장부터 막히더라고 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이후 이명박 정부의 초대 복지부 장관이 됐다. 당시 청와대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전 장관이 강하게 반대했다. 일각에선 “장관이 영리병원에 부정적인 복지부 관료들에게 설득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전 장관 측은 “의료에 대해선 사회민주주의적이어야 한다는 게 전 장관의 소신”이라고 반박했다.
 
역대 정부 의료산업화 논의 어떻게 했나

역대 정부 의료산업화 논의 어떻게 했나

청와대와 기재부의 의지가 있는데도 복지부 장관이 반대한다고 안 되나.
“설령 장관을 넘어도 야당 등 국회가 (버티고) 있었다.”
 
진 장관은 노력했던 것으로 안다.
“나도 청문회 과정에서 공무원의 도움을 받다 보니 답변할 때 부정적으로 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러나 취임해서 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괜찮겠다, 블루오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소한 송도나 제주도 등 경제자유구역엔 시범적으로 해봤으면 좋겠다고 국회에서 여러 번 얘기했다. 국회의 문턱이 높아 법 개정을 할 수 없으니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자고 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그렇게 완화된 기준으로도 (영리) 병원이 만들어질 수 없었다.”
 
복지부 관료들이 소극적이었던 게 아닌가.
“장관에게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공무원들은 맞추면 맞추지 절대 안 된다고 하지는 않는다.”
 
강하게 비토한 집단은 누구인가.
“뭔가 산업적 관점이 개입될라치면 의료민영화로 포장하는 데 적극적인 진보·좌파적 시민단체, 보건의료단체들이 있긴 했다.”
 
의료민영화 프레임이 그리 강한가.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지면 의료 부문에서도 양극화 등 차별적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과도한 불안·걱정이 있는 것 같다. 원격의료는 물론이고 내가 장관 때 하고 싶어했던 건강관리서비스법도 반대 논거가 건보체계가 무너지면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의료의 질이 너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정부가 (영리병원) 하려는 게 두 군데(송도·제주도) 경제자유구역이었다. 원격의료도 병원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하자는 것인데도 반대했다. 과도한 반대다. 사실 시범적으로 하는 것이고 건보체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열심히 설명했는데 (의료민영화되면) ‘맹장 수술하는 데 1000만원 든다’는 주장을 못 뚫고 나가겠더라. 설명이 길어지면 사람들이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11년 몽골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제3 병원이란 국립병원에 원격의료센터가 있었다. 한국에서 심장 수술을 받은 몽골 어린이가 연세대 의사로부터 원격의료로 진단을 받고 있더라. ‘왜 여기도 하는데 우리는 못하나’ 씁쓸했다.”
 
7년 지났는데 제자리다.
“그래서 장관 시절 보수 정부일 때 국회 벽을 넘기 어려우니 진보 정권이 맡았을 때 진도를 나가면 어떨까 생각도 했었다. 국회에서 여당만 통과되면 야당인 보수정당은 (성향상) 덜 반대하지 않겠느냐 해서다.”
 
지금 여권의 상황이 호의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정부부처 입장에선 국회의원 한 사람이라도 굉장한 신념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주면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그런 사람이 두세 명이라도 사심 없이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지 싶은데….”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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