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연세대의료원 등 대학병원, 꽉 막힌 의료규제 피해 해외로

SPECIAL REPORT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 합작 회사인 헬스커넥트는 최근 주력사업 영역을 국내에서 해외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원격의료와 협진 시스템 서비스 등을 개발해 국내 병원에 제공하는 게 주요 사업 분야였다. 하지만 의료법상 국내에서 환자 대상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은 탓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순손실만 25억원(총 매출 72억원)이었다. 지난 6월에는 결손금을 처리하기 위해 무상감자를 진행해 자본금을 311억원에서 59억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매출만으로 버티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전체 매출 대비 10% 미만이었던 해외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30~40% 수준으로, 장기적으로는 50% 이상으로 높여 활로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과 기업들이 잇따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원격의료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국내 상황과는 달리 해외 각국에선 원격의료가 널리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병원과 기업들이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환자들은 소외되고 해외 환자들만 혜택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부산대병원은 KT·부산테크노파크와 공동으로 지난해 7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악토베 지역에 위치한 12개 병원에 원격의료 시설을 설치했다. 이 중 10곳은 지역 병원이고 2곳은 규모가 큰 거점 병원이다.
 
우선 지역 병원 의사들이 KT에서 제공한 모바일 초음파·소변·혈액 진단기를 통해 환자들을 진단한다. 초음파 진단기는 임산부의 태아 상태부터 간·췌장·경동맥 등의 상태를 보여주고 소변 진단기는 신장과 관련한 주요 병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혈액 진단기는 심혈관 질환 관련 증상을 진단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정보는 거점 병원으로 보내지고 각 분야 전문의들이 데이터를 보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게 된다. 만약 거점 병원 의사들도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 부산대병원 전문의들이 주 2회 협진을 통해 진단과 처방을 돕도록 했다. 이호석 부산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카자흐스탄은 의료진 수가 적은 데다 영토가 넓다 보니 원격의료에 대한 수요가 매우 많다”며 “자가면역 질환이나 순환기 질환 등 현지 전문의가 적거나 경험이 많지 않은 분야의 환자들 위주로 국내 의료진이 조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의료원은 KT와 함께 방글라데시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헤시칼리섬에 자리 잡은 보건소 5곳에 모바일 진단기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설치하고 운영을 돕는 형태다. 섬 곳곳에 사는 주민들이 전문의가 없는 병원에 가더라도 적절한 진단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김민성 KT 헬스케어ICT팀장은 “예전에는 섬에서 아프면 이를 정확히 진단해줄 의사가 없어 육지로 직접 배를 타고 나가 진단을 받아야 했는데 원격의료를 통해 상당 부분 섬 안의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중앙병원과 철도회사인 러시안 레일웨이즈가 보유한 지방 소재 병원 5곳 사이 원격 협진 체계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KT가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분당서울대병원은 진단 결과를 토대로 한·러 간 의료 자문 및 현지 의료진 교육 등을 맡고 있다. 올해 말까지 시스템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다.
 
헬스커넥트는 당뇨 환자가 급증하는 중국에 주력하고 있다. 중상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제2형 당뇨 환자 수는 지난해 1억2000만 명에서 2028년 1억60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헬스커넥트는 자체 개발한 모바일 당뇨 관리 프로그램인 ‘헬스온G’를 사용해 당뇨를 관리하는 시범사업을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봉황병원과 밍츠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당뇨 환자가 혈당을 측정하면 해당 기록이 의사에게 통보되고, 의사는 이를 바탕으로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환자가 병원에 내원하도록 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의사의 원격진료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재는 서비스하지 않고 모니터링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박찬호 헬스커넥트 그룹장은 “국내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크다 보니 해외에서도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의사가 참고하는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병원과 정보기술(IT) 기업의 해외 진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걸림돌 또한 적잖다. 특히 국내 실적이 전무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외국 병원이 도입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다. 국내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기술력 자체를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된 진료 실적 하나 없는 상태에서 해외 병원 담당자들을 설득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한 해외 병원과 기업들이 원격의료 분야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국내에선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터부시되는 점도 난관으로 거론된다. 국내 원격의료 기업 관계자는 “원격의료 얘기를 꺼내면 정치 이슈가 돼버려 산업 측면이나 복지 측면에서 장점을 설명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며 “지금은 국내 기술이 우위에 있다고 하지만 중국 등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 오고 있는 상황이라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관련기사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