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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50점 받았다고 포기할 일 아니다

책 속으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수학이 필요한 순간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지음
인플루엔셜
 
“수학 포기는 대학 포기, 영어 포기는 인생 포기다”라는 말도 있지만, ‘수포자’가 된 다음에도 미련이 남는다. 수학은 포기하더라도 ‘수학적 사고’까지 포기하면 잃는 게 많다. 옥스퍼드대 김민형(55) 교수가 쓴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수학으로 우리의 사고를 더 깊게, 우리의 일상생활을 더 풍성하게 만들 방안을 제시한다. “머리가 굉장히 좋은 여자는 대체로 자기보다 머리가 더 나쁜 남자와 결혼을 많이 한다. 왜 그럴까”와 같은 재미있는 질문과 실례, 설명으로 수학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이다. 김 교수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유래한 난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수학자다. 그를 인터뷰했다.
 
고등과학원(KIAS) 에서 김민형 교수를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영시를 외우고 쇼팽의 악보에서 수학적 아름다움을 말한다. 김민형 교수는, 수학·과학보다는 인문학 취향에 가까운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으로 수학을 설명한다. [김상선 기자]

고등과학원(KIAS) 에서 김민형 교수를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영시를 외우고 쇼팽의 악보에서 수학적 아름다움을 말한다. 김민형 교수는, 수학·과학보다는 인문학 취향에 가까운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으로 수학을 설명한다. [김상선 기자]

‘수포자’ 출신도 수학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이미 다 느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수학을 상당히 많이 공부한 사람도 수포자라고 부른다. 가령 중·고등학교에서 50점 받은 사람도 사실은 수학을 상당히 많이 안다.”
 
책에 보니, 지금 대학생이 배우는 것을 앞으로 초등학생이 배우게 될 것이라고 나온다.
“수학적 지식은 보편화한다. 사칙연산(四則演算) 같은 것도 몇백 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이제 사칙연산이 어렵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나라 초·중·고 수학은 유럽·미국에 비해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가.
“수준별로 다르다. 모든 학생에게 보편적으로 가르치는 수학은 ‘너무 높다’는 게 틀린 지적은 아닌 것 같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시키는 수학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꼭 ‘너무 높다’라고는 할 수 없다.”
 
수학적 사고는 초등학생에게나 수학 교수에게나 본질에서는 같은가.
“비교를 해보자. 문학 같으면 어떤가. 초등학생과 작가의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같은가.”
 
일단 어휘력·문장력 차이가 있다.
“수학에서도 당연히 그렇다. 본질에서 관통하는 부분과 다른 부분이 있다. 예컨대 우리는 함수를 꽤 일찍 배운다. 하지만 함수는 수학 연구자들이 항상 만나야 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한다. 수학은 어떤가.
“지식 증가 속도를 측정하는 게 쉽지는 않다. ‘기하급수적’이라는 말은 약간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다른 학문과 비교하면, 수학은 상당히 빨리 발전하는 축에 든다. 논문 발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 속도도 빨라졌다. 제가 1990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당시에는 졸업 전에 논문을 출간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요즘 학생은 학위를 받기도 전에 5, 6개 논문을 출간하는 경우가 흔하다. 20여개 쓴 학생들도 있다. 그만큼 연구 속도와 양이 증대했다. 저같이 늙어가는 사람은 따라가기도 어렵다.(웃음)”
 
박사과정 졸업 후 취업 시장이 나빠졌기 때문은 아닌가.
“학생들이 배우는 속도가 빨라진 게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 수학에 대한 시야가 대체로 넓어졌다. 예전 학생들은 순수 수학에 집중하며 공부했는데 요즘 잘하는 학생들은 순수·응용 수학, 과학·컴퓨터 등 못 하는 게 없다. 여러 학문의 융합과 적용에 능해졌다.”
 
인공지능(AI) 수학자도 등장할 것인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두고 봐야 한다.”
 
AI 수학자가 나오려면, 문제를 형성하고 답하는 능력이 핵심인가.
“AI를 이해하는 문제와 관련된 문제다. 지금 학습·작동이 가능한 AI를 만들고 있지만, 지능이 뭔지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학 활동을 하는 기계를 만드는 문제 또한, 수학이 뭔지 그 핵심을 파악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수학적 사고’를 정치에 도입하면, 정치가 비약적으로 발전할까.
“어쩌다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미 선거 시스템이나 민의 반영에 수학 이론을 사용하고 있다. 사회라는 것은 굉장히 복잡하다.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마키아벨리식의 ‘정치적 사고’를 도입하면, 사는 게 피곤해질 것 같다. 수학적 사고는 어떤가. 행복에 도움이 될까.
“물론 ‘수학적 사고’만으로 행복해질 수는 없다. 여러 여건이 많으니까. 하지만 어떤 종류의 불행을 피하는 데는 좀 도움을 준다고 본다. ‘수학적 사고’로 자연이나 사회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한다는 것은 대체로 행복에 도움이 된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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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