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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폭염, 불편한 진실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111년만의 무더위. 아침에 창을 열면 한증막 같은 열기가 훅 몰려오는, 평생 겪어보지 못한 날들이 이어진다. 기록적인 폭염은 전 지구적이다. 일본,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알제리, 호주 등이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며 끓고 있다.
 
예전엔 더위 하면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한 구절을 떠올리곤 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여름 징역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합니다.” 아니면 주인공 뫼르소가 “햇볕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아랍인에게 총을 겨누던 『이방인』? 둘 다 더위를 모티프로 실존의 문제를 절묘하게 포착했지만, 올해의 살인적 폭염 앞에선 그를 넘어 묵시론적인 위기감마저 느껴진다. 고온의 불바다가 된 지구, 물 한 방울이 권력이 된 SF액션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2015) 같은 영화들이 떠오른다. SF문학의 고전 ‘듄’(1965)은 어떤가. 제목대로 세상이 멸망한 미래, 황량한 모래사막이 배경, 아니 주인공이다.
 
그밖에 블럭버스터 ‘투모로우’(2004)에서는 기후변화로 극지대 빙하가 녹아 북미가 물에 잠기고 혹한이 몰아닥친다. ‘설국열차’(2013)는 지구온난화의 대책으로 개발된 냉각제가 기후무기로 쓰이면서, 빙하기가 찾아오는 근미래 얘기다. 대부분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어쩐지 그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지는 게 요즈음이다.
 
이 방면의 대표작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제작·출연한 다큐 ‘불편한 진실’(2006)이다. 폭염 등 기상이변, 사막화, 해수면 상승, 자연생태계 변화, 질병 등 지구온난화가 불러오는 위험을 경고하고 이산화탄소 방출량 규제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교과서가 된 영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세계 곳곳에서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가 발견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 온난화 현상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얼마 전 별세한 스티븐 호킹 박사 역시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가까이 와 있다. 때가 되면 지구는 섭씨 460도의 고온 속에 황산 비가 내리는 금성처럼 변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남겼다. 탄소배출 대국인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것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다.
 
우리 정부도 장기화하는 폭염을 특별재난에 준하는 상태로 규정하고, 한시적인 전기요금 인하방안 등 각종 대책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탈원전’이라는 기조 속에서 전력수급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탈원전 정책이 탄소배출량 감소 정책과 충돌한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 지난 10년간 배출량 증가율은 2위였다. 석탄소비량이 OECD 3위를 기록하는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게 원인이다. “현 상황에서 탈원전은 결국 화석연료로 회귀를 의미한다”(로버트 스타빈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적대로다.
 
과학자들은 46억년 지구의 역사에서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한 5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고, 만약 지금이 6번째 대멸종 사건의 시작점이라면 그 원인은 인류 자신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아니 “우주 만물이 인류를 위해 예비된 자원이란 관점은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과 다를 바 없는 자기중심적 관점이다. 이를 벗어야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있다”(박동곤 숙대 교수)고도 말한다. 우리는 지구 생태계의 일부분일 뿐 지구의 주인도, 왕도 아니다. 앞마당 나무 한 그루가 죽는 것은 안타까워하면서 정작 숲이 사라지고 멸종하는 것에 무심한 나는 아직도 갈릴레오 이전을 살고 있단 얘기다.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이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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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