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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대로 된 국가주의 논쟁을 보고 싶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국가주의를 비난하고 있다.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그는 “문재인 정부에도 국가주의적 방향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며 국가주의 논쟁에 불을 붙였다.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 대통령만 바뀌었지 시스템에서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이다. 김 위원장은 보수 쪽에도 화살을 겨누었다. “박정희식 국가주의적 성장모델 역시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며 시장과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자율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논란은 확산 일로다. 보건복지부의 ‘먹방(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 규제’ 방침에 대해 김 위원장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왜 국가가 일일이 먹는 데까지 간섭하느냐”며 비판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동 정치”라고 맞받아쳤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일단 이슈 선점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이념 공방에서 진보에 번번이 밀리던 보수가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 구도를 만든 것 자체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내세운 국가주의란 다소 모호하고 추상성이 높은 개념이어서 아직은 여야간 치고받기 공방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전적 의미의 국가주의란 국가를 가장 우월적인 조직체로 인정하고 국가 권력이 경제나 사회 정책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걸 얘기하자면 자유와 평등,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복잡한 논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가치가 추상적이면 기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다.
 
대개 보수주의는 작은 정부와 큰 시장, 진보주의는 큰 정부와 작은 시장을 주장한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에 따라 딱히 정답을 찾기 쉽지 않으며 결국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 정부는 전임 정권에서 무너진 ‘국가의 공공성’이란 가치를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논란을 촉발시킨 ‘먹방 규제’만 해도 ‘국가 개입, 규제만능주의’란 비판이 많지만 급증하는 비만 인구를 관리해야 하는 주무 부처의 고민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런 국가주의 논쟁이 국민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문 정부 출범 이후 다원화된 사회 상황에 맞지 않게 국가가 국민의 삶과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부작용도 확산일로이기 때문이다. 당장 ‘최저임금 1만원’과 ‘주 52시간 근로’를 놓고 ‘정부가 임금과 근로시간을 정하는 게 정상인가’란 의문이 터져 나온다. 재계와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 개입이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피로감이 커진 상태서 더 비대해진 청와대가 공격의 빌미를 보태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엔 국가와 개인, 국가와 시장이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할지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이 없었다. 차제에 국가의 역할에 대한 진지하고 수준 높은 토론으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 먹방 규제든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이든, 국가주의 논란을 한낱 흥밋거리나 여야간 입씨름 차원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바야흐로 산업구조뿐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 급속하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다. 깊이 있게 토론하고 성찰하는 대토론의 장이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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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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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