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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회ㆍ낙지연포탕ㆍ쑥꿀레ㆍ해초비빔밥ㆍ준치회… 목포는 맛있는 항구다

일일오끼 ⑨ 목포
목포는 항구다. 수많은 배가 해종일 들락거리는 항구다. 목포의 밤 풍경을 상징하는 목포대교. 손민호 기자

목포는 항구다. 수많은 배가 해종일 들락거리는 항구다. 목포의 밤 풍경을 상징하는 목포대교. 손민호 기자

남도 사투리에 ‘게미’라는 단어가 있다. ‘게미 있다’고 하면 음식이 맛있다는 뜻이다. 맛으로 표현하면 고소한 맛에 가깝다. 남도 특유의 발효 음식과 호응한다는 해석도 있고, 갯것으로 만든 음식을 수식한다는 풀이도 있다. 전남 목포에 내려가면, 그러니까 목포항 선창 거리에 나가 갯내 밴 밥상을 받으면 남도의 낯선 방언이 머금은 맛이 어렴풋이 짐작된다. 
 

항구 목포로 떠난 복중 맛 여행

복달임 음식 최고봉 민어회부터
추억의 간식 오거리 쑥꿀레까지

연희네 슈퍼, 시화 골목길 들렀다
바다분수선 여름밤의 낭만 즐겨

목포의 대표 관광 자원은 사실 음식이다. 목포에는 ‘5미(味)’도 있고 ‘9미(味)’도 있다. ‘18미(味)’를 선정해도 여느 지역의 밥상에 밀리지 않을 듯싶다. 목포는 게미가 있어서이다. 목포 여행지를 음식과 엮어 여정을 짰다. 
민어 복달임 
목포 시내 민어의 거리에 있는 민어 전문점 '중앙식당'의 민어 정식 상차림. 맨 앞에 별미로 꼽히는 민어 부레와 데친 껍질과 내장이 있다. 바로 뒤의 음식이 민어찜이다. 손민호 기자

목포 시내 민어의 거리에 있는 민어 전문점 '중앙식당'의 민어 정식 상차림. 맨 앞에 별미로 꼽히는 민어 부레와 데친 껍질과 내장이 있다. 바로 뒤의 음식이 민어찜이다. 손민호 기자

폭염을 무릅쓰고 목포로 내려간 것은 오로지 이 생선 때문이다. 민어. 복달임의 최고봉이라는 녀석이다. 민어는 신안군 임자도가 대표 산지다. 그러나 민어 식당은 목포가 유명하다. 다도해 섬들의 온갖 산물이 목포에 모여서다. 목포는 항구다.  
목포'영란횟집'의 민어회. 민어를 24시간 숙성한 선어회를 내놓는다. [중앙포토]

목포'영란횟집'의 민어회. 민어를 24시간 숙성한 선어회를 내놓는다. [중앙포토]

목포 시내에 민어의 거리가 있다. 전문 식당 5곳이 모여 있다. 1969년 문을 연 ‘영란횟집’이 제일 알려졌지만, ‘중앙횟집’과 ‘유림횟집’도 40년 내력을 자랑한다. 목포시가 음식 명인을 지정했는데, 민어는 영란횟집(민어회초무침)과 중앙횟집(민어찜) 두 곳이 뽑혔다. 민어정식(4인분 15만원)을 주문하면 회·초무침·전·찜·탕 등 민어만으로 밥상이 꽉 찬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여전히 부레와 데친 껍질이다. 민어는 쓸개만 빼고 다 먹는다.
 
민어(民魚)는 이름처럼 대중 생선이 아니다. 옛날에는 많이 잡혔다지만, 고등어처럼 흔한 것도 아니었다. 조선 양반의 보양식이라는 전설도 근거가 없다. 늦여름 산란기를 앞두고 지방이 차올라 여름 별미로 인기를 끌었을 따름이다. 활어보다 선어가 맛있다는 속설도 엇갈린다. 민어는 바다에서 올라오면 바로 죽어 24시간 숙성하는 것이 일반화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목포·신안 수협 중매인 김혜경(50)씨에 따르면 민어도 활어가 선어보다 비싸다.
아직은 살아있는 민어를 내보이는 목포ㆍ신안수협 중매인 김혜경씨. 6㎏쯤 되는 큰 녀석이다. 손민호 기자

아직은 살아있는 민어를 내보이는 목포ㆍ신안수협 중매인 김혜경씨. 6㎏쯤 되는 큰 녀석이다. 손민호 기자

확실한 사실은 하나다. 민어는 비싸다. 여름에 제일 비싸다. 8월 1일 목포 북항 위판장의 경매가가 1㎏ 6만원(활어 5㎏ 이상 기준)이었다. 그래도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다. 
연희네 슈퍼 가는 길  
영화 '1987' 촬영장 '연희네 슈퍼'. 원래는 비어 있었는데 영화가 인기를 끈 뒤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물건을 팔지는 않는다. 손민호 기자

영화 '1987' 촬영장 '연희네 슈퍼'. 원래는 비어 있었는데 영화가 인기를 끈 뒤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물건을 팔지는 않는다. 손민호 기자

시방 목포 최고의 명소는 ‘구멍가게’다. 연희네 슈퍼. 관객 720만 명을 돌파한 영화 ‘1987’의 주요 촬영지다. 현실의 슈퍼는 물건을 팔지 않는다. 영화를 위해 꾸민 세트이어서이다. 촬영 전에는 비어 있었다. 지금은 영화 속 장면을 최대한 재현해 손님을 맞고 있다. 영화사가 소품 대부분을 목포시에 기증했다.

목포 '연희네 슈퍼'. 영화 '1987'에서 쓰인 소품을 전시하고 있다.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손민호 기자

목포 '연희네 슈퍼'. 영화 '1987'에서 쓰인 소품을 전시하고 있다.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손민호 기자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슈퍼 뒷골목이 더 유명했다. 2015년부터 조성한 ‘서산동 시화 골목길’이 슈퍼 앞에서 시작한다. 유달산 남쪽 기슭에 비스듬히 들어선 서산동은 주변의 금화동·유달동·온금동과 함께 뱃사람의 터전이었다. 마을 아래가 바로 목포항이다. 이옥희(59)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옛날에는 마을 어귀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다. 
목포 서산동 시화 골목길. 비좁고 가파른 골목을 따라 할머니들의 시화가 나타난다. 짠하고 아릿한 풍경이다. 손민호 기자

목포 서산동 시화 골목길. 비좁고 가파른 골목을 따라 할머니들의 시화가 나타난다. 짠하고 아릿한 풍경이다. 손민호 기자

‘깔끄막(비탈진 언덕)’을 따라 이어진 비좁은 골목 담장에서 선창가의 고단했던 삶이 묻어난다. ‘영감 허벌나게 사랑허요!’ 깔끄막 할머니들이 손수 쓰고 그린 시와 그림이 눈에 밟힌다. 
선경준치횟집의 준치회무침.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준치살을 밥에 비벼 먹는다. 손민호 기자

선경준치횟집의 준치회무침.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준치살을 밥에 비벼 먹는다. 손민호 기자

연희네 슈퍼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선경준치횟집’이 있다. 목포 사람이 꼽는 준치회무침(1인분 8000원) 집이다. 이후정(59) 사장이 가시 많은 준치를 ‘조사서(잘게 썰어서)’ 채소와 고추장에 무치면 밥을 넣고 쓱쓱 비벼 먹는다. 반찬으로 나오는 폴치(갈치 새끼) 조림도 게미가 있다.
낙지의 계절 
목포 낙지전문점 '뜰채'의 낙지연포전골. 싱싱한 산낙지를 연포탕에 넣고 있다. 손민호 기자

목포 낙지전문점 '뜰채'의 낙지연포전골. 싱싱한 산낙지를 연포탕에 넣고 있다. 손민호 기자

낙지만 한 보양 음식도 없다지만, 낙지를 복달임 음식으로 내놓기는 어렵다. 산란기를 앞둔 초여름 한 달이 금어기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낙지 금어기는 7월 20일 끝났다. 8월은 낙지의 계절이 시작하는 달이다. 
 
낙지도 목포가 자랑하는 음식이다. 특히 연포탕을 내세운다. 연포탕은 목포 음식이어도 낙지는 목포 갯것이 아니다. 목포 수협에서 거래되는 낙지는 대부분 신안과 무안의 진흙 갯벌에서 캔 것이다. 목포 앞 압해도, 압해도에서도 맨 서쪽 송공리 갯벌이 이름난 낙지 산지다. 또 하나의 낙지 갯벌이 옥도에 있다. 옥도는 안좌도, 도초도, 하의도가 에워싼 바다 한가운데 박힌 작은 섬이다. 목포 수협에서 낙지를 말할 때 송공리와 옥도는 명품 브랜드처럼 언급된다.  
목포 낙지 전문점 '뜰채'의 낙지연포탕. 국물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손민호 기자

목포 낙지 전문점 '뜰채'의 낙지연포탕. 국물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손민호 기자

목포의 허다한 낙지집 중에서 목포시청이 추천한 집은 ‘뜰채’였다. 낙지 배 드나드는 북항 근처 죽교동에 있다. 창 너머로 말쑥한 정원이 내다보인다. 연포탕도 보리새우를 넣고 끓여 국물이 깔끔하다. 콩나물·미나리 대신에 청경채를 넣은 게 이채롭다. 뜰채는 2013년 박성진(56)·우미란(47) 내외가 시작했다. 연륜은 짧아도 물 좋은 낙지를 받아와 경쟁력을 키웠다. 우미란씨가 “여성 손님이 더 많다”고 소개했다. 연포전골(3∼4인분 4만5000원). 
오거리의 추억 
1949년 문을 연 목포의 전설적인 빵집 '코롬방제과'. 전국 5대 빵집으로 통하는 명소로, 코롬방은 비둘기를 뜻한다고 한다. 손민호 기자

1949년 문을 연 목포의 전설적인 빵집 '코롬방제과'. 전국 5대 빵집으로 통하는 명소로, 코롬방은 비둘기를 뜻한다고 한다. 손민호 기자

목포는 항구다. 1897년 개항 직후 목포항에서 오거리까지 선창 거리가 조성됐다. 목포시가 여태 고스란한 근대의 흔적을 관광 콘텐트로 활용하고 있다. 목포 근대역사관 2관 주변 적산가옥도 분위기 그윽한 카페로 거듭났다.  
 
계획도시라면 중앙에 오거리 하나쯤 거느리고 있다. 하나 목포의 오거리만큼 유명하지는 않다. 80년대 세상을 놀랜 조직폭력배 ‘목포오거리파’의 근거지가 여기다. 하나 오거리는 예향(藝鄕) 목포의 심장이다. 60년대 김현·최하림·김승옥 등이 오거리의 다방에서 ‘산문시대’ 동인 활동을 시작했다.  
목포 코롬방제과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새우바게트.한 명이 2개까지만 살 수 있다. 손민호 기자

목포 코롬방제과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새우바게트.한 명이 2개까지만 살 수 있다. 손민호 기자

이 거리에 전국 5대 빵집으로 통하는 ‘코롬방제과’가 있다. 1949년 문을 열었으니 70년 묵은 빵집이다. 크림치즈바게트(5000원)와 새우바게트(4500원)가 대표 메뉴다. 워낙 주문이 많아 두 빵은 한 사람이 2개까지만 살 수 있다.
목포의 전통 간식 쑥꿀레. 이름처럼 찹쌀가루에 쑥을 버무려 빚은 경단이다. 경단에 조청을 듬뿍 얹어 맛이 무척 달다. 손민호 기자

목포의 전통 간식 쑥꿀레. 이름처럼 찹쌀가루에 쑥을 버무려 빚은 경단이다. 경단에 조청을 듬뿍 얹어 맛이 무척 달다. 손민호 기자

목포의 전통 간식 ‘쑥꿀레’도 오거리에서 맛볼 수 있다. 찹쌀가루에 쑥을 버무려 빚은 경단에 조청을 듬뿍 뿌린 추억의 간식이다. 맛은 달고 식감은 쫀득거린다. ‘쑥꿀레’ 간판을 내건 분식점이 원조다. 오정희(71) 대표의 어머니가 1956년 목포여고 앞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릇에 쑥꿀레 10개가 담겨 나온다. 5000원. 
오색찬란 목포비빔밥 
목포 '춤추는 바다분수'. 바다에 설치된 분수가 음악과 조명에 맞춰 춤을 춘다. 목포의 신흥 명물이다. 손민호 기자

목포 '춤추는 바다분수'. 바다에 설치된 분수가 음악과 조명에 맞춰 춤을 춘다. 목포의 신흥 명물이다. 손민호 기자

목포의 여름밤은 목포대교와 바다분수가 밝힌다. 특히 평화광장 앞바다에서 밤마다 펼쳐지는 분수 쇼는 목포가 자랑하는 명물이다. 2010년 설치한 분수의 이름은 ‘춤추는 바다분수’. 이름처럼 분수가 음악과 조명에 맞춰 바다에서 춤을 춘다.   
'해빔'의 해초비빔밥. 온갖 해초를 넣은 목포비빔밥이다. 색감과 식감이 제각각인 별미다. 손민호 기자

'해빔'의 해초비빔밥. 온갖 해초를 넣은 목포비빔밥이다. 색감과 식감이 제각각인 별미다. 손민호 기자

평화광장이 들어선 하당은 목포의 신흥 명소다. 식당·카페·술집으로 거리가 빼곡하다. 하당의 수많은 식당 중에서 목포시가 고맙게 여기는 식당이 있다. 해초비빔밥을 내는 ‘해빔’이다. 김나영(46) 대표는 “항구도시 목포를 상징하는 음식을 궁리하다 해초를 넣은 비빔밥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목포비빔밥이 탄생한 셈이다. 미역·다시마·미역줄기·고시래기·돌가사리·불등가사리 등 색깔과 식감이 제각각인 해초가 듬뿍 들어간다. 기대 이상의 맛이다. 해초비빔밥 8000원. 
 
목포비빔밥에 들어가는 해초도 목포 바다에서 난 게 아니다. 옆동네 완도에서 뜯어왔다. 김천환 목포시 관광경제수산국장의 넉살 좋은 해설을 옮긴다. 
 
“목포 음식 중에 목포 산물은 없어요. 홍어는 흑산도, 낙지는 압해도와 옥도, 꽃게는 진도, 민어와 병어는 임자도, 갈치는 거문도, 조기는 추자도, 해초는 완도…. 산지가 다 달라요. 그래도 음식은 목포가 산지보다 더 유명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목포는 항구거든요.”
 
 목포=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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