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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ㆍ북 과학자 함께 모여 연구하는 ‘백두산 과학기지’ 성사될까

“서기 946년에 백두산은 일곱 번에 걸쳐 폭발을 일으켰다. 1m나 되는 화산재가 쌓일 정도로 전례 없는 규모였다. 2002년에 다시 그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북한이 함께 이에 관한 연구와 대비를 해야 한다”
 
‘백두산 과학기지’ 구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된 ‘통일과학기술연구포럼’에서 나온 말이다. 남북한이 백두산 폭발에 대비하고, 나아가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위해 백두산에 공동연구센터를 세우자는 제안이 나왔다.
남북한이 백두산 폭발에 대비하고, 나아가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위해 백두산에 공동연구센터를 세우자는 제안이 나왔다. 사진은 백두산 천지의 모습. [중앙포토]

남북한이 백두산 폭발에 대비하고, 나아가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위해 백두산에 공동연구센터를 세우자는 제안이 나왔다. 사진은 백두산 천지의 모습. [중앙포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통과협)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2회 통일과학기술연구포럼을 개최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백두산 과학기지 구축의 필요성과 실행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장소는 삼지연 인근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함께 화산ㆍ광물ㆍ동식물ㆍ천문 연구의 거점 만들까
 
통과협이 백두산 과학기지 구축을 통해 연구하고자 하는 핵심 과제는 땅ㆍ생명ㆍ하늘ㆍ거점 크게 네 가지로 제시됐다. 가장 주요한 것은 남북한 과학자와 국제 연구진이 공동으로 백두산 화산을 연구하고 지하에 매장된 광물자원을 탐사하는 '땅'이었다. 
 
위성에서 바라본 백두산의 모습. 백두산은 식생이 다양하고 매장된 광물자원이 풍부한 등 공동연구센터가 설립될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포토]

위성에서 바라본 백두산의 모습. 백두산은 식생이 다양하고 매장된 광물자원이 풍부한 등 공동연구센터가 설립될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포토]

토론에 참여한 이윤수 포항공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백두산 화산에 대비한 공동연구는 북한에서 2007년과 2011년ㆍ2015년에 세 차례나 먼저 제안을 했다”면서 “현재 중국이 겉으로 드러나는 화산 징후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면, 남북한은 ‘내시경’을 들여다보듯 화산 메커니즘을 연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백두산 인근에 화산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이를 제어ㆍ연구할 컨트롤 타워로 백두산 과학기지를 이용하자는 제안이다.
 
고상모 한반도 광물자원개발(DMR) 융합연구단장은 “지하의 광물을 생산하는 '광업'은 북한 경제에 핵심이지만 광물생산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일례로 북한에는 약 2000t의 금이 매장돼 있지만 생산량은 연간 2t 남짓이다”고 밝혔다. 남한이 이를 보완해 탐사ㆍ채광ㆍ가공 및 제련기술을 제공하면 북한의 풍부한 광물을 산업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두산, 식생 다양하고 빛ㆍ대기공해 없어 동식물ㆍ천문연구에 최적 
백두산은 해발고도 2744m로 기후의 수직적 분포가 다양하고 이에 따라 식생 역시 매우 다채로워 연구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포토]

백두산은 해발고도 2744m로 기후의 수직적 분포가 다양하고 이에 따라 식생 역시 매우 다채로워 연구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포토]

 
이 외에도 동식물 등 천연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산업화해 화장품ㆍ의학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해발 2744m에 달하는 백두산에는 식생이 다양해 연구가치가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판철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센터장은 “화장품 원료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8월 17일부터 발효되는 '나고야 의정서'로 인해 로열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백두산 공동연구를 이에 대한 장기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백두산 일대는 빛ㆍ대기 공해가 매우 적어 천문관측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22일 화천의 조경철천문대 전경. [연합뉴스]

백두산 일대는 빛ㆍ대기 공해가 매우 적어 천문관측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22일 화천의 조경철천문대 전경. [연합뉴스]

또한 빛과 대기 공해가 거의 없는 백두산은 광학탐사에 최적이어서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관찰하고 재난에 대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됐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양홍진 박사는 "광학탐사를 통해 한반도 전체를 연구하면 지진 등 땅의 미세한 변화도 관찰할 수 있다"며 "한라에서 백두까지가 큰 전파망원경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기지ㆍ다산기지의 교훈 백두산 과학기지에도 적용돼 
 
한국은 이미 세종과학기지ㆍ장보고과학기지ㆍ다산과학기지 등을 설립하고 원격 연구의 가치를 증명해 나가고 있다. 남북 공동연구센터가 세워지면, 백두산 인근에 설치된 장비들을 운용해 정보를 취합하는 등 원격연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포토]

한국은 이미 세종과학기지ㆍ장보고과학기지ㆍ다산과학기지 등을 설립하고 원격 연구의 가치를 증명해 나가고 있다. 남북 공동연구센터가 세워지면, 백두산 인근에 설치된 장비들을 운용해 정보를 취합하는 등 원격연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포토]

한국은 이미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와 북극 노르웨이령에 다산과학기지를 설립해 '원격연구'를 하고 있다. 2014년 초에는 제2남극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도 문을 열었다. 세종기지에서 월동대장을 지낸 신형철 극지연구소 정책협력부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이제는 사람이 아닌 인공위성과 드론ㆍ무인잠수정이 동원돼 모든 자료를 방 안에서 받아보는 시대다”며 “세종기지와 다산기지의 가치가 공동연구소 설립으로 이어지면 한국의 힘과 국력을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밝혔다. 
 
신 부장은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활용하기까지 적어도 10년 이상 계획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이 두 번 바뀌어도 계획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 단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6년 9월, 북한 광물산업에 대해 질타한 적이 있다”며 북한 역시 자원연구에 있어 기계화ㆍ자동화ㆍ원격화를 기반으로 한 '통합솔루션' 운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남북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배경을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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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