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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20조""금융개혁"외친 여권···진짜 타깃은 재벌 곳간의 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인도와 싱가포르 국빈방문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인도와 싱가포르 국빈방문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홍영표의 ‘삼성 20조’ 발언도, 김진표의 금융개혁도 목적은 결국 이것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삼성이 작년에 60조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여기서 20조원만 풀면 200만명한테 1000만원씩을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반시장적인 분배론을 주장했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에선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 오해의 소지는 있었지만 진의는 다른 데 있었다”는 해명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삼성 얘기를 거칠게 하기는 했지만, 발언의 핵심은 대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풀어야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홍 원내대표는 발언이 논란이 된 다음 날인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몇몇 재벌에 갇혀 있는 자본을 가계로, 국민경제의 선순환 구조로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되묻고 싶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자사주 매입에 사용되는 잉여이익을 국민경제에 생산적으로 재투입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일이 지금 우리 정치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2018년 재벌 사내유보금 현황발표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2018년 재벌 사내유보금 현황발표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최근 여권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게 만들지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현금을 1조원 이상 보유한 기업은 47곳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32조3038억원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하나금융지주(9조9764억원), 현대자동차(8조3930억원) 등의 순서였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본부·사회변혁노동자당’이 지난해 말 재무제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883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2년 치 예산(2018년 428조)을 넘어서는 규모다.
 
대기업이 이렇게 많은 돈을 쌓아 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으니, 성장의 과실이 자연스럽게 경제 전체로 퍼진다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사내유보금을 대기업의 곳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금융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한 맥락이다. 8·25 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김진표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는 대표적 인사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당 대표 후보가 지난 2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당 대표 후보가 지난 2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는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등 금융 선진국은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개혁을 통해서 ‘융자에서 투자로’의 금융개혁을 해서 경제에 활력을 만들고 있다”며 “관료들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편안하게 위험부담 없이 영업하려는 금융권의 기득권을 못 깨기 때문에 금융개혁을 당이 주도해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기업 사내유보금과 금융개혁이 어떻게 연결될까. 김 의원은 지난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인력과 조직, 자본 등 사실상 모든 자원을 가진 대기업이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게끔 과감하게 규제혁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 지주사가 벤처캐피털을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현행 금융·산업자본 분리규정에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금산분리(金産分離) 규제를 풀어서 대기업의 돈이 신생 기업에 투자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기업→벤처기업으로 돈 도는 게 핵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주재하려다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취소된 제2차 규제혁신 점검 회의에서 다루려 했던 인터넷 전문은행 관련 규제 완화도 이런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정부가 금융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며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흐르게 하고, 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하게 하려면 금융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는 과거 정부에서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사내유보금 과세방안을 거론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7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이익을 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이를 보고 (삼성전자가 서민과) 더불어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계는 이같은 정치권의 목소리에 불편한 반응을 보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은 토지·건물·생산설비 등까지 다 포함하기 때문에 그중에서 현금성 자산은 대개 20~30% 정도에 불과하다”며 “기업 입장에선 위기 상황에 대비해 현금성 자산 등을 확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무작정 기업보고 돈을 풀라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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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