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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물선 사업 핵심인물은 신분 세탁한 해외도피범"

신일그룹 최용석 회장(오른쪽)이 지난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일그룹 최용석 회장(오른쪽)이 지난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보물선 논란이 주가조작 및 각종 사기 의혹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등 보물선 관련 투자 사업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싱가포르 신일그룹 유지범(43) 전 회장이 과거 행적과 신분을 속이고 이중 생활을 해왔다는 주장이 폭로되면서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30일 “신일그룹 관계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밝히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해 이들의 관계와 역할 등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해외에 있는 유 전 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번 사건의 의혹을 풀 핵심 열쇠인 만큼 경찰은 그에 대한 신병 확보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 탐사팀이 접촉한 유 전 회장의 최측근 인물과 복수의 지인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현재 기소중지자 신분이다. 부동산 투자, 재건축조합 관련 사업 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여러 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됐고 7년 전쯤 한국을 떠나 현재 베트남에 머물며 보물선 사업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년 동안 베트남 현지에서 두 차례 유 전 회장을 직접 만났다는 지인 A씨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자신이 연루된 사기 사건의 공범이 구속된 이후부터 유지범이라는 가명을 써 왔으며 실명은 ‘유OO’라고 한다. 10여 년 전 사기 혐의로 구속돼 의정부교도소 등에서 수감 생활을 한 전력이 있는 유 전 회장은 출소 후에도 여러 사건에 연루돼 수차례 고소·고발을 당하자 수사 기관의 조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는 것이다.
 
A씨는 “유 전 회장은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지난해 여권 기한이 만료돼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돈스코이호 사업과 관련해 A씨는 “지난해 중반부터 유 전 회장이 관심을 갖고 사업 준비를 해왔다”며 “평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보물선 테마를 이용해 코인 투자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물선 테마로 투자자를 모집 중인 신일 국제거래소.

보물선 테마로 투자자를 모집 중인 신일 국제거래소.

이번 사건에서 등장하는 회사는 모두 ‘신일’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우선 돈스코이 탐사와 인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는 한국에 있는 ‘신일그룹’이다. 보물선 테마를 내세우며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를 모으는 회사는 싱가포르에 있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이다. 두 회사는 대표가 다른 별개의 회사다. 하지만 이 두 회사는 이번 사건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신일그룹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1일 설립됐다. 첫 번째 대표이사는 류상미(48·여)씨지만 지난 24일 대표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사내이사만 맡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지인 B씨는 “류상미씨와 유 전 회장은 친남매 사이”라고 말했다. 국내 활동이 불가능한 유 전 회장이 자신의 누나를 앞세워 신일그룹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친남매로 알려져 있지만 두 사람의 한글 ‘성(姓)’ 표기는 다르다.
 
지난 24일 신일그룹은 신일해양기술로 사명을 변경하고 대표이사를 최용석(시피에이파트너스 대표)씨로 교체했다. B씨는 “류상미씨는 인천에 거주하는 주부이자 부업으로 보험설계업을 하는 인물로 동생인 유 전 회장의 부탁으로 명의를 빌려준 것”이라며 “돈스코이호 관련 사업과 회사 경영 등을 위해 회사에 출근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또 “유 전 회장이 누나를 내세워 상장회사인 제일제강공업의 지분 인수 계약을 맺도록 한 뒤 신일그룹이 보물선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통해 이 회사의 주가를 대폭 끌어올리는 데도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금융 당국이 이미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유 전 회장은 이번 사업을 진행하며 가명 사용뿐 아니라 1인 2역, 3역까지 했다는 의혹도 있다. 취재진이 만난 유 전 회장의 또 다른 지인은 “유 전 회장은 상황에 따라 이름을 바꾸며 필요할 때는 자신이 그룹의 홍보담당자나 법무팀장의 역할까지 해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암호화폐로 투자자를 모집했을 때 나선 홍보팀장 ‘박OO’은 실제로는 유 전 회장이며 그가 1인 2역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랜 해외 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유 전 회장의 측근 인물과 극소수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그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때 유 전 회장의 측근이었던 사람은 “최근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유씨는 회장에서 물러나고 ‘송OO’이라는 인물을 싱가포르 신일그룹의 새 회장으로 내세웠다”며 “송씨 역시 과거 유씨 자신이 알던 인사로 그의 이름만 차용해 사업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 인사는 “신일골드코인 투자자들이 10만 명을 훨씬 넘어섰고 투자금도 500억~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며 “보물선을 이용한 시세조작과 암호화폐 투자를 통한 수백억원의 돈이 그들이 노린 진짜 보물”이라고 주장했다.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해 신일그룹 측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싱가포르 신일그룹의 암호화폐 사업과 당사의 돈스코이호 탐사·인양 사업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상장회사 지분 인수는 전임 대표인 류상미씨 개인 차원의 투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암호화폐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30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언론보도로 전 세계에서 신일골드코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며 “8월 6~15일 신일골드코인과 관련한 백서를 공개하고 회원에겐 개인 전자지갑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각종 의혹에 대한 유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싱가포르 신일그룹 측에 e메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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