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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언론, 트럼프 발작증” NYT발행인 “당신이 분열 조장”

설즈버거 NYT 발행인(왼쪽)과 만나 설전을 벌인 트럼프 대통령. 설즈버거는 가족경영 체제인 NYT의 여섯 번째 발행인으로 올 초 취임했다. [AP·UPI=연합뉴스]

설즈버거 NYT 발행인(왼쪽)과 만나 설전을 벌인 트럼프 대통령. 설즈버거는 가족경영 체제인 NYT의 여섯 번째 발행인으로 올 초 취임했다. [AP·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그레그(A G) 설즈버거(38) 발행인이 29일(현지시간) 격한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던 NYT와의 만남을 공개하면서다. 발단은 이날 아침 트럼프의 트위터.
 
트럼프는 뉴저지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설즈버거 발행인과 매우 흥미로운 만남을 가졌다. 가짜뉴스가 어떻게 ‘국민의 적’이란 문구로 바뀌었는지 많은 대화를 했다”는 트윗을 올렸다. 당초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한 만남을 공개하자 설즈버거는 2시간 후 트럼프와의 회담 사실을 성명을 통해 밝혔다.
 
“7월 20일 (트럼프 측으로부터) 회동 요청이 와 받아들였다. 난 대통령에게 그의 언어가 분열(divisive)을 일으킬 뿐 아니라 위험을 가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짜뉴스’란 말 자체가 사실과 다르고 유해한 것이며 기자들에게 ‘국민의 적’이란 꼬리표를 붙이는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우리 민주주의 이념을 훼손하고, 우리의 위대한 수출품(exports)의 하나인 ‘발언의 자유 및 보도의 자유’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난 트럼프와의 대화에서 ‘타임스’(NYT)에 대한 공격을 살살 해달라고 하는 게 아니란 점을 반복해 강조했다. 대신 난 언론 전반에 대한 그의 공격을 재고해 줄 것을 간청했다.”
 
설즈버거의 성명이 나온 뒤 트럼프는 오후 들어 네 번에 걸쳐 성난 트윗을 시작했다.
 
“‘트럼프 발작 증후군’에 걸려 제정신이 아닌 언론들이 우리 정부의 내부 논의를 들춰낸다. 매우 비애국적이다.” “엄청나게 좋은 결과를 성취하고 있지만 나의 행정부에 대한 언론보도의 90%는 부정적이다. 뉴욕타임스나 ‘아마존 워싱턴포스트’는 나쁜 기사들만 쓴다” “난 망해 가는 신문산업의 ‘반 트럼프’ 혐오자들에 의해 우리 위대한 나라가 팔려 나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 등 격한 표현들이 이어졌다.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에 대해선 오너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로비 회사’로 폄하하며 ‘아마존 워싱턴포스트’라고 부르곤 한다.
 
NYT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NYT는 백악관 출입기자인 마크 랜드러가 설즈버거와 전화 인터뷰를 해 트럼프와의 대화 내용을 보다 상세하게 전했다.
 
“설즈버거는 대통령의 선동적인 언어들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전하기 위해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 가기로 결심했다. 설즈버거가 ‘(트럼프의 발언으로) 기자들에 대한 위협이 커지면서 신문사 앞에 무장 경비원을 배치하게 됐다’고 하자 트럼프는 ‘그 전엔 없었단 말이냐’며 놀라워했다. 또 대화 중간 트럼프는 ‘가짜뉴스(Fake news)’란 단어를 대중화시킨 것에 자부심(pride)을 나타내면서 다른 여러 나라들은 그것(가짜뉴스)을 금지했다고 설즈버거에게 말했다. 설즈버거는 ‘그들 나라들은 독재국가이며, 그들은 ‘가짜뉴스’를 금지한 것이라기보다 그들(독재국가)의 행동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보도)를 금지한 것’이라고 답했다.”
 
2016년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모습. [The New York Times]

2016년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모습. [The New York Times]

NYT와 미 대통령의 ‘긴장(tensions)’은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집권 초 NYT의 사설에 불만을 품고 당시 발행인이던 아서 옥스 설즈버거 주니어(현 발행인의 부친)에게 항의했다. 설즈버거 주니어 회장은 “난 그것들을 ‘엄격한 사랑(tough love)’이라 생각하고 싶다”고 받아쳤고, 클린턴은 “알았다. 다만 ‘사랑’의 부분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그로부터 10년가량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설즈버거 발행인과 간부들을 오벌 오피스로 ‘소환’해 국가안보국(NSA)이 법원 허가 없이 통화 도·감청한 내용을 보도하려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트럼프가 ‘가짜뉴스’라는 비난을 가하면서도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 관계자와 ‘소통’을 꾀하는 것은 평가받을 만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는 당선인 신분이던 2016년 11월 말 NYT 본사를 찾아 20여 명의 간부들과 환담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대선 때 트럼프는 NYT 기자를 “세상에서 가장 못되고 부정직한 이들”이라며 “당선되면 바로 소송을 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런 ‘원수’의 집에 스스로 발을 옮긴 것이다. 그러곤 “NYT를 읽지 않으면 20년은 더 살 것이다. 하지만 NYT는 세계의 보석 같은 존재이며 나는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트럼프와 회동한 설즈버거 발행인도 NYT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끝날 때까지 나의 말을 경청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에게 ‘난 당신이 그 이슈들(가짜뉴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주고, 내가 그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트럼프의 행보에 대해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주류 지지자인 백인 저소득층은 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자신들의 삶을 무시하고 비하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럼프가 이런 기성 언론을 공격하면 할수록 트럼프는 자신과 같은 팀이라고 생각해 결집력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NYT 등을 가짜뉴스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자신의 의견과 같은 뉴스만을 보는 ‘뉴스 편식’ 현상이 심해지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뉴스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칭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 의회와 정부에선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보고서를 내고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정부는 온라인 선거 관련 광고 등에 ‘디지털 날인’을 의무화하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정보가 유통되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대책을 연내 마련할 예정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런던=김성탁 특파원, 서울=김지아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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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