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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최저임금 후폭풍,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들어서야 …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 발생한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식당과 같은 자영업 폐업은 줄을 잇고, 대학생은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전국의 소상공인은 불복종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이참에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며 결정 방식 개편 목소리까지 나온다. 사실상 전방위 저항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호프집에서 만났다. 문 대통령은 “아무런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고 왔다. 오로지 듣는 자리”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에겐 정책 홍보보다는 소통하려는 진정성이 전해졌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라고 가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영주 장관이 연이어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행보는 문 대통령과 사뭇 다르다. 문 대통령이 가감 없이 바닥 민심을 경청했다면 김 장관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인상을 풍겨서다.
 
사실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 청와대와 경제 부처가 부산하게 움직인 것과 대조적으로 고용부는 미동조차 없었다. 일각에서 “주무부처 실종 사태”라는 말까지 나왔다. 고용부가 움직인 건 23일이다. 경제단체들이 내년 최저임금에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의를 신청한 날이다. 이날 김 장관의 선택은 청년유니온이었다. 청년유니온 대표는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이다. 이들과 간담회를 연 뒤 26일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만났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지지하면서 본사의 갑질과 카드수수료 개선을 촉구하는 단체다. 최저임금 이의제기 마감일인 30일에는 여성노조와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 대상이 노동계이거나 현 정부의 성장 정책을 지지하는 쪽이다. 물론 노동자가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건 맞다. 그러나 또 다른 당사자이자 아우성치는 소상공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같은 경제단체와는 왜 거리를 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 장관은 간담회에서 “자영업자에게 근본적인 부담이 되는 가맹점 수수료, 상가임대료, 카드 수수료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변했다.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부작용이 급격한 인상보다는 갑질 때문이라는 투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통령도 감당할 수 있는 최저임금을 강조했는데 장관은 현장의 어려움 대신 기존 정책을 홍보하는 마중물로 간담회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여느 임금과 다르다. 국가가 정해 강제한다. 노조만의 이슈가 아니다. 민생 문제이고 경제 이슈다. 더욱이 일자리가 있고 일을 해야 임금을 얘기할 수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쪽을 만나야 하는 이유다. 가뜩이나 김 장관이 위촉한 공익위원을 두고 ‘뒤집힌 운동장’이란 표현까지 나온 마당이다. 후폭풍을 관리하는 데도 이런 지적이 나오면 곤란하다. 여론 수렴에 편식을 고쳐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건강한 정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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