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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 잡고 거름 주고…싱싱한 무공해 푸성귀 거저 아냐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8)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이 있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반드시 불편한 일, 슬픈 일이 있다. 마냥 즐겁고 편안하고 기분 좋기만 한 그런 일은 이 세상에 없다. 상응하는 희생과 대가가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좋은 쪽만 바라본다. 결과만 볼 뿐 그 결과를 이루는 과정은 잘 살피지 않는다. 산막 생활도 그렇다. 푸른 산속에 그림 같은 집 짓고 자연과 벗하며 행복한 삶을 이뤄가는 꿈을 꾸지 않는 이가 어디 있을까? 적어도 도시생활에 찌든 삶의 무게에 자유를 반납해야 했던 대부분의 생활인에게 이것은 꿈이요 이상일 것이다.
 
텃밭에는 오이며 감자, 고추, 가지, 상추, 쑥갓 등 온갖 야채와 푸성귀를 심어놓고 때맞춰 밥반찬하고 철 따라 복숭아, 사과, 자두 따 먹으며 매일 아침 닭 우는 소리 들으며 일어난다. 눈 오는 겨울밤이면 장작 난로 활활 타는 꽃불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아침마다 충직한 개 데리고 산책하고 우아하게 차 마시며 음악 듣는다. 친구들, 고마운 사람들 불러 바비큐 파티 열고 즐겁고 신나게 여유로운 삶을 이야기한다.


파티 후 적막함과 쓰레기에 익숙해져야
사람들은 산막의 아름다운 면만 보고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이렇게 직접 잔디를 정리하고, 잡초를 뽑고, 거름을 주는 등의 수고가 필요함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름다움은 아무렇게나 온 것이 아니다. [사진 권대욱]

사람들은 산막의 아름다운 면만 보고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이렇게 직접 잔디를 정리하고, 잡초를 뽑고, 거름을 주는 등의 수고가 필요함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름다움은 아무렇게나 온 것이 아니다. [사진 권대욱]

 
그런데 이런 생각 한번 해 봤는지? 누가 흙손이 돼 씨 뿌리고 잡초 뽑고 거름 줄 것인지? 개 먹이 매일 주고 진드기 잡아주며 청소할 것인지? 닭똥 냄새 맡으며 거름 만들 것인지? 엄동설한 눈 쌓인 길 뚫고 누가 땔감 마련하고 나를 것인지? 친구와 고마운 사람들이 먹을 밥은 누가하고 설거지와 쓰레기는 또 어찌할 것인지?
 
싱싱한 무공해 푸성귀에는 밭 갈고 잡초 뽑고 벌레 잡으며 기다릴 줄 아는 수고가 따른다. 원두막에서의 한가로운 독서와 개들과의 여유로운 산책에도 수시로 청소하고 목욕시키는 노고가 따르며, 겨울밤의 장작 난로에는 땔감 마련하고 날라오는 수고가 따른다. 친구들에게 맛있는 바비큐를 대접하기 위해 읍내까지 나가 좋은 고기 사고 무더운 여름에 숯불 피우고 푸성귀 씻는 수고를 해야 하고, 파티 후의 적막함과 쓰레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다들 성공한 사람의 현재 모습만 보고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겉으로 나타난 아름다움이나 편안함만 보고 그에 숨겨진 어려움이나 과정은 생각지 않는다. 물어보라! 어떤 성공도 그냥 우연히 온 것이 있는지를. 모든 순간이 이유가 있었던 것이지 그냥 그렇게 아무렇게나 온 것은 없다.
 
산중 생활 또한 그에 다르지 않다. 그 모든 일이 번거롭고 귀찮다 생각한다면 그냥 친구 집에 놀러 가 시골 기분 내거나 콘도나 호텔로 가서 즐기면 된다. 아니면 제대로 된 별장지기 하나 붙여 그 모든 수고를 대신하게 해도 된다. 이 모두를 기꺼이 감수하고 오히려 즐거움으로 여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은 축복이다.


몸 쓰는 일보다 더 견디기 힘든 외로움
산막엔 손님은 가고 집안일만 남았다. 이 모든 수고를 감수하고 오히려 즐겁다 생각한다면 일단은 축복이다. [사진 권대욱]

산막엔 손님은 가고 집안일만 남았다. 이 모든 수고를 감수하고 오히려 즐겁다 생각한다면 일단은 축복이다. [사진 권대욱]

 
그러나! 그러나, 손에 흙 묻히고 몸 쓰고 마음 쓰는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달 밝은 밤, 비 오는 밤, 그리고 바람 몹시 불거나 춥고 눈 오는 날! 적막강산에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며 진정 사람다운 사람이 그려질 땐 그땐 어찌할 것인가? 이 모두 견딜 자신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볼 일이다. 체질이 아니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이토록 산막은 평화이기도 하지만 그 평화가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혼자서도 해낼 듯 보이지만 시골 일은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이 대부분인지라 돈과 사람을 들여 해결한다. 
 
정착한 햇수가 십수 년이 되다 보니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목공, 페인트공, 철공, 벽돌공, 콘크리트공, 미장공, 배관공, 조경사, 인테리어업자, 보일러업자, 커튼업자, 심지어는 금붕어 아줌마까지. 그야말로 직종과 나이 다양하지만 지금껏 기억나고 그리운 것은 즐겁게 열심히 일한 사람들일 뿐 나머지는 별로 기억에 없다.
 
요약하면 아무리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더라도 즐겁게 하는 사람은 못 당하더라는 말이다. 돈 좀 더 주더라도 즐겁게 웃으며 일하는 사람과 일할 때가 가장 좋았다. 이 주 만에 산막을 오니 잔디는 길고 풀은 온통 제 세상이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대략 난감인데, 세월 탓인가 예전과 달라 팔 걷고 나서기도 어렵다. 도저히 혼자 할 일이 아니니 두었다가 사람 불러다 하자고 생각한다. 혼자 하면 힘들어도 둘이 하면 잠깐이라 즐거운 노동을 맛보리라.


산막의 3년이 나에게 가르친 것
텃밭의 잡초를 뽑고, 집을 구석구석 손질하면서 자연의 가르침에, 소박한 삶의 미학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행복감에 젖는다. [사진 권대욱]

텃밭의 잡초를 뽑고, 집을 구석구석 손질하면서 자연의 가르침에, 소박한 삶의 미학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행복감에 젖는다. [사진 권대욱]

 
자연 속에서의 생활은 참삶을 가르치는 학교나 다름없다. 산막에서의 3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산속에서 부지런히 빗자루를 놀리고, 텃밭의 잡초를 뽑고, 집을 구석구석 손질하면서 자연의 가르침에, 소박한 삶의 미학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행복감에 젖는다.
 
실제로 텃밭 가꾸기, 잡초 제거, 화초 가꾸기 등 원예활동이 우울증을 감소시키고 항암효과도 높인다고 한다. 풀을 뽑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뽑는 것이요, 텃밭 아닌 생명의 배움이니 너무나 당연하지 않겠나 싶다.
 
나는 오늘도 다른 생각 없이 산막으로 가 풀을 뽑고 여름 장미를 보고 잡초를 모아 태우며 거짓 몸과 마음을 지수화풍(地水火風) 본래 자리로 모두 보내고 싶다. 그리하여 영령(靈靈)하고 소소(昭昭)해 능히 만법의 근본이 되는 참 몸, 참 마음을 찾아보면 좋겠다.
 
권대욱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사장 totwkwon@amba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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