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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의 아하, 아메리카] 도마뱀·축음기 … 트럼프 중간선거서 믿는 구석 ‘게리맨더링’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이 이끄는 전국 민주적 선거구 재획정 위원회(NDRC) 유튜브 캠페인 동영상에서 "당신의 연방의원 선거구가 코르크 따개 모양이 된 건 게리맨더링 때문"이라며 개혁을 촉구했다. [유튜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이 이끄는 전국 민주적 선거구 재획정 위원회(NDRC) 유튜브 캠페인 동영상에서 "당신의 연방의원 선거구가 코르크 따개 모양이 된 건 게리맨더링 때문"이라며 개혁을 촉구했다. [유튜브]

“정치인이 유권자를 선택해선 안 된다. 유권자가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3분짜리 유튜브 캠페인 동영상에 깜짝 출연해서 한 말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나선 건 11월 중간선거에서 기형적인 선거구획정을 뜻하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 마지막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현대 기술은 의회에서 다수 집권당이 야당 지지자들을 최소한의 적은 수의 선거구에 몰아넣는 정밀한 지도를 그릴 수 있게 한다”며 “이로 인해 연방의원을 뽑는 선거구가 (비정상적인) 코르크 따개 모양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한 정당이 전체 득표는 적게 하고도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갈 수 있나. 그건 불공정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인이 상대방의 진지한 도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면 합리적인 다수 중산층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극단으로 치우치게 된다”고도 말했다. 공화당이 2010년 연방의회는 물론 연방 선거구를 정하는 주의회를 장악해 불공정한 게리맨더링을 했다는 비판이다.
 
현재 50개 주의회 가운데 32개를 공화당이, 민주당은 14개주를 지배하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주들이 연방하원 전체 의석(435석)의 85%이상을 차지한다. 그 결과 석달 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여론 지지율(전국 득표율)은 앞서지만, 공화당이 의회를 수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리얼클리어 폴리틱스에 따르면 25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최소 5%포인트(로이터-입소스)에서 최대 12%포인트(퀴니팩대학) 지지율이 앞섰다. 7월 조사 평균 7.3%포인트 앞선다. 반면 의석 예측에선 하원의원 199대 202(경합 34곳)로 공화당이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원의원 45대 48(경합 7곳), 주지사 선거예측도 19대 25(경합 5곳)도 마찬가지다. 전국 득표에서 140만표를 더 얻고도 의석은 33석 뒤졌던 2012년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주 주지사가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게리맨더링이 우리 정치체재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며 '평등한 선거구' 판결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EPA=연합]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주 주지사가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게리맨더링이 우리 정치체재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며 '평등한 선거구' 판결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EPA=연합]

뉴욕대 로스쿨 정책연구소인 브레넌센터(www.brennancenter.org)는 보고서를 통해 공화당이 전국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그린 선거구 덕분에 최소 16~17석을 더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하려면 24석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를 얻기 위해선 전국 득표에서 11%포인트 이상 압도적으로 공화당에 앞서야 한다. 민주당 쓰나미 수준의 강한 바람이 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유권자의 투표 결과를 의석로 전환하는 데 공화당 게리맨더링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미국의 게리맨더링은 현역 의원이 자신의 재선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할 것이란 통념과 달리 주단위로 상대당 지지층을 소수 지역구에 편중하는 방식이다. 공화당은 각 주별로 흑인, 히스패닉을 포함한 민주당을 지지하는 소수인종 밀집 지역을 2~3개 선거구에 몰아넣는 방식(packing)을 활용했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민주당 현역의원의 반발도 적기 때문이다. 인구상한 때문에 더는 몰아넣기 어렵다면 많은 지역구로 골고루 분산해 영향력을 줄이는 방식(cracking)도 혼용한다.
 
텍사스 35선거구

텍사스 35선거구

텍사스 주도 오스틴을 머리로 긴꼬리 도마뱀 형상을 하고 있는 텍사스 35구는 중남미 출신의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민주당 지역구다. 공화당은 텍사스에서 점점 늘어나는 히스패닉 인구를 한 선거구로 모으는 대신 주변의 더 많은 백인 우위 지역구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텍사스 15구는 남부 해안에서 중부까지 위태롭게 돌을 쌓아올린 탑모양으로 히스패닉 인구 비율이 82%에 이른다.     
 
오하이오 11구도 클리블랜드와 애크런 2개 도시를 축음기 모양으로 연결해 인종적 게리맨더링의 사례로 꼽힌다. 지역구민 40%가 흑인이다. 민주당이 이 지역구에서 통상 80% 이상 압승하는 지역구를 만들어 추가 의석을 얻을 가능성을 봉쇄했다. 미시간주 13ㆍ14구도 지역구민의 60%가 흑인 밀집 지역으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각 80%씩 지지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게리맨더링이 공화당의 전유물은 아니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메릴랜드주도 미 전역에서 악명이 높다. 특히 메릴랜드 3구는 북부인 볼티모어에서 주도인 아나폴리스까지 걸쳐진 기괴한 판화 같은 모양이다. 버마재비란 별명도 붙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전역에서 두 번째로 심한 게리맨더링 선거구로 꼽기도 했다. 한 선거구 내 지역이 연결돼야 한다는 원칙도 파괴했을 정도다.
메릴랜드 3선거구

메릴랜드 3선거구

 
마이클 리 브레넌센터 선임변호사는 “어떤 정당이든 편향되게 선거구 지도를 그리기 위해선 특정 인종 커뮤니티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텍사스나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소수 인종 유권자를 부분적으로 차별해 정치적 이익을 만든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나친 개리맨더링에 역풍도 불고 있다. 지역 유권자들이 유권자 선택권을 되찾기 위해 선거구 무효 소송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노스캐롤라이나 선거구 두 곳이 인위적으로 흑인 유권자 밀집 선거구를 만들어 인종적 분리를 하고 있다며 무효 결정을 내렸다. 이에 주의회가 돌연변이 게, 갯지렁이 모양 등 정도가 심한 선거구들은 정리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주대법원이 나서 기존 선거구를 무효화한 뒤 유권자 투표를 왜곡하지 않도록 반응성을 크게 높혔다. 결과적으로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추가 의석을 노릴 만한 전략지역이 됐다.
 
1812년 게리맨더링 200년 뒤 더 심해, 획정 세부 기준 없어
1812년 3월 보스턴 센티널에 게재된 엘브리지 게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비판하는 정치만평.

1812년 3월 보스턴 센티널에 게재된 엘브리지 게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비판하는 정치만평.

게리맨더링은 181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가 소속 민주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조정하자 지역 언론인 보스턴가제트가 붙인 이름이다. 미국에서 200년 전부터 악습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연방 선거구를 주에서 정하기 때문이다. 32개주는 주의회가 직접 정하거나 외부에서 만든 안을 최종 승인한다, 캘리포니아·애리조나·워싱턴 등 11개주는 독립적이거나 초당적 위원회가 한다. 나머지 7개주는 인구가 적어 한 명을 뽑는 단독 선거구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선거구는 해당 주의 다수당의 입맛에 따라 정해진다는 뜻이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격은 미국도 같다.
선거구 획정은 매 10년마다 한다. 현재 선거구는 2010년 센서스결과에 따라 2012년 선거에 앞서 정했다. 연방하원 의석의 인구 기준(현재 71만 1000명)이 정해지면 주별 의석 수가 배정되고 각주가 구역을 정하는 방식이다. 미 대법원은 인구 상·하한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10%를 넘지 않도록 했다. 한국의 2대 1(100%) 기준보다 훨씬 표의 등가성을 중시한 것이다. 대신 세부 획정 기준을 법률로 정하진 않았다. 밀집성·인접성 등 원칙을 무시하고 지역을 갖다 붙이거나 분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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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