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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제 때 매출 860억원, 中 최대 온라인 패션회사 탐방기

1992년 한중수교 직후 한국어를 전공한 중국 청년이 있었다. 대학 시절 동고동락한 동기들과 함께 2006년 '한두이서(韩都衣舍)’를 설립하고 K패션을 팔았다. 처음에는 알리바바 쇼핑몰 타오바오(淘宝) 내 매장 중 하나로 시작했다. 한국 스타일 옷을 중국인의 사이즈와 취향에 맞게 제작해 판매했다. 한국인 모델을 발탁하고 사진 촬영도 한국에서 했다. 그렇게 대륙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중국 온라인 패션업계 1위를 차지한다.  
 
2017년 솽스이(双十一 11월 11일, 광군제) 하루 매출은 5억1600만위안(약 860억 원)에 달했다. '솽스이'는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중국 최대 할인 행사다. 티몰(天猫 톈마오) 데이터에 따르면, 한두이서는 2017년 11월 11일 판매 개시 후 단 10분 37초만에 판매액 1억 위안(약 170억 원)을 돌파했다.  
 
K패션으로 대륙을 정복한 중국 회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차이나랩이 7월 11일 중국 산둥성 지난(济南 제남)에 있는 한두이서 본사를 직접 찾아가 그 현장을 둘러봤다.
한두이서 본사 [사진 차이나랩]

한두이서 본사 [사진 차이나랩]

 
"지난은 중국에서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차밀림을 해결해줄 지하철은 아직 공사중이란다. 지난 공항에 내렸을 때만 해도 소도시 느낌이 물씬 났지만,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니 고층빌딩이 즐비했다. '대륙의 스케일'이라는 말처럼 빽빽한 빌딩숲이 이어졌다. 한창 공사중인 건물도 곳곳에 보였다. 마치 2008 올림픽 개최 전 베이징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한두이서 본사 사무실 전경, 마케팅 팀은 전지현, 구리나자 등 광고모델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차이나랩]

한두이서 본사 사무실 전경, 마케팅 팀은 전지현, 구리나자 등 광고모델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차이나랩]

 
직원 평균연령 25세
 
"젊다, 밝다, 자유롭다"
 
한두이서 본사에 들어서자마자 받은 느낌을 세 가지 형용사로 표현하자면 이랬다. 직원 평균 연령 25세, 소비자 50% 이상이 10대 후반~20대 초중반이다 보니 직원들도 젊어야 한다고. 주 소비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언어,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직원수는 CS(Customer Satisfaction 고객 만족)와 창고 관리 직원까지 합치면 2500명에 달한다.  
 
회사 분위기가 밝다고 이야기 했더니, 부서별 특성에 맞게 업무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마케팅 팀은 브랜드 광고 모델로, 아동복팀은 아이 사진과 인형으로, IT팀은 부서진 키보드로 사무실 내부를 꾸미는 식이다.
부서별 특성에 맞게 업무 공간을 꾸미는 한두이서 [사진 차이나랩]

부서별 특성에 맞게 업무 공간을 꾸미는 한두이서 [사진 차이나랩]

 
"쉬는 시간이네요"
 
한창 회사를 견학하고 있는데 중앙 방송으로 흥겨운 음악이 울려퍼졌다. 오전 오후 각각 한번씩 휴게 시간을 알리는 음악이 나온다. 꼭 휴식 시간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틀고 근무하는 부서도 있다. 일종의 '노동요' 개념이다. 회사 곳곳에는 탁구대, 휴게실, 사내 우체국, 무인 매대 등 직원들을 위한 복지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국 뉴스에서 자주 접하던 무인 매대를 여기서 보니 반가웠다. 사무실 한켠에 주로 비치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실제로 한두이서 사무실 군데 군데에 무인 매대와 자판기가 있었다. QR코드로 결제 후, 제품을 수령해가는 시스템이다.
한두이서 본사 [사진 차이나랩]

한두이서 본사 [사진 차이나랩]

 
패션회사 NO! 빅데이터 운영하는 인터넷기업
 
설립 초창기 한두이서는 한국 패션브랜드 제품 대리 구매에 초점을 맞췄었다. 그러나 대리구매는 제품이 금세 품절돼 소비자 불만을 야기했고, 이에 한두이서는 아예 한국에서 인기인 패션 스타일을 중국에서 가공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두이서의 탄력 공급시스템을 소개하는 그래프 [사진 차이나랩]

한두이서의 탄력 공급시스템을 소개하는 그래프 [사진 차이나랩]

 
사측 설명에 따르면 한두이서의 매진률은 약 90%로, 매우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모두 자체 개발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爆旺平滞算法) 덕분이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본 다음, 일명 초대박 상품(爆款)은 생산량을 늘리고 판매가 저조한 제품은 저렴한 가격으로 빨리 처분한다. 이 모든 과정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속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재고 처리에 골치를 썩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한두이서는 온라인 패션 회사를 넘어 빅데이터를 운영하는 인터넷 기업으로 발돋움 중이다.  
 
고객 상담 서비스도 일차적으로는 인공지능 챗봇이 처리한다. 그 다음 단계에 인력이 투입된다. 매년 11월 11일(중국 최대 쇼핑축제 솽스이) CS직원 한명당 무려 1500통의 전화를 받는다고. 평소의 3배 수준이다. 평상시 2교대로 돌아가는 CS 근무 스케줄도 3교대로 진행한다. '솽스이 4년 연속 패션 부문 매출 1위' 타이틀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한두이서 사내 벽면에 전시된 각종 트로피와 사진 [사진 차이나랩]

한두이서 사내 벽면에 전시된 각종 트로피와 사진 [사진 차이나랩]

 
일명 '상품소조(小组)를 핵심으로 하는 전과정 운영 시스템(IOSSP)'이라 불리는 관리 시스템도 한두이서 경영의 특징이다.
 
3~4명으로 구성된 작은 팀(상품소조)을 구성, 팀내에서 아이템을 발굴해 출시하는 전과정을 책임지고 진행한다. 상벌이 확실하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실적이 부진한 팀은 곧바로 해체돼 재구성된다. 철저한 경쟁 체제다.
 
이러한 한두이서의 관리체계는 운영 효율을 높인 기업 성공 사례로 꼽힌다. 중국 명문 칭화대(清华大学) MBA, 장강경영대학원(长江商学院), 하버드 경영대학원 EMBA 과정에서 교수학습자료로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상품팀을 세분화 시켜 경쟁시키는 제도 [사진 차이나랩]

상품팀을 세분화 시켜 경쟁시키는 제도 [사진 차이나랩]

 
판매대행,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도
 
12살이 된 한두이서는 판매대행과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돕고, 막 걸음마를 뗀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것. 견학 중 만난 국내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혼자 이곳에 파견돼 나와 있지만, 한중 관계 개선 분위기에 따라 앞으로 보다 많은 한국업체들로 가득차길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두대학 벽 한켠 게시판에 걸려있는 신입사원 목표 [사진 차이나랩]

한두대학 벽 한켠 게시판에 걸려있는 신입사원 목표 [사진 차이나랩]

 
한두대학(韩都大学)은 신입사원 교육과 중국 진출을 원하는 업체들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곳 벽 한 켠에는 신입사원들이 입사초 적은 목표들이 게시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남신(男神)을 만나고 싶다"는 귀여운(?) 소망부터 '내집 마련' '내차 구입' 과 같은 현실적인 계획들이 눈에 띄었다. 한두이서의 초심(初心)이 세워지고 전수되는 현장이었다.
 
타오바오 내 작은 쇼핑몰로 시작했던 한두이서. '타오바오 베이비'였던 한두이서는 이제 다른 '베이비 기업'에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선배 기업'이 됐다. K패션을 파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한두이서는 이제 패션 회사를 넘어 데이터 회사(数据公司), 인터넷 기업(互联网公司)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 =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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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