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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감식 과학수사대’ DPAA, 미군 유해 송환 숨은 공신

북한으로부터 미군 유해를 넘겨받기까지 북·미 간 협상 뒤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협상 과정 전면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면서 북한을 상대한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이다. 하와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DPAA는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장성급 협의와 이튿날 실무회담에서 미국 협상단의 브레인 역할을 했다.
 
특히 이번 유해 송환 협상에는 한국계 미국인도 참여했다. DPAA 소속인 제니 진(39·한국명 진주현) 박사다. 인류학자인 진 박사가 미군 유해 관련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DPAA의 전신인 미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사령부(JPAC·Joint POW/MIA Accounting Command)에 합류하면서다. 그는 2011년부터 6·25 전쟁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감식하는 일을 맡아 왔다. 현재는 DPAA의 ‘코리아팀’에서 일하면서 실종자 귀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 박사의 미군과의 인연은 조부모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안북도 출신인 진 박사의 조부모는 6·25 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 참여했던 미군들과 함께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온 피난민이다.
 
진 박사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31구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건 60여 년이 지난 유해에서도 DNA를 채취할 수 있는 정밀한 유전자 감식 기술 덕분이다. 게다가 미 정부는 6·25 전쟁 때 실종된 미군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실종 군인 가족 90% 이상의 DNA 샘플을 보유하고 있다. DPAA가 ‘유해발굴 과학수사대(CSI)’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국 국방부의 유해발굴감식단 역시 DPAA의 전신인 JPAC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당시 JPAC의 모토는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였다고 한다.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한국의 유해발굴감식단이 생기기 전 국가 주도로 유해발굴사업을 하는 건 전 세계에서 미국 JPAC이 유일했다”며 “발굴 지역을 선정하는 것부터 탐사·감식의 전 과정에서 JPAC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또한 “DPAA와 주기적으로 업무를 공유하고, 한·미 공동조사를 통해 함께 국내에서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DPAA가 미군 송환 협상에 참여한 것은 유해 송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유골 오염 등을 차단하기 위해선 전문가들이 유해 송환 단계부터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장성급들이 모여 협상을 하더라도 이들은 아무래도 유해와 관련된 과학적·기술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며 “유해 감식은 미 본토에서 이뤄지겠지만, 미군이 아닌 북한군의 유해를 송환하는 등의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들의 협상 참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과거 유해 송환 과정에서 북측의 기술 수준이 낮은 탓에 동물 뼈가 전사자 유해와 섞이기도 했다”며 “미 측은 DPAA를 협상 단계부터 참여시켜 이런 불미스러운 상황을 예방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PAA의 협상 참여로 이번 미군 유해 송환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DPAA가 유해 발굴의 전담 기관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후 이뤄질 유해 송환 및 발굴 작업에 대한 논의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이번에 이뤄질 유해 송환뿐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유해 발굴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실무진인 DPAA 관계자와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유진·김지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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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