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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어벤져스 … ‘천적 중매’로 해충 씨 말린다

온난화는 우리 농업에 있어 위기이자 도전이다. 기후 변화에 따라 작물과 가축의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거나 줄어들 수 있어서다. 쌀의 경우 2040년 대에는 생산량이 현재보다 13.7% 가량 줄어드는 반면, 더위에 강한 콩은 30%가 늘어날 전망이다. 옥수수는 최대 25% 줄어든다. 전에는 없던 해충의 창궐도 우려된다. 온난화의 위협에 맞서는 이들이 있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농식품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연구에 매진 중인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소속 연구진을 25일 중앙SUNDAY가 만났다.

 
미국 선녀벌레의 천적인 집게벌 번데기를 살펴보는 조점래 연구관. [사진 농촌진흥청]

미국 선녀벌레의 천적인 집게벌 번데기를 살펴보는 조점래 연구관. [사진 농촌진흥청]

농진청 조점래(54) 연구관은 주변에서 ‘중매쟁이’로 유명하다. 단, 사람이 아니라 곤충들의 중매를 담당한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그는 주로 곤충의 성 페로몬 관련 연구를 했다. 어떤 조건에서 짝을 더 잘 맺고, 활발히 번식하는지가 그의 연구 주제다. 최근에는 외래 해충의 천적을 찾는 일에 발을 벗고 나섰다. 조 연구관은 “약간 방향은 다르지만 짝짓기는 짝짓기인 셈”이라며 웃었다.
 
그가 가장 관심을 쏟는 해충은 미국 선녀벌레와 갈색날개 매미충, 꽃매미다. 모두 미국과 중국 등에서 왔다. 외래종이다보니 국내엔 별다른 천적도 없다. 과거엔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과수 농가 등에 큰 해를 끼치는 곤충들이다. 실제 온난화로 인한 이상 고온 탓에 국내에 있던 잠재 해충이나 외래 해충으로 인한 피해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14년 전남 해남에서는 풀무치가 갑자기 발현해 며칠 새 농경지 23㏊를 망친 일도 있었다.
 
조 연구관의 천적찾기는 성과도 내고 있다. 그가 ‘천적 중매’를 열심히 선 덕에 2010년 한때 8000㏊가 넘었던 꽃매미 발생 면적을 지난해 750㏊ 이하로 줄였다. 외래 해충 못지않게 이들의 천적이 국내 생태계에 어느 만큼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한다. 이를 위해 그는 거의 매일 연구실 옆 곤충 사육실에 들러 해충과 그 천적들을 살펴본다. 사육실에선 수십 종의 해충과 그 천적들이 길러진다. 그것도 곤충의 각 생애주기별로 수십 마리씩 길러진다. 한때 자택의 한 공간을 암실로 만들어 곤충의 행태를 살펴보기도 했다. 조 연구관은 “농약 같은 화학적 요법으로 온난화로 인한 해충을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생태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외래 해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9가지 날씨 정보 10일 정도 앞서 받아
 
심교문 연구사가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를 시연 중이다. [사진 농촌진흥청]

심교문 연구사가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를 시연 중이다. [사진 농촌진흥청]

농진청 심교문(50) 연구사는 ‘농업계의 조기경보기’라 불리운다. 그는 갑작스러운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5년 첫선을 보인 ‘농가맞춤형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이하 조기경보서비스)’를 개발했다. 그간 농업에서 날씨는 하늘이 정해주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조기경보서비스는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하늘의 뜻을 조금이라도 일찍 읽어내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농민은 문자와 스마트폰 앱, 인터넷 등으로 온도와 강수·일사량·습도 등 농사에 필요한 9가지 날씨 정보를 최장 10일 가량 일찍 받아 볼 수 있다.
 
서비스는 특히 ‘소기후 모형’을 표방한다. 기존 기상청의 날씨 정보가 최소 25㎢(5㎞X5㎞)에 해당하는 면적을 기준으로 했다면 이 서비스의 최소 단위는 900㎡(30mX30m, 약 270여 평)다. 쉽게 말해 바로 옆의 논과 내 논 사이의 온도 차 등을 알 수 있다. 이는 그간 쌓아온 대량의 데이터(5860GB)와 이를 바탕으로 한 산출식 덕에 가능하다. 농진청은 현재 전남 구례군과 순천시 등 이 일대 10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심 연구사는 “지리산과 섬진강이 인접해 있어서 기후 예측이 가장 어렵다고 꼽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는 날씨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농민 스스로 자신이 어떤 작물을 경작 중인지 입력하면 작물 정보와 날씨 정보를 합쳐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할지까지를 알려준다. 폭염이 예상될 경우 ‘해당 작물에 맞춰 물을 얼마나 더 줘야 한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역시 콩과 매실 등 20여 가지 작물의 생육관련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하고 이를 활용했다.
 
조기경보서비스의 가장 큰 강점은 정확함이다. 온도의 경우 96% 이상의 정확성을 기록 중이다. 덕분에 일본이나 미국의 비슷한 시스템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6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꼽은 ‘기후변화대응 기술혁신 베스트 오브 베스트’ 중 하나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로 등재돼 있다.
 
농진청은 이 서비스를 2025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심 연구사는 “기후변화 관련 연구가 보통 10년 단위의 긴 시간을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당장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따라 농작물 생육 시기 조절
 
시험재배 중인 올리브 나무를 살펴보는 문경환 연구관. [사진 농촌진흥청]

시험재배 중인 올리브 나무를 살펴보는 문경환 연구관. [사진 농촌진흥청]

온난화가 위기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이기도 하다. 파파야와 망고처럼 전에는 기를 수 없었던 작물을 길러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덕이다. 하지만 개별 농가가 무턱대고 아열대 작물을 도입할 수는 없을 터. 농진청 문경환(54) 연구관은 아열대 작물의 전도사다. 아열대 작물 중 어떤 작물이 국내에 맞는지를 가장 먼저 테스트 하는 게 그의 임무다. 현재 개발 중인 아열대 품종은 올리브와 커피를 비롯한 약 10여 종. 올리브는 현재 한국 기후에 맞는 것을 골라 올리브유용과 피클용 등으로 나눠서 제주도 일부 농가에 보급했다. 머잖아 본격 재배가 이뤄질 전망이다. 관광농업 자원으로도 활용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파파야는 국내 기후에 가장 잘 맞는 것을 개발해 제주도 등 일부 지역 농가에 보급했다. 겨울철에 조금만 온실에서 열을 더해주면(가온)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연구관은 “동남아에서 오신 분들은 재배 중인 파파야를 보고 ‘고향의 맛이 난다’라며 잎을 따간다”라고 소개했다.
 
현재 연구 중인 커피는 ‘국내산 커피 원두를 구입했으면 한다’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연구를 시작했다. 여기에 무와 배추, 고추, 양파 등 기존 작물의 수확량이 기후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더위에 약한 배추는 가을배추 대신 겨울배추로 개량해 수확 시기를 미루는 식으로 생육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그는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별 생육예측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무와 배추·고추·마늘 등이 시간에 따라 얼마나 자랄지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최적화된 생육 방식을 제안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우수성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 연구논문은 SCI(과학논문인용색인)급 학술지(Annals of Botany)에 등재가 확정된 상태다. 농진청 황규석 연구정책국장은 “우리 청은 2009년부터 기후변화 대응 관련 연구를 본격화 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감탄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기후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여전히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주=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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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