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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되면 장례식 미리 치러 은퇴하겠다는 ‘별난’ 회장

[CEO 탐구] 문영우 엠코르셋 회장
문영우 회장이 서울 강남 사옥 입구에 서 있다. 입구에는 엠코르셋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인 세계적인 톱 패션 모델 미란다 커(뒤 사진 가운데)가 다른 모델과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이 전시돼 있다. [김경빈 기자]

문영우 회장이 서울 강남 사옥 입구에 서 있다. 입구에는 엠코르셋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인 세계적인 톱 패션 모델 미란다 커(뒤 사진 가운데)가 다른 모델과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이 전시돼 있다. [김경빈 기자]

‘한 우물을 파라’ ‘하고 나서 말해라’ ‘착실히 정진을 거듭해 늦게 큰 그릇이 되자’
 
문영우 엠코르셋(주) 회장(59)의 사무실에는 붓글씨로 써놓은 표어가 곳곳에 붙어있다. 사업이 안 풀릴 때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스스로 써놓은 일종의 자기 맹세다. 삼성물산에서 부장까지 지내다 사표를 내고 창업한 그는 인생철학과 경영관이 독특한 ‘괴짜’ CEO로 꼽힌다.
 
요즘 사업은 어떤가.
“가치 있는 일을 하려고 마흔네 살 때 대기업을 뛰쳐나와 창업을 결심했다. 대학 입시 이후엔 공부를 더는 안 해도 될 줄 알았는데 대학가서 공부를 계속해야 하듯 상장하고 나면 한숨 돌릴 줄 알았는데 더 챙길 일이 많아지더라.”
 
엠코르셋은 온라인 마케팅을 중심으로 ‘원더브라’ ‘미싱 도로시’ ‘르페’ 등 19종의 브랜드를 생산·판매하는 여성 속옷 전문 의류업체다. 2004년 이후 60% 이상 되는 홈 쇼핑 매출을 주력으로 연평균 매출이 36%씩 성장한 데 힘입어 지난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무슨 일들이 남아있나.
“나에게는 꿈이 있다. 사업을 시작하며 이 분야에서는 최소한 아시아에서 1등이 되겠다는 것이다. ‘Pride of Asia’라는 말을 매일 되뇌며 사업에 매진해왔다.”
 
문 회장은 2022년 12월 22일 20시에 ‘Pride of Asia’ 선포식을 겸한 속옷 패션쇼를 상하이 등에서 거행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10년 전부터 미리 세워놨다. 그는 이런 식으로 구상을 먼저 세워놓고 이를 이뤄나가기 위해 하나씩 실행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연평균 36%씩 성장, 최근 코스닥 상장
 
삶의 방식이 남다른 것 같다.
“인생 목표도 이미 정해놨다. 88세까지 사는 것이다. 너무 오래 살아도 삶이 힘들고, 너무 일찍 죽어도 하고 싶은 일을 다 못한다. 그때 딱 맞춰서 죽기가 쉽진 않겠지만 88세가 되는 날까지 살아있다면 생전 장례식을 미리 치를 생각이다. 나를 도와준 사람들과 나를 이어갈 사람들에게 감사와 격려, 꿈과 용기를 전하고 작별 인사를 나눌 것이다. 장례식을 치르고 나면 죽을 때까지 숨어 지내며 나 혼자서 생을 정리할 것이다.”
 
황당하면서도 독특한 생각이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놓고 나니 일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더라. 그날까지 해야 할 일을 모두 정해놓고 역순으로 하나씩 해나간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문 회장은 지난해 암 선고를 받고 장례식을 미리 열어 화제가 됐던 일본의 한 대기업 사장처럼 생전 장례식을 통해 삶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퇴장이라 생각한다.
 
기업 이야기를 해보자. 안정적인 대기업을 나와 창업하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
“삼성에서 벤처 투자 업무를 맡다 보니 창업이 살길이란 생각이 거듭 들었다. 지방대 출신이라 내부 경쟁이 심한 조직 속에서 고민도 많던 차에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사표를 던졌다. ‘인생은 결국 우상향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미래가 두렵지 않았다.”
 
많고 많은 사업 아이템 중에서 하필 여성 속옷을 택한 이유는.
“상식선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며칠을 고민했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싶었다.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비교적 경쟁 사업자가 적은 여성 속옷이 한눈에 들어왔다. 온라인 시장 위주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어 기존 기업과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데다 혁신을 통해 시장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점도 끌렸다.”
 
남성 CEO가 여자 속옷을 만들기가 쉽진 않았겠다.
“사업 초기엔 ‘남자가 왜 그런 거 하느냐’는 소리를 1000번도 넘게 들었다. 느낌이 어떤지 직접 체험하기 위해 여성 팬티를 며칠 동안 입고 다닌 적도 있다. 몸에 밀착되는 의류인 만큼 생활에 불편하지 않은 착용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패션의 완성은 결국 속옷으로 이뤄진다는 생각에 ‘이것만 한 사업 아이템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여성 의류 사업의 성공 비결을 꼽는다면.
“한국 여성 소비자들은 속옷 선택이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감각적이다. 미적 감각이 까다롭고 예민한 데다 착용감이나 체형 교정 효과를 중시한다. 하지만 색상은 서구에 비해 차분하고 얌전한 색깔을 선호한다. 한국인의 체형과 취향에 맞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내는 게 관건이다. 앞으로 속옷 기업들은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장착한 첨단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혁신기업이 될 것이다.”
 
창업한 지 16년이 됐다. 당신에게 기업은 과연 무엇인가.
“기업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그 가치는 직원에겐 일자리를, 고객에겐 좋은 상품과 만족감을, 국가에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공유할 수 있다.”
 
문 회장의 가치론은 계속 이어진다.  
 
"가치를 만들기 위해선 세상의 흐름을 읽고, 세상에 널려있는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일을 통해 실제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공부하기 위해 세상의 지식이 담겨있는 종이 책과 신문을 열심히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요즘도 매일 아침 5시면 일어나 1시간여 동안 10여 개의 일간지를 샅샅이 훑어본다.
 
사무실에 붙여놓은 표어가 많다.
“‘하고 나서 말하라’‘한 우물을 파라’란 말은 어머님의 유언을 옮긴 것이다.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지혜가 많은 분이었다. 임종 때 ‘형제간 우애를 잊지 마라’란 말과 함께 이 말을 남겨줘서 항상 가슴 속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이 다 그렇듯 창업 이후 어려운 일도 많았겠다.
“창업 초기에 매출이 생각보다 너무 안 올라서 고민으로 날이 샌 적이 많았다. 사업이 위기에 몰리면서 한강에서 뛰어내려 죽으려고 2번이나 갔었다. 죽는 게 쉽진 않더라. 가족과 어머니 생각에 발길을 돌리며 ‘반드시 일어선다’고 결심했었다.”
 
 
절친인 강우석 감독이 선뜻 5억 투자
 
가장 생각나는 일화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계기가 있었다. 영화감독 강우석이 오랜 절친이다. 급하게 사업자금이 필요했는데 포장마차에서 함께 소주를 마시다 어렵게 말을 꺼내 투자를 권유했다. 그랬더니 아무런 설명을 들어보지도 않고 다음 날 5억원이란 거금을 입금해줬다. 아직까지 우리 회사의 주요 투자자로 남아있다. 그때부터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게 됐다. 나를 아는 다른 사람의 뒤통수를 때리지도, 맞지도 않겠다고 결심했다.”
 
인생의 좌우명을 소개해달라.
“젊었을 때는 ‘한계는 없다(No limit)’란 말을 명심했다. 도전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절대 겸손’으로 바꿨다. 사업을 해보니 겸손은 사람과 사회에 대한 배려이자 큰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져야 할 자세더라. 요즘은 ‘홍익인연(弘益因緣)’이란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올 초 갑자기 생각난 말인데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직원·투자자·고객·협력업체를 이롭게 하는 일을 하면 결국 나를 이롭게 하는 일이 된다는 이야기다.”
 
사업을 하면서 나름의 징크스가 있을 법하다.
“일을 할 때 말이 먼저 앞서면 항상 잘 안 되곤 한다. 언젠가 홈쇼핑 방송에서 ‘이 제품은 이래서 잘 될 것’이라 먼저 내뱉었다가 매출이 폭삭 망한 적이 있었다. 고비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일에 집중하면 나중에 더 큰 보람이 있더라.”
 
 
중국 시장 1% 점유율 ‘속옷 한류’ 도전
 
향후 사업계획은.
“중국 시장 진출이 우선이다. 중국 여성들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옷과 신발, 화장품에 이어 속옷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리와 체형이 비슷한 게 장점이다. 속옷은 밤에 혼자서 검색하고 구입하는 경향이 많아 모바일 시장에 적합한 품목이다. 중국 온라인 시장 1% 점유율을 목표로 ‘속옷 한류’를 이뤄낼 계획이다.”
 
나만의 애장품이 있다면.
“18년 전부터 골프를 시작해 핸디가 7~8쯤 된다. 그때부터 써온 퍼터 골프채(‘티어 드롭’)를 애지중지한다. 이게 없으면 경기가 안 풀린다. 잃어버릴까봐 단종된 브랜드지만 똑같은 것으로 2자루를 더 구해서 보관해놨다. 골프채 이름처럼 상대방 선수에게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는 나만의 믿음이 있다.”
 
사회 진출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아직 내가 완전한 성공을 거둔 게 아니라서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직원과 후배들에게 늘 해주는 말이 있다. ‘성공의 3요소는 긍정, 집요, 겸손’, ‘최후의 경쟁력은 건강’이란 말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 어떤 일이든 마지막에 흘린 땀 한 방울이 성공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잊지 마라.”
 
[글씨로 본 이 사람] 현실적이고 담백한 성격
문영우 회장의 글씨

문영우 회장의 글씨

문영우 회장의 글씨(사진)는 큼직하고 시원하게 써 내려 간 것이 특징이다. 필적 분석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글씨 선이 이처럼 일일이 독립된 비연면형(非連綿型) 필체는 현실적이고 담백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대체로 냉정하고 직선적인 성격이어서 사물의 연결이나 사람과의 관계 등에 개의치 않고, 냉담하게 대하거나 단순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세로 선이 길고 자음과 모음 끝부분을 깨끗하게 마무리 한 것으로 보아 인내력과 의지가 강하고 일을 잘하려는 욕구가 많은 것으로 풀이됐다. 영어 ‘i’의 점이 윗부분에 뒤집혀 찍혀 있는 것은 비판적인 감각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점이 윗부분에 높이 자리한 것은 큰 상상력과 열정을 의미한다는 게 구 변호사의 분석이다.
 
문영우 회장
● 부산대 외국어교육과 졸업
● 1988~1999 삼성물산 스포츠사업부,
                 마케팅실, 전략기획실 근무
● 1999~2002 삼성물산 벤처투자사업부장
● 2002~현재 엠코르셋㈜ 대표이사 
홍병기 선임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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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