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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컬링’ 만든 경북체육회 ‘여자 박태환’ 김서영 키운다

[스포츠 오디세이] 여자 수영 올림픽 첫 금 꿈
지난 19일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MBC배 전국수영대회에 출 전한 김서영이 접영으로 몸을 풀고 있다. [김경빈 기자]

지난 19일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MBC배 전국수영대회에 출 전한 김서영이 접영으로 몸을 풀고 있다. [김경빈 기자]

‘접배평자’ ‘IM100’
 
이 용어를 안다면 당신은 동네 수영장에서 물 좀 먹어본 사람이다. 접배평자는 접영-배영-평영-자유형의 줄임말이다. 이 순서대로 헤엄치는 게 IM(Individual Medley·개인혼영)이다. 길이 25m 풀을 접배평자 순으로 돌면 IM100(m)이 된다. 네 가지 영법을 익히고 체력도 받쳐줘야 하기에 IM100은 나 같은 동네 수영장 올챙이들의 1차 로망이다.
 
IM200부터는 전문가 영역이다. 올림픽·세계수영선수권 등에는 IM200과 400 종목이 있다. 엘리트 선수 사이에서도 개인혼영은 ‘올 라운드 플레이어’의 무대다.
 
올해 여자 IM200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운 선수는 김서영(24·경북도청)이다. 그는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분08초61에 터치패드를 찍어 오하시 유이(일본·2분08초92)를 따돌리고 시즌 세계랭킹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서영은 지난해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 준결승에서 2분09초86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7개월 만에 무려 1초25를 줄여 2분8초대에 진입했다. 부다페스트 우승자 카틴카 호스주(헝가리), 2위 오하시가 정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김서영의 기록 단축은 놀라울 정도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박태환(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금)에 이어 대한민국 최초 수영 여자 금메달리스트를 기대하게 한다.
 
 
배영 잠영 너무 빨라 규정위반 실격
 
자신의 영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서영. [김경빈 기자]

자신의 영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서영. [김경빈 기자]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19일, 경북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MBC배 전국수영대회를 찾았다. 지난 5월 경산(경북체고 수영장)에서 만났을 때보다 김서영은 더 단단해 보였다. 수영복을 입은 뒷모습이 완벽한 역삼각형 형태였다.
 
8월 18일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을 앞두고 김서영은 컨디션 점검차 배영 100m 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뜻밖의 실격을 당하고 말았다. 스타트 후 잠영(潛泳) 거리가 규정(15m)을 넘어버린 것이다. 김서영은 “(잠영)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까 이런 일이 생겼네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했죠”라며 웃었다.
 
그만큼 김서영은 컨디션이 좋고 자신감이 넘친다. 키 1m63cm, 체중 52kg인 김서영은 외국 선수들과 비교하면 왜소해 보인다. 본인도 “전에는 작고 힘이 약해 안 되겠지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일본 선수가 세계 정상에 서는 걸 보면서 ‘일본도 하는데 내가 못하겠어?’라고 마음을 고쳐 먹었죠”라고 말했다. 혼영은 다양한 기술과 연결동작이 중요한 종목이다. 체격의 우위보다는 얼마나 집중해서 힘든 훈련을 버티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그런 점에서 김서영의 승부근성은 돋보인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따라 수영을 시작한 김서영은 “심폐기능이 뛰어나다거나 하는 건 없어요. 대신 어렸을 때부터 승부욕은 엄청났죠.  5~6세 반에서 6세 언니·오빠들한테도 지는 걸 싫어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김서영은 중3때 국가대표에 뽑혔지만 이후 어깨 부상과 슬럼프로 오랜 기간 고생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한다. 안무진 체력담당 트레이너는 “서영이는 유연성이 너무 좋아 관절끼리 충돌하는 바람에 어깨 부상에 시달렸다. 유연성 운동을 줄이고 근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면서 이상적인 몸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신체조건 최고 아니지만 맞춤 훈련 효과
 
경북도청 수영 선수단이 경북체고 수영장 앞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인균 감독, 박수진(접영 선수), 김서영, 이지선 코치. [정영재 기자]

경북도청 수영 선수단이 경북체고 수영장 앞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인균 감독, 박수진(접영 선수), 김서영, 이지선 코치. [정영재 기자]

김서영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입촌하지 않는다. 소속 팀인 경북도청에서 훈련을 한다. 해외 전지훈련도 자주 나간다. 김서영에겐 아시안게임과 내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도 중요하지만 모든 건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에 맞춰져 있다.
 
‘2020 도쿄 프로젝트’의 설계자는 경상북도체육회다. 경북의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는 경북체육회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컬링 대표팀인 ‘팀 킴’을 키워낸 주역이다. 아무도 컬링에 관심을 갖지 않던 12년 전 여자 컬링 팀을 만들고, 꾸준히 뒷바라지해 왔다. 팀 킴을 만든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원장은 “경북체육회에서 뚝심을 갖고 컬링 팀을 지원해준 덕에 선수들이 이탈하지 않고 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북체육회는 경기도 수원 출신인 김서영을 점찍고, 경기체고를 졸업한 그를 2013년에 스카우트했다. 김인균 감독은 “서영이는 국가대표였지만 에이스는 아니었다. 우리가 본 건 ‘인성’이었다. 서영이는 예의가 바르고, 힘든 훈련을 해냈을 때 성취감을 느끼며 그걸 즐길 줄 안다”고 말했다.
 
김응삼 경북체육회 체육진흥부장은 “김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접영 선수 출신인 이지선 코치는 헌신적이고 디테일에 강하다. 심리 담당 코치도 최근에 합류했다. 경북도 재정으로 운영하는 체육회라 예산이 빠듯하지만 ‘도쿄 드림팀’에 최선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영은 지난 25일 일본으로 출국해 오사카에서 훈련을 한 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김서영은 “팀 킴이 올림픽 은메달을 따고 청소기 광고를 찍는 걸 보고 솔직히 부러웠어요.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기쁨을 줬으니까요. 저도 한국 여자수영에 새 이정표를 세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매일 1만m 헤엄 친다는 김서영 “어깨 스트레칭 많이 하고 힘 빼는 게 비법”
지난 5월 경북체고 수영장에서 김서영과 인터뷰를 하면서 ‘나 같은 수영장 올챙이들에게 수영 잘하는 팁을 하나 달라’고 했다. 김서영은 “수영장 코치님이 시키는 대로 하시는 게 가장 빨라요”라며 웃었다. 그리고는 스트레칭과 몸에 힘 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가 친구를 한번 가르쳐 본 적이 있어요.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한 어깨 회전 동작을 제대로 못 하더라고요. 어깨 스트레칭을 많이 해서 유연성을 키우세요.”
 
몸에 힘을 빼는 동작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물속에서 힘을 빼고 편안하게 있으면 몸이 뜨잖아요. 영화에서 시체가 물에 둥둥 떠 있는 상태 같은 거죠. 그 상태를 지속하다가 손끝 발끝에서부터 미세하게 힘을 조금씩 주면 떠 있는 시간이 길어져요. 호흡을 참다가 숨이 막히면 고개를 들어 숨을 쉬고. 수영은 유선형 자세가 중요한데 힘을 못 빼면 거기서부터 안 되는 거죠.”
 
초심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평영(개구리헤엄)에 대해 물었다. 그는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요.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몸이 굳잖아요. 자기 체형에 맞는 영법을 찾아가야 할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하루에 얼마나 수영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요즘은 1만m 안팎으로 하고요. 동계훈련 때는 최고 1만5000m까지도 합니다”라며 여유 있게 대답했다. 1만5000m라면 25m 풀을 300차례 왕복하는 것이다.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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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