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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짐 폭발’ 해리 케인 유니폼, 알고보니 막스앤스펜서 작품

[두 남자의 스타일 토크] 유니폼의 미학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지난 1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월드컵 3·4위전에서 돌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지난 1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월드컵 3·4위전에서 돌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 주변에는 제복이나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제복을 멋진 것으로 여기기보다는 거추장스러운 것이나 자유를 억압하는 것, 혹은 갑질의 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한 집단의 성격과 위치를 나타내고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 입기 시작한 유니폼. 유니폼의 철학과 의미에 대해 패션에 대한 탐구를 업으로 삼는 두 남자 남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신동헌 칼럼니스트가 이야기를 나눴다.
 
신동헌(이하 신)=얼마 전 새로 오픈한 레스케이프 호텔에 갔다가 직원들이 입은 멋진 유니폼을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게 남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작품이더라. 우리나라 호텔에서 유니폼이 멋지다는 생각을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레스케이프 유니폼 19세기 파리 분위기
 
남훈(이하 남)=군대를 그리워하는 건 아니지만, 패션 비즈니스를 하면 할수록 군복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세계 어디든지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고유한 복장이나 군복을 파는 곳을 찾는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입고 있는 근대 남성복은 영국식 군복에서 진화했고, 여전히 그 복식에서 모티브를 딴 것도 많아서 늘 흥미롭게 생각한다. 군복 그 자체가 가장 대표적인 유니폼이기도 하고. 그동안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부티크 호텔’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온 레스케이프 호텔이 유니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의뢰해서 협업하게 됐다.
 
=유니폼을 흔히 ‘작업복’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니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니폼을 입는 집단은 아주 다양하다. 군인, 경찰, 학생뿐 아니라 의사, 법관도 유니폼을 입는다. 죄수도 입고 서비스업 종사자, 승무원도 입는다. 당연히 유니폼은 그 집단이나 조직의 특성을 표현하는 강제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면서 그들이 지향하는 문화, 그것을 소화하는 사람들의 요구나 특징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호텔의 지향점, 목표 고객을 담을 수 있는 옷도 유니폼이란 말인가.
 
남훈 디렉터가 직접 만든 레스케이프 호텔 벨보이 유니폼(사진 왼쪽). 레스케이프 호텔 여직원의 유니폼은 코르셋을 연상케 한다(오른쪽). [사진 남훈]

남훈 디렉터가 직접 만든 레스케이프 호텔 벨보이 유니폼(사진 왼쪽). 레스케이프 호텔 여직원의 유니폼은 코르셋을 연상케 한다(오른쪽). [사진 남훈]

=호텔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은 호텔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설명을 들어보니 레스케이프 호텔은 숙박을 넘어 이름 그대로 복잡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것, 19세기 파리 같은 분위기에서 여러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공간을 구현하고 싶어했다. 호텔이 지향하는 콘셉트가 그랬기 때문에, 그 당시 연회에서 사람들이 입었을 법한 복장으로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턱시도를 정중하게 입은 남자와 코르셋 디테일이 있는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모티브다. 물론 활동성과 기능성을 위해서 구김이 덜 가고, 움직임이 편한 소재를 사용했다.
 
=그래도 손님보다 더 멋지면 안 되지 않을까. 패셔너블한 유니폼이 신선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호텔에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정중하고 예의바른 마음을 유쾌한 방식으로 전달할 방법도 있지 않을까. 멋진 유니폼을 입고 서비스를 잘하면 손님들도 더 기분이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항공사들처럼 무릎 꿇고 모든 걸 다 들어줄 태세로 일하는 게 서비스업의 본질은 아니라고 본다.  
 
=고급 데님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오노미치의 어느 호텔에 갔을 때 침구류, 유니폼 등이 모두 데님으로 만들어져 놀란 적이 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유니폼은 원래 보수적이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마치 그 지역의 자랑거리를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유니폼도 지역의 특성과 문화에 따라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거나 변화될 수 있겠다 싶더라.
 
=마케팅이 점점 어려워지는 이 시대,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유니폼이란 굉장히 좋은 상징일 수 있다. “우린 이런 브랜드예요”라는 키포인트를 엄청난 투자 없이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다. 뉴욕이나 유럽의 예약이 어려운 잘나가는 레스토랑에 가보면 직원들이 상당히 개성적이고 멋진 옷들을 입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게 거부감이 든다기보단, 그 식당의 이미지와 일관성 있어 보였다. 군대나 경찰의 권위를 세우는 데도 멋진 유니폼이 작은 일조를 할 수 있지 않겠나.
 
=톰 크루즈의 ‘탑건’이나 리처드 기어의 ‘사관과 신사’ 같은 영화를 보고 제복 때문에 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전쟁은 늘 인류와 함께 있었다.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기 위해 당연히 통일된 도구 혹은 문신 같은 걸 사용했을 테고, 그게 유니폼의 기원일 것이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축구도 그런 전쟁의 연장 개념이라고 보는데, 유명한 축구팀마다 고유한 심볼, 컬러 등을 사용해서 유니폼을 제작한다. 행여 그런 전통에서 벗어나면 팬들이 집단적으로 항의하기도 한다. 유니폼이 팀과 팬들을 잇는 정서적인 연대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복장이 우리의 생각을 어느 정도 규정하거나 반영한다는 의미를 유니폼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군인들은 뭔가 어설프다. 이유가 뭘까. 이거 사대주의인가.
 
=군복은 원래 멋질 수밖에 없는 옷이다. 엄격한 권위가 드러나는 복장이고,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의 책임감이나 신뢰 같은 것이 담긴 옷이다. 사병들의 전투복 같은 경우는 국가에 납품하는 업체들의 수가 많지 않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디자인을 결정하는 분들이 좀 보수적이라는 생각은 든다. 늘 사용하던 소재와 디자인으로 반복되는 느낌. 다만 패션을 전공하신 간호섭 교수 같은 분이 해양경찰청 유니폼 자문을 하고 계신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병들의 전투복은 폼을 잡기 위한 것도 아니고 뭔가 전투에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나마 요즘은 다리미질은 과하게 안 하는 것 같던데.(웃음)
 
 
옷 갖춰 입는 건 사치 아닌 문화 일부분
 
=아쉽다. 제대로 된 원가가 투입되지 않는 것 같은데. 왜 갑자기 헬기 추락이 떠오를까. 언젠가 우리 군대의 사병 유니폼을 디자인해보고 싶기도 하다. 남성복을 오래도록 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에 기여하고 싶은 부분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의상도 잉글랜드는 막스앤스펜서, 이탈리아는 돌체앤가바나에서, 독일은 휴고보스, 미국은 랄프로렌이 만든다. 우리나라도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맡아서 바꿀 만한데.
 
=유니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조금씩 유연하게 바뀌면 자연스럽게 그런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옷을 갖춰 입는 것이 사치가 아니라 긍정적인 문화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조금 더 확산되도록 노력하는 게 우리 같은 사람들의 소박한 역할이다. 그러면서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예의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갑을 관계처럼 유니폼 입은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건 옳지 않다. 호된 시집살이를 했던 시어머니가 다시 며느리 괴롭히는 거 별로다.
 
=우리나라 항공사 유니폼은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드는데.
 
=대한항공 승무원들 유니폼은 무척 아름다운데 좀 불편해 보인다. 집단성의 반대로 디자인을 너무 강조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아시아나는 점잖고 정중해 보인다. 조금 과거적이긴 하지만. 이탈리아 항공사인 알리탈리아가 유니폼 디자인에서는 단연 돋보인다. 녹색과 와인색이 섞여서 색상만 봐도 ‘이탈리아 옷’이라는 느낌이 살아있다.
 
=사실 우리가 제일 처음 접하는 유니폼은 교복인데, 서양에서는 아주 좋은 학교에서만 교복을 입는다.  
 
=우리나라 교복은 군사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교복을 통해 옷에 대한 교육을 한다기보다는 통일시키기 위한 목적이 부각됐던 것 같다. 예전에는 학생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면서 입는 교련복도 있지 않았나. 서양의 교복은 클래스의 차별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교복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복식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교육적 측면은 생략한 채로 교복을 입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 뭔가를 통제하려 하는 사회. 그러니까 반발하게 되는 거다. 교복을 줄여 입고, 다르게 입고.
 
=하긴 생각하고 느낄 게 없는 교과목을 그냥 저항 없이 배운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네. 우리 교과 과정보다 학생들이 더 앞서가는 건가.
 
=교복이나 유니폼을 통제 개념을 넘어 유연하게 접근해도 좋을 시대가 되어가지 않나 생각한다. 유니폼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의미 있는 어떤 문화의 의미를 토론하고, 그전과 다른 개념을 제시해 보는 것. 그런 게 우리들의 역할이다. 과거를 부정하는 건 의미 없지만, 교훈과 시행착오를 통해 사회는 진화하고 성숙해간다.
 
신동헌·남훈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남성복 편집숍 알란스 대표
신동헌 스포츠투데이·에스콰이어 기자를 거쳐 남성패션지 레옹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온갖 놀거리를 섭렵한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패션뿐 아니라 카메라·오디오·전자기타·자동차·모터사이클에 이르기까지 광폭의 취미를 자랑하는 순혈 마초다.
 
남훈 남자의 복장과 패션에 대한 연구를 삶의 목표로 삼은 클래식 슈트 매니어. 패션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기업과 협업해서 브랜드와 편집숍을 함께 만들었다. 자신만의 남성복 편집숍 알란스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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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