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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현실, 평화는 가짜인 이유는 …

책이 있는 여름
정치철학

정치철학

정치철학
스티븐 스미스 지음
오숙은 옮김, 문학동네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마키아벨리·루소·토크빌…. 교과서에서 접했던 이름이다. 이들의 저작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누군가 ‘마키아벨리 운운’할 때, 우리는 ‘작아지는’ 스스로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정치철학』은 원전을 읽지 않고도 한 말씀 할 수 있는 공력을 선사한다. 원전을 다 읽은 전문가에게도 새로움을 준다.
 
정치의 핵심 주제인 ‘통치의 주체’ ‘법에 복종할 이유’ ‘자유 허용의 한계’ ‘갈등의 통제’ ‘시민·정치가의 교육’을 다룬 이 책의 뿌리는 예일대 개방 강의다. 저자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명쾌하게 정리한다. 명쾌함은 전문성으로만 확보할 수 있는 권위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보자. “자유는 정치적 책임을 행사할 때에만 온다.”(아리스토텔레스) “주권자란 계약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적 권력이다.”(홉스) “오직 전쟁만이 현실이다. 합의와 평화는 가짜다.”(카를 슈미트)
 
철학자들 사이의 관계도 쉽게 정리해준다. 예컨대 이렇게. “마키아벨리가 지킬 박사라면 홉스는 하이드 씨였다. 홉스는 마키아벨리가 가능하게 한 것을 실행하고 기록했다. 마키아벨리는 신대륙을 발견했고, 홉스는 그곳에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도왔다.” “존 로크가 ‘태초에 모든 세계는 아메리카와 같았다’고 말했다면, 토크빌은 미래에는 모든 세계가 아메리카처럼 될 거라고 말했다.”
 
저자는 학계에서 정치철학의 위치가 애매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철학에서 정치철학은 논리학·윤리학·형이상학 등 여러 분과 중 하나일 뿐. 정치학에서는 미국정치·국제관계·비교정치 등 다른 분과에 밀리는 형국이다. 저자는 정치철학이 철학과 정치학의 출발점이며, 특히 정치학의 핵심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흔히 ‘정치가 밥 먹여주나’라고 한다. ‘진짜’ 밥은 정치가 먹여주는 것은 아닐까. 정치는 ‘밥’보다 더 본질적인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치철학』은 그런 성찰의 계기가 되는 책이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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