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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상을 보고 택한 사제의 길

책 속으로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정진석
허영엽 지음, 가톨릭출판사
 
한국전쟁이 끝난 뒤였다. 당시 신학교에서는 외아들을 사제로 받아주지 않았다. 전쟁으로 자식을 잃은 집안이 많은 데다, 외아들이 독신 사제가 되면 집안의 대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 진석도 고민했다. 그가 서울대 공대를 다닐 때 한국전쟁이 터졌다. 통신장교로 복무하며 수차례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얼어붙은 강을 건너다 얼음장이 깨지며 등 뒤에서 부대원들이 빠져 죽기도 했다. 과학자의 삶을 꿈꾸던 그의 눈은 전쟁의 참상을 관통하며 신을 향하기 시작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홀어머니를 남겨두고 사제가 되는 건 못 할 짓이었다. 하루는 진석이 “사제가 되고 싶다”는 말을 어렵사리 꺼냈다. 이튿날 아침 어머니는 노기남 주교를 찾아갔다. 한사코 반대하는 노 주교와 담판을 지은 건 어머니였다.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 줄 외아들을 내놓는 결정이었다. 주교의 허락을 받아낸 어머니는 돌아와 아들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사제가 된 이가 정진석 추기경이다.
 
『추기경 정진석』이 출간됐다. 정 추기경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역임할 때 수석 비서로 교구청 숙소에서 함께 살았던 허영엽 신부가 펜을 잡았다. ‘가톨릭 글쟁이’로 통하는 허 신부는 추기경과 식사하고 산책하며 들었던 크고 작은 개인사와 일화를 메모장에 틈틈이 기록했다. 덕분에 회고록에서 추기경의 삶은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피어난다. 지난해 11월까지 가톨릭평화신문에 동명으로 연재한 글들이다. 한국전쟁 직후에 그는 서울대 복학을 포기하고 보육원으로 갔다. 전쟁고아를 위해 살고자 했다. 이처럼 현대사가 씨줄로, 추기경의 삶이 날줄로 맞물린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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