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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근우의 '야구 수비 어디까지 해봤니'

"힘들다고 하면 안 돼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죠." 
 
수비하고 있는 정근우. [연합뉴스]

수비하고 있는 정근우.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베테랑' 정근우(36)는 요즘 뜨거운 폭염에도 열심히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원래 포지션인 2루수 연습이 아니었다. 7월 초 한창 좌익수 연습에 힘썼지만, 지난 25일부터 1루수 연습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서 1번 타자·1루수로 선발로 나왔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경기 전 "정근우가 오늘 1루수로 출전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이유는 이랬다. 한 감독은 "체력 안배를 위해 원래 1루를 보던 이성열을 지명타자로 뺐다. 1루수 기용을 두고 고민 끝에 정근우로 낙점했다"고 전했다. 
 
정근우는 야구 인생 통틀어 한 번도 1루수를 맡은 적이 없다. 그만큼 놀라운 변신이었다. 정근우는 "1루수 집중훈련을 했다. 외야수 훈련보다는 힘들지 않다. 병살을 처리할 때 2루수와 같은 방향으로 돌아서 처리하는 등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오른쪽)이 정근우와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한용덕 한화 감독(오른쪽)이 정근우와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한 감독이나 정근우가 걱정하는 건, 발을 1루에 대고 몸을 위로 길게 뻗어 공을 받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래도 키(1m72㎝)가 작아서 위로 오는 공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야수들이 나를 생각해서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정근우의 1루 수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4회 말 2사 주자 1,2루에서 두산 오재원의 빠지는 타구를 낚아채 1루에서 아웃시킨 건 인상적이었다. 높이 오는 공도 몸을 쭉 뻗어 잘 받았다. 지난 19일 KT 위즈전에서 처음 맡은 좌익수보다는 잘하는 모습이었다. 한 감독은 "정근우는 역시 정근우였다. 수비를 아주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2015년 중견수로 활약했던 정근우(오른쪽). [중앙포토]

2015년 중견수로 활약했던 정근우(오른쪽). [중앙포토]

 
이로써 정근우는 2005년 프로에 입문해서 올해까지 14시즌 동안 내·외야 수비를 어느 정도 소화하게 됐다. SK 와이번스 시절 초기에는 주로 3루수를 맡았다. 그러다 2루수를 하는 종종 유격수로 뛰기도 했다. 그러다 2014년 FA(자유계약)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후, 수비의 이동이 시작됐다. 2015년 중견수로 잠깐 나왔고, 올해는 좌익수와 1루수까지 소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수비의 달인'이 된 것이다. 
 
정근우는 KBO리그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2루수였다. 20대 중후반 전성기 시절 단골 골든글러브 2루수(2006·2009·2013년)였다. 촘촘한 2루 수비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을 이끌었다. 
 
2014년 병살처리하는 한화 2루수 정근우. [중앙포토]

2014년 병살처리하는 한화 2루수 정근우. [중앙포토]

 
하지만 그런 그도 세월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올해 들어 반응 속도가 떨어지면서 수비 범위가 좁아졌다. 지난 5월에는 쉬운 타구를 놓치는 등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결국 5월 초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정근우 대신 올해 프로에 온 신인 정은원(18)과 강경학(26) 등이 2루수로 활약했다. 정근우는 5월 중순 돌아왔지만, 2루수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설상가상 6월에는 허벅지 통증으로 40여일간 떠나있었다. 
 
지난 19일 콜업된 정근우는 어느새 좌익수 혹은 1루수가 되어 있었다. 한 감독은 "이제 정근우는 1루수 혹은 외야수를 맡게 될 것이다. 2루수는 강경학이 맡는데,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근우가 아닌 정은원이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근우의 화려했던 2루수 시절은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다. 
 
그래도 정근우는 씩씩하다. 어색한 1루 수비 훈련으로 땀범벅이 된 얼굴이 밝았다. 그는 껄껄 웃으면서 "힘들지 않다. 힘들다고 하면 안 된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배들이 잘 성장해서 잘 하고 있는게 기쁘다. 나도 팀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 감독은 경기 전 한참 고민 끝에 정근우를 불러 "1루수를 할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정근우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대답했다. 정근우는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진짜 베테랑'이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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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