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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온난화 … 제주서 나던 황금향, 평택서 주렁주렁

2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진위로의 한 농장. 줄지어 서있는 11동의 온실(총 4950㎡·1500평) 중 한 곳에 들어서자 들어서자 나무마다 테니스 공만 한 푸른 황금향들이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열려있다. 황금향은 한라봉과 천혜향을 접목한 과일. 신맛이 덜하고 단맛이 높아 인기다. 주로 제주도에서 생산된다. 이날 하우스 내부 온도는 37~38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작업하는 인부는 보이지 않았다. 농장주인 최갑성(63) 미래로팜 대표는 “개화기와 수확기에 일손이 집중적으로 필요하고, 그 외의 시기엔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간다”며 “지금 푸른색인 열매들은 추석 이전에 모두 익혀서 출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지인 수도권과 인접해 판매 유리
 
황금향이나 한라봉처럼 제주 등 남부 지방에서만 재배되던 고수익 과일들이 경기도 평택시나 충남 태안군 등으로 재배지가 넓어지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올라간 데다, 재배기술이 좋아진 덕이다.
 
더워진 날씨는 한반도의 농업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대구·경북이 주산지이면서 전국에서 재배가 가능한 사과는 현재 날씨가 선선한 강원권에서 대규모로 재배가 이뤄진다. 26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60년이 되면 강원권 일부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온난화로 1990년 이후 연근해에서 고등어류·살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이 늘어난 반면 명태·꽁치 등 한류성 어종은 어획량이 줄고 있다. 한 예로 한류성 어종인 명태 어획량은 1970년 1만1411t에서 지난해엔 1t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류 어획은 3만6246t에서 11만3549t으로 뛰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농민들도 기후와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 중이다. 난을 키우다 황금향으로 재배품목을 바꾼 최 대표도 그렇다. 그가 황금향 재배를 시작한 건 2014년이다. 잘 나갈 땐 중국으로 연 400만 달러(약 45억원)어치씩 난을 수출하기도 했지만, 2008년 이후 난을 비롯한 화훼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난 대신 다른 무엇’으로 황금향을 택했다. 마침 제주도의 지인을 통해 황금향의 수익성에 대해 익히 들어온 터였다. 난을 키우려 지어놓은 온실 등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열대성 식물인 난을 오래도록 키우며 쌓아온 노하우는 자신감이 됐다. 그는 “‘황금향을 왜 제주에서만 해야 하나’라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라며 “황금향을 키워본 적은 없었지만 온실에서 무언가를 키우는 데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 그가 재배했던 호접란 등은 야간에도 온실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반면 황금향은 야간 온도를 20도 이상으로만 하면 된다.
 
 
전국에서 재배 노하우 배우려 찾아와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에는 병해충을 예방하는 예찰활동을 꼼꼼히 하지 못해 해충인 응애가 번져 애를 먹었다. 난에 맞춘 온실이어서 일반적인 과수 재배용 온실과는 폭이나 높이가 조금 다르다. 때문에 작업이 과수 재배용 온실보다 다소 불편하다. 하지만 그는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황금향 재배법을 필사적으로 익혔다. 수십 권이 넘는 책을 사서 봤다고 했다. 자신만의 재배 노하우도 더했다. 황금향의 맛과 향을 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액비와 거름을 활용한다. 고생은 보람이 됐다. 황금향 수확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정도다. 지난해에는 총 2만㎏을 수확해 40일 만에 다 팔아치웠다. 수도권과 인접한 덕에 판매도 수월하다. 최 대표는 장기적으로 농장 규모를 3만3000㎡(1만 평)으로 넓힌다는 목표다.
 
출하시기를 앞당겼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가 내놓는 황금향은 보통 8~9월에 나온다. 제주도에서는 대개 11~12월이 황금향의 출하시기다. 재배기술과 수도권의 기후조건이 맞물린 결과다. 황금향을 비롯한 만감류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야 당도와 색감이 좋아져 출하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데, 제주도는 밤 기온이 15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지 않다. 반면, 평택시 진위면은  8월 중순 이후엔 야간 기온이 15도 아래로 내려간다.
 
토질도 황금향 재배에 유리하다. 덕분에 최 대표가 재배한 황금향의 당도는 14~16브릭스(Brix)로 다른 지역의 것보다 2브릭스 가량 더 달다. 수도권에서 황금향 재배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남과 충남 부여군 등 전국에서 재배 노하우를 배우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농가가 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기후조건은 물론 시설투자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농촌진흥청 강문석 농업연구관은 “체리·황금향처럼 농산물도 수요 트렌드와 기후 조건에 맞춰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평택=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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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