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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편집국장레터]대령의 하극상, 장관의 거짓말

 대령은 장관을 ‘고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입니다.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한 인간으로서 양심을 걸고 답변하겠습니다. ‘(송영무 장관이)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눈 큰 장관의 눈썹이 꿈틀거렸습니다.

 “완벽한 거짓말입니다. 이 사람 말고 다른 사람들 증언도 들어주십시오. 대한민국에서 대장까지 마치고 장관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 하겠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장관을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됩니다….”

 화요일인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대령은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이었고, 장관은 12년 전 대장 계급으로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송영무 국방부장관이었습니다. 계엄 문건을 둘러싼 대령과 장관의 거짓말 논란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민병삼 기무사대령

송영무 국방장관과 민병삼 기무사대령

 
 VIP독자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박승희입니다. 지난 1주일은 너무 더웠습니다. 온도계 숫자가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해서이지만, 우리를 더 덥게 한 건 뉴스들이었습니다. 뉴스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폭염에 불을 질렀습니다.

 
 민 대령과 송 장관의 말싸움은 33년 전 기억을 끄집어냈습니다. 논산훈련소의 신병 집합소였습니다. “장병 여러분”이라는 나긋나긋한 호칭은 환송객들의 눈길이 닿지않는 훈련소 담벼락 안 쪽에 들어가면서 육두문자로 돌변했습니다. “여기가 사회인 줄 아는가. 동작 봐라!”. 난생 처음 발길에 차이고, 뛰고 구르는 군 생활을 시작하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얘기가 ‘상명하복’이었습니다. 쉬운 말로는 ‘계급이 깡패’라고도 번역됐습니다. 7월24일 국회에서 벌어진 현직 대령과 현직 장관의 말싸움은 그런 상식을 깨뜨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캐봤습니다. 발단은 7월9일 있었던 국방부 장관 주최 간담회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계엄 문건 논의가 있었으냐 없었느냐가 본래의 쟁점이었습니다. 당시 참석자들은 14명이나 됐다고 합니다. 그들의 진술을 토대로 한 그림은 대략 이렇습니다. 송 장관이 아침 간담회에서 현안과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가볍게 한 마디 걸친 게 민 대령이 기억하고 있는 발언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공식 발언도 아닌데다 편하게 한 얘기라서 기록이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는 게 송 장관을 변호하는 사람들 얘깁니다. 이런 식의 간담회는 송 장관 이전의 한민구ㆍ김관진 장관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주고받은 대화가 그동안 밖으로 나간 일이 없다는 겁니다. 군 지휘부가 대부분 참석한 간담회인 만큼 기밀이 담길 수도 있고, 외부로 흘러나갈 경우 민감한 파장을 부를 수 있어서입니다. 100기무부대장 자격으로 참석한 민 대령은 이번에 그 금기를 깨고 하극상에 가까운 폭로를 한 겁니다. 대통령을 빼곤 군의 최고 책임자인 송 장관은 조직 내 있어선 안될 부끄러운 장면을 당한 겁니다. 그러고도 "내 탓이오"를 하는 대신 "거짓말"이라고 맞대응을 한 게 이 비극의 전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군기가 빠진 군대를 ‘당나라 군대’라고 합니다. 당나라 말기 군대가 오합지졸 같아서 유래가 됐다고도 하고, 총을 쐈는데 ‘탕’ 소리가 나지않고 획 하나가 빠진 ‘당’ 소리가 난다 해서 유래된 속설이라고도 합니다. 거짓말 논란이 어찌 결론이 나든 명예를 생명처럼 여겨야할 군으로선 있을 수 없는 치욕의 순간입니다. 송 장관의 리더십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뼈대있는 장수라면 지휘봉을 놓아야할 정도의 치욕입니다. 밝은 대낮에 모두가 지켜보는 중에 ‘어린’ 부하로부터 하극상을 당한 장수가 어떻게 목숨을 담보로 한 복종을 조직에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계엄 문건은 아직 실행여부 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군 내 하극상은 이미 실행됐습니다.  
 걱정되는 건 이렇게 황당한 일들이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적폐청산이나 개혁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지지 않고 엿가락 늘리듯 시간을 끌다보니 생기는 부작용이라는 겁니다. 개혁의 피로감은 1년 이상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김영삼정부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개혁을 경험한 문희상 국회의장은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개혁 작업은 취임 후 100일과 1년이 중요합니다. 계획은 100일 안에, 시행은 1년 안에 해야 합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됩니다. 취임 후 100일 개혁에 성공한 게 김영삼 정부입니다. 역사 바로세우기,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등을 전광석화처럼 해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년3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혁보다, 개혁으로 인한 충격을 삭이고 다지면서 성과와 실적을 준비하는 단계로 이행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국방부 계엄문건 논란에서 시작해 하극상 논란으로 번진 이번 일이 주는 교훈입니다.

 
 독자 여러분, 이번 주 중앙SUNDAY 탐사취재팀(팀장 임장혁 기자)은 문재인 정부 핵심 인물 468명을 추려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토대로 네트워크 분석을 했습니다. 대통령과의 인연에선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청와대의 기능 확대에선 임종석 비서실장이 동심원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비즈니스 섹션의 머리 기사로는 ‘폭염 속 전기요금’을 다뤘습니다. 에어컨 사용량이 늘면서 가정마다 요금청구서 보기가 두려워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절약의 기술도 담았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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