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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압록강 시체 넘쳐도 밀가루 안줬다, 北에게 中은 떼눔"

북한 사람들은 중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북한 김정은은 어떤 시각으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볼까?
 
남북 정상회담(4월 27일), 미북 정상회담(6월 12일)을 지켜보면서 강렬하게 떠오른 의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 전에 여지없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한 번은 베이징, 한 번은 다롄이었다. 도대체 북한 김정은은 무슨 생각으로 시진핑을 만났을까? 한반도 정세를 읽는 중요한 키워드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가 중앙일보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차이나랩]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가 중앙일보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차이나랩]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최근 중앙일보에 왔다. 사내 중국연구 모임인 ‘중앙일보그룹 중국연구회(중중연)’회원들과 점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의 주제가 바로 ‘북한은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그의 답은 아주 명료했다.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 문화적으로 한참 뒤진 나라.
 
북한 정권은 중국 공산당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반 대중들은 '떼눔'이라는 인식으로 중국을 본단다. 지극히 부정적인 시각이다.왜 그럴까?
 
이 질문에 태 공사는 “중국은 줄곧 북한을 손아귀에 넣으려 했고, 북한은 이를 벗어나려고 치열하게 싸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은 혁명 시기부터 끊임없이 대립 각을 세웠다"며 “북한 주민들이 외듯 읽은 김일성 항일투쟁사의 절반은 항일투쟁에 관한 기술이고, 나머지 절반은 어떻게 중공(중국공산당)과 싸웠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대중국 반감이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태 전 공사는 1960년대 중소분쟁 때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중국은 함께 소련(구 소련)의 수정주의를 공격하자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소련에서 받는 무상 무기 원조 등이 있어 거부했다. 간섭하지 않겠다며 자주 외교 노선을 견지했다. 그러자 중국은 유치하게도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를 끊었다. 중국은 북한과의 접경에 거대 스피커를 설치해 대북 방송을 틀어댔다. 물론 북한도 스피커로 대응했다. 남과 북이 휴전선에서 하는 비방 방송보다 훨씬 컸다. 내가 당시 국경 도시 혜산에서 자랐기에 안다. ”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태 전 공사는 북한 주민이 최악의 굶주림에 시달린 ‘고난의 행군’을 거쳐야 했던 90년대 말, 중국은 더 치졸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은 거절했다. 당시 중국 동북지역에서는 700만t에 달하는 강냉이(옥수수)가 창고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썩어서 버리느니 동맹인 우리에 달라고 해도 중국은 주지 않았다. ‘핵 개발 중단’, ’우상화 중단’을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가해 왔을 뿐이다. ‘압록강에 시체가 떠내려가도 밀가루 한 포대 안 준 놈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외형적으로는 동맹이지만 북한 주민 누구도 중국을 동맹국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한 핵 포기 압력이 먹힐 리 없다. 중국이 만든 6자 회담은 출발부터 한계를 갖고 있었다. 태 전 공사는 “중국이 나오라 해서 믿고 나갔는데 중국은 오히려 한국 편에 섰다"라며 “실제로는 5대 1의 싸움이었다"라고 말했다. 북한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북한 김계관보다 한국의 송민순에 더 밀착되어 있다’라는 얘기가 돌았단다. 핵 협상 과정에서도 북중 간의 알력은 계속됐다는 얘기다.
 
북한과 중국은 앞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할까. 태 전 공사는 이런 답을 내놓는다.
 
“완전히 결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기 위해 북한을 활용하려고 하고, 북한은 중국을 활용해 독특한 위치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완전히 멀어지지 않아야 한국과 미국을 의도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중국 인식이다.”
중앙일보를 방문해 강연을 하고 있는 태영호 전 공사. 그의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는 북한의 내막을 소상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진 차이나랩]

중앙일보를 방문해 강연을 하고 있는 태영호 전 공사. 그의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는 북한의 내막을 소상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진 차이나랩]

 
‘껍데기 동맹'이라는 얘기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이 중국으로 달려가 시진핑을 만난 것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게 태 전 공사의 생각이다.  
 
"중국과 무엇인가 커다란 걸 이뤄낸 듯한 인상을 줘 한국,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는 계산이었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한달 여 앞둔 2000년 5월에도 김정일은 비밀리에 전용 열차를 이용해 베이징으로 가 후진타오를 만났었다.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걸 두고 한국 일각에서는 북한 외교를 높게 평가하지만, 매우 예측 가능한 북한 식 외교일 뿐이다."
 
북한 지도층은 중국을 '카드' 쯤으로 여기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필자의 노트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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