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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 논란 '강제징용'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서 결론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가 해저탄광에서 비참하게 일하고 있다.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가 해저탄광에서 비참하게 일하고 있다. [CJ 엔터테인먼트]

 
일제 강점기 때 공장에 끌려가 강제로 일해야 했던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18년 만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최종 결론을 낼 전망이다.
 
대법원은 27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인 원고들의 사망 때마다 다시 이슈가 되곤 했지만, 최근 이 사건이 논란이 된 것은 '재판거래 의혹' 때문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지난 2015년 '이병기 비서실장의 최대 관심사는 한일 우호관계의 복원'이라며 '일제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사건에 대해 청구기각취지의 파기환송판결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문서를 만들었다. 이 문서의 제목은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이다. 
 
상고법원을 도입하려면 청와대의 협조가 필수인데, 민정수석(우병우)을 직접 설득하기 어려우니 비서실장이나 특보를 노려 '개인별 맞춤형 접촉·설득 방안'을 마련한 내용이다. 즉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의 경우 한일관계가 최대 관심사니 일제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리면 그가 좋아할 것이고, 이는 '법원의 협조 노력'이나 '공감 의사 피력'으로 여겨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문서는 지난 5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보고서 내용에 인용돼 공개됐다.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3차 조사보고서에 인용된 2013년 법원행정처의 '상고법원 관련 BH대응전략' 문서 중 일부. 이병기 비서실장이 '강제징용피해자 청구기각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3차 조사보고서에 인용된 2013년 법원행정처의 '상고법원 관련 BH대응전략' 문서 중 일부. 이병기 비서실장이 '강제징용피해자 청구기각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었던 부장판사가 SNS에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공개하며 논란은 더 커졌다. 이모 부장판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종전 판시를 인용한 의견서와 보고서를 주심 대법관께 보고했더니 난데없이 선배 연구관이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며 '다시 파기환송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법관님은 이미 상황을 다 알고 계신 듯 그 미쓰비시 판결이 이상하다면서 한일외교관계에 큰 파국을 가져오는 사건이라면서 다시 한번 검토해보라고 지시하셨다"는 글을 올렸다.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청구 기각을 고려해본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앞서 한 차례 피해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부장판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법원 스스로 판결을 뒤집으려 했다는 얘기가 된다.
 
2017년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 [중앙포토]

2017년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 [중앙포토]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소송은 2000년에,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소송은 2005년에 시작됐다. 두 사건 모두 1·2심에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돼 일본 기업이 피해자에게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를 처음으로 깬 것은 대법원이었다. 
 
2012년 5월, 대법원은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심 법원은 대법원의 취지대로 "일본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일본 기업들은 또 상고했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에 왔다. 그리고 대법원은 5년째 '관련 사건을 통일적이고 모순 없이 처리하기 위하여 심층 검토' 중이다.
 
새 대법원장의 대법원이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과 별개로,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소송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김모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대한변협은 27일 "대법원이 상고된 지 4년이 넘게 판결을 하지 않고 있고, 고령인 피해자들이 안타깝게도 연이어 돌아가시고 있다"며 "외교부의 입장을 고려하기 위해 대법원이 재판거래를 하였고 이것이 선고지연의 핵심적 이유임이 밝혀지고 있다"는 성명서를 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사건도 전원합의체 行=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상고심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와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단체나 예술가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블랙리스트'에 비협조적인 1급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추가로 인정됐다.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2심에서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구속 상태다. 대법원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와 관련해 피고인들이 직권을 남용하거나 협박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는지와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 등을 쟁점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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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